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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 에릭오

2021-02-22

한국의 젊은 애니메이션 감독이 세계의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수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오페라(OPERA)>를 선보인 에릭오(ERICK OH) 감독이다.

 

에릭오는 픽사(PIXAR)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도리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몬스터 대학교> 등 여러 유명 작품에 참여했고,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작품 활동을 통해 확고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지금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독립 단편 작품 <댐 키퍼(The Dam Keeper)>는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단편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작품 속에서 그가 다룬 빛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한 시각적 표현과 함께 자연, 인간, 배려, 희생 등을 통해 환경과 인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그의 작품은 관객의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그는 <댐 키퍼>를 TV 시리즈로 제작한 <피그 : 더 댐키퍼 포엠(Pig : The Dam Keeper Poem)>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한국인 최초로 TV 프로덕션 부문 최고상 ‘크리스탈(Cristal)’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릭오 감독의 <오페라> 포스터 이미지 (사진제공: 에릭오)

 

 

에릭오의 신작 <오페라>는 인류의 역사, 문화, 종교, 이념 간의 갈등을 담은 압도적인 스케일의 작품이다. 픽사의 애니메이터들과 미국 현지의 많은 스텝들의 참여로 3년여 시간에 걸쳐서 초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로 완성됐다. 

 

이 시대에 우리가 생각해야 할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해낸 이 작품은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손꼽히는 ‘히로시마 영화제’, ‘오타와 영화제’, ‘자그레브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되는 등 20여 개의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아트 콘퍼런스인 ‘아르스 일렉트로니카(Ars Electronica)’에 단독으로 초청, 8K 규모의 초대형 스크린에 최초 상영되면서 한국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뛰어난 작품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페라>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 에릭오)

 

 

또한, 지난 1월과 2월에는 픽사, 디즈니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프라이빗 특별 상영을 진행해 뜨거운 찬사를 받았고, 지난 2월 9일부터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애니메이션 단편 부문 숏리스트에 올라 최종 노미네이트 경쟁 중에 있다.

 

<오페라>는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KIAFA)가 주최하는 ‘제3회 애니메이션 어워즈’에서 ‘올해의 명장면상’을 수상했고, ‘2020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서울에서는 <오페라>가 상영된다. 초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에릭오를 서면을 통해 만나보았다. 

 

Q. 픽사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하셨는데, 그전엔 어떤 작업을 하셨나요?


픽사가 제 첫 직장이었기 때문에, 그전에는 학생 신분으로 작품 활동을 했었어요. 매년 한 두 작품씩 단편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었고, 그 작품들을 편집해서 만든 작품 모음집을 픽사에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는데, 운이 좋게 합격이 돼 인턴부터 천천히 애니메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Q. 픽사는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도 한데, 독립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 역시도 어릴 때부터 디즈니/픽사 작품을 보며 꿈을 키웠었기 때문에, 픽사에서의 시간은 매우 소중했어요. 하지만 그전부터 작품 활동을 이어오면서 제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은 늘 갖고 있었죠. 픽사에서 일한 지 7년 차 되던 해에 제 개인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외부에서 주어져 자연스럽게 픽사에서 독립하게 됐습니다.

 

Q.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려면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전의 활동 중 어떤 부분이 가장 큰 도움이 되셨나요? 


제가 경험한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독립활동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보자면, 한 가지는 픽사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제 개인작업을 놓지 않았던 거예요.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해서 완성하고, 영화제를 돌며 관객들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제 일상이었는데, 그런 삶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반면, 픽사 내에서는 초대형 프로젝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호흡하며 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올바르게 소통하고, 어떻게 방향을 조율해 나가는지, 창작적인 부분에서부터 기술적인 부분, 더 나아가 경영적인 측면까지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두 가지, 개인 작품 활동과 회사 팀 작업의 경험이 적절히 어우러져 혼자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2019년 열린 톤코하우스 전시에서 보았던 <댐키퍼>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 Poems)〉로 2018년 안시에서 대상을 받으셨는데, 어떻게 작업하게 되셨나요? 


픽사에 있는 동안 마음 맞는 픽사 친구들끼리 ‘댐 키퍼’라는 단편을 만들었었어요. 그 작품이 운 좋게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안게 됐고, 덕분에 ‘댐 키퍼'라는 세계관을 더 확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제 스타일로 완전히 각색해서 10부작 시리즈물로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 〈댐키퍼 피그 이야기(Pig: The Dam Keeper Poems)〉였어요. 

 

제작비가 굉장히 타이트했기 때문에, 소수의 팀원들과 함께 밤낮 가리지 않고 작업했지만, 굉장히 즐겁고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Q. 이 작품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린 관객들에게도 어필이 될 만한 이야기이면서, 무겁고 추상적인 소재도 다루려고 시도한 점입니다. 그래서 대사 없이 음악과 음향만 사용했고, 수채화 기법을 이용해 여백의 미를 살리려 노력했어요. 그 노력을 안시에서 인정해 준 것 같습니다.

 

Q. 이전 픽사에서의 작업과 개인 작업을 비교하셨을 때 어려운 점과 즐거운 점은 무엇인가요?


큰 스튜디오 작업에 비해 개인작업에 대한 어려운 부분과 즐거운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 본인의 열정으로 끌고 가야 된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자신이 걸음을 멈추면 모든 게 멈추게 되죠. 개인작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 시작은 하지만 중간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와 유혹 때문에 끝마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는데, 그게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왜 자신이 쉴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해 이 작품 제작에 모든 걸 받쳐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동기를 안고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즐거운 부분도 그 본질은 같은 곳에 있습니다. 정말 내 이야기, 내 목소리라는 점이 엄청나게 매력 있고, 그것에 집중하는 순간 그것이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하죠.

 

<오페라> 티저 영상 

 

 

Q. 신작 <오페라>는 어떤 내용인가요? 


<오페라>는 인류의 인간사를 담고 있는 초대형 규모의 애니메이션 작품이에요.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 인간 사회의 밝고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대면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죠. 끊임없이 돌아가는 사회상을 관찰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전시 형식으로 풀어졌을 때 더 강렬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오페라>로 역시 많은 주목을 받으셨는데, 어떤 점이 가장 높이 평가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주제의식과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인종, 테러리즘, 자연재해 등등을 균형 있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그 부분에서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형식 자체도 화면으로만 익숙한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전시공간으로 끌고 와 경험적인 측면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더욱 다양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형 미디어 아트 전시로 기획된 점이 흥미로운데요, 최근 한국에서 많은 미디어 아트 전시가 주목받고 있어 <오페라>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작품은 어떤 형태로 상영되나요?


커다란 전시공간을 작품 상영을 위한 최적의 형태로 디자인할 계획이에요. 작품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내용을 가장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전시 형태로 준비하고자 합니다.

 

Q. 감독님에게 영감을 준 감독이 있으시다면?


진부한 답변일지 모르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분의 작품은 대중적으로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정서와 섬세함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야기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작가적 메시지와 철학적 에너지가 대체 불가한 것 같아요. 또한, 인류와 자연을 한없이 사랑하는 그의 마음 역시 본받고 싶습니다.

 

Q. 애니메이터 혹은 감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자신이 왜 이 길을 걷고 싶은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림을 왜 그리고 싶은지, 그림 그리는 것이 왜 재미있는지, 그 질문에 정확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본인이 가야 할 길이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선택만 있을 뿐, 틀린 길은 없기 때문이죠. 

 

단기적으로 픽사와 같은 큰 스튜디오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무던히 노력해서 기술을 연마해야 하죠. 감독이 되고자 한다면 영화를 많이 보고 끊임없지 자신의 스토리를 쓰고 구상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들을 무수히 개발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오페라>의 후반작업 기간이 길었는데, 그와 동시에 제 첫 VR 작품 <NAMOO>를 완성시켰어요. 1월 말에 열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고, <오페라>의 뒤를 이어 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에요. 

 

현재는 톤코하우스로 돌아와 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감독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꾸준히 영역과 매체를 넘나들며 겸손한 마음으로 계속 다양한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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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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