2021-03-18
편집디자인을 전공하거나 학원에서 편집디자인을 배우면 능숙하게 편집디자인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필드에 첫 발을 내디딘 디자이너들은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9년 차에 접어든 한 편집디자이너는 비전공자로 학원에서 편집디자인을 배웠다. 실제로 일을 시작했을 때 모르는 것 투성이었던 그녀는 ‘전공을 하지 않아서인가’ 생각하고 많이 묻고 부딪히며 스스로 경험을 쌓았다.
또 다른 신입 편집디자이너는 전공을 했지만 역시나 막막함을 느꼈다. 실제 업무에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달꽃출판사가 펀딩을 통해 선보인 <디자인 레시피> 표지편
그래서 이들은 직접 책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디자인 레시피’. 레시피가 음식을 맛있는 길로 이끄는 것처럼 북디자인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안내하는 이 책은 달꽃출판사 편집팀이 만든 책으로, 편집디자인에 있어 꼭 필요하지만 그 누구도,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핵심 내용들이 담겨있다.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디자이너는 실제로 궁금한 것을 떠올렸고,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선배 편집디자이너는 9년간 자신이 얻고 경험한 노하우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그 내용들을 담아 진짜 실전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들을 모은 책이 탄생했다.
<디자인 레시피 내지 디자인>
‘디자인 레시피’는 표지편과 내지편으로 구성된다. 처음엔 한 권으로 기획됐지만 양이 방대해져 두권으로 진행됐다. 2019년 펀딩을 통해 선보였던 <디자인 레시피 표지 디자인>은 글자, 색, 일러스트, 사진 등을 활용한 표지디자인과 표지디자인 60선, 실무에서 궁금할 수 있는 질문들에 대해 답을 하는 Q&A로 이루어진다.
실제 작업 예시와 콘셉트 및 디자인 스토리는 물론, 인쇄소에서 견적서 보는 법, 판형, 종이, 후가공, 최종파일 만드는 법, 인쇄감리 등 인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또, 고객과의 미팅이 처음인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편집디자인 금액 책정은 어떻게 하는지, 인쇄소 감리 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반복적인 수정 요구를 얼마나 수용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이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내용부터 노하우를 전수하는 답까지 실전에서 꼭 필요한 내용들을 전한다.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쳤던 <디자인 레시피 표지 디자인>은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정식 출간됐고, 2쇄가 발행됐다.
<디자인 레시피 내지 디자인>. 실무에 필요한 Q&A를 담았다.
표지편에 이은 <디자인 레시피 내지 디자인>은 작업 의뢰를 받아 디자인과 인쇄를 하기까지, 실무에 필요한 내지디자인의 기본을 모두 담았다. 표지편이 많은 기초지식들을 알려준다면, 내지편은 기초를 알아야 이해하기 쉬운 내용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의뢰인은 누구인지, 판형 결정의 기준은 무엇인지, 인디자인 기본 세팅, 인쇄용 감리 방법까지 초보 실무자가 궁금해하는 많은 질문에 답을 주는 Q&A에, 텍스트만 있는 도서를 디자인하는 과정부터 레이아웃,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등의 형식까지 다양한 내지디자인을 보여준다. 펀딩을 통해 선보인 내지편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편집디자이너 진연으로부터 편집디자인 실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디자인 레시피’에 대해 들었다.
본인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9년 차 편집디자이너이자 달꽃출판사 대표를 맡고 있는 윤혜영이에요. 편집디자인을 시작하고 1년차인 2014년도에 로앤오더 출판사를 창업했는데요, 달꽃출판사는 로앤오더 출판사의 세 가지 브랜드 중 하나로, 2018년부터 시작됐어요. 제가 직접 디자인도 하고 있는데 간혹 작가분들께서 대표가 직접 디자인을 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시는 경우도 있어서 편집디자이너로는 진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어요.
어떻게 ‘디자인레시피’ 표지편, 내지편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해서인지 디자이너분들이 궁금한 점들에 대해 문의를 많이 주셨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답을 드렸는데 개별적으로 피드백 드리는 것이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런 궁금증을 해결해드릴 수 있는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아 책으로 내야겠다 했어요. 그런데 만들다 보니 페이지가 늘고 양이 많아져 두 권으로 기획을 하게 됐죠. 막상 시작하고 일이 커졌지만 많이들 좋아해 주셔서 기쁩니다.
펀딩을 통해 책을 선보이셨는데, 출판사에서 펀딩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처음엔 조금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책이 시중에 없다 보니 수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됐거든요. 그래서 출간 자체가 모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디자이너분들이나 아티스트분들이 많이 모여있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선 그분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수요가 있을 거라 판단했고, 그분들을 대상으로 ‘실무를 위한 전문가 책’의 콘셉트로 진행을 했어요.
<디자인 레시피 표지 디자인>은 정식 출간되어 2쇄까지 인쇄됐다.
책이 큰 관심을 받았어요.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어요. 펀딩이 끝난 후에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서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 개정판을 출간했고요. 감사하게도 표지편은 2쇄까지 인쇄를 하게 됐어요.
출판사에서 일반적으로 책을 기획하실 때와 이번 ‘디자인레시피’를 기획할 때의 차이가 있으셨나요?
작가가 아니었고 또 누군가를 가르쳐본 적도 없는데 책을 쓰기로 하고 나니 갑자기 작가가 돼버린 거예요. 누군가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코칭하는 사람이 된 거죠. 전공자도 아닌 제가 책을 쓰자니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이 책을 기획한 목적이 툴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무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도움이 될 내용과 정보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니까 그런 부분에서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어요.
현직 디자이너들이 책을 기획하고 내용을 구성한 점이 특별히 와닿았어요.
편집디자이너들의 실제 경험을 담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었어요. 최대한 그 부분을 살리기 위해 실수담도 가감 없이 담았고, 조심해야 하는 점,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 처음 디자인을 시작하는 분들이 염두에 두면 좋을 내용들을 각 작업마다 넣었어요.
또, 이 책을 펼침과 동시에 작업을 시작해서 덮었을 땐 본인의 작업물도 끝나있을 수 있도록 시간순으로 배치를 했어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리얼하게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자 특징이에요.
레이아웃 세팅, 타이포그래피, 일러스트레이션, 포토 등 내지 디자인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내용을 전한다.
책 작업엔 어떤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이번 내지편엔 저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 참여했는데요, 실무에 오랜 경험이 있으신 편집자 서구름 님, 신입에 가까운 편집디자이너 박현지, 최수정 님이 함께 했어요. 특히, 두 디자이너분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낯선 현장, 경험해보지 실무에 대한 궁금증들을 잘 녹여낼 수 있었어요. 또 비전공자와 전공자가 모두 섞여 있어서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전달할 수 있었고요.
표지편은 정식 출간이 됐고, 내지편도 성공적으로 펀딩이 진행되고 있는데, 독자들이 가장 만족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직 필드에 들어가기 전이거나 대학생 혹은 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 신입 디자이너분들이 주로 이 책을 필요로 하시는데요, 본인이 경험해 보지 못한 점이나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는데 답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것이 저희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피드백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기도 해요. 또 전공자 혹은 연차가 있으신 분들은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들을 다루어서 흥미로웠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펀딩을 통해 5종의 레이아웃이 리워드로 제공되기도 했는데, 책을 보면서 이 레이아웃을 활용하면 한 권의 책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나요?
네, 물론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책을 내신 분도 계시고요. 이 책은 책을 보고 시작하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는 책이에요. 요즘 직접 글을 쓰고 디자인을 하시면서 독립출판을 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졌는데요, 그분들께도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내지 목업 5종 포토샵 파일을 리워드로 제작했다.
레이아웃 샘플 이미지
책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도 운영하고 계시죠?
책을 만들 때 이론적인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어디까지 넣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어떻게 작업을 하고, 어떤 일들을 마주할 수 있는지에 대해 포커스를 많이 두고 작업했어요. 그 이외에 책에 다 싣지 못한 부분들을 전달하고자 카페를 만들었고, QR코드를 통해 해당 내용을 카페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내지편에 대한 정식 출간 계획도 있으신가요?
네, 우선 펀딩을 마무리하고 피드백을 받은 후 개정 작업을 거쳐 출간할 계획이에요.
이번 기획처럼 특별한 또 다른 계획이 있으신가요?
새로운 것을 기획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창업을 하게 된 이유도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디자인 레시피’를 시작으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오르고 있는데,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서 ‘디자인 레시피’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우선, 요즘 전자책의 수요가 많아졌는데, 아직 전자책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없어서 그 내용으로 책을 만들 계획이에요. 또, 리플릿, 카탈로그와 같은 지면 디자인에 대한 내용 등 제가 처음에 디자인했을 때 어렵게 느꼈던 내용들을 모두 녹여서 시리즈로 낼 계획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달꽃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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