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8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2021년 상반기 [디자이너 토크]는 ‘북유럽에서 만나는 한국인 디자이너’ 특집으로 기획되었다. 다른 국가에 비해 북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디자이너의 수는 그리 많지 않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했다. 지난 편 ‘스웨덴의 가구 디자이너 최근식’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품 디자이너 유화성과 토크 세션을 진행하였다.
디자이너 토크를 함께 진행한 유화성 디자이너(좌)
브랜드와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조명 브랜드 아고(AG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기획부터 제품개발, 마케팅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고는 2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2019년 9월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론칭한 한국의 새로운 조명 브랜드다. 한국에서 제조하는 브랜드지만 국내외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으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브랜드로, 이번 론칭에서는 6팀의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8가지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agolighting.com).
스위스 빅게임 스튜디오(BIG-GAME)에서 프로브(Probe) 컬렉션을, 스웨덴 요나스 바겔(Jonas Wagell, JWDA)과 함께 앨리(Alley) 컬렉션과 벨(Bell) 컬렉션을 진행했다. 스웨덴의 존 아스트버리(John Astbury)와 토베 탐베르트(Tove Thambert)의 공동작업으로 핀치(Pinch) 컬렉션을, 한국의 스튜디오 워드(studio-word)가 벌룬(Balloon) 컬렉션을, 김진식 디자이너가 노바(Nova) 컬렉션을,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바이마스(BYMARS) 스튜디오가 시르쿠스(Cirkus)와 모찌(Mozzi)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CIRKUS by MARS
MOZZI by MARS
PROBE by BIG-GAME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배경과 동기가 있다면.
아고의 시작은 을지로에서 조명 유통업에 종사하던 이우복 대표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서울디자인재단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고, 프로젝트 과정 중에 서로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그는 조명을 유통하는 입장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리만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하거나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조명 브랜드가 없다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고, 동시에 국내의 잠재수요와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국내에 이 같은 브랜드 개발에 지표로 삼을만한 선례가 없다 보니 북유럽에서의 내 활동 경험이 브랜드와 제품개발 프로세스 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의 철학을 반영한 브랜드 설립을 한 번쯤 꿈꿔 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고의 론칭은 이러한 디자이너로서의 이상보다는 디자인 그리고 산업에 대한 책임과 사명감이 우선되었다. 내가 디자이너로서 얻은 경험들을 아고라는 브랜드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형태로 환원시키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로서 느끼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어떤 의미인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통해 ‘실용’과 ‘합리’적인 가치에 대한 해석이 명확해졌다. 예전에는 ‘실용’과 ‘합리’의 해석을 ‘기능’과 ‘절충’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북유럽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그 해석이 좀 더 선명해지면서 깊이 있는 디자인 철학을 작업들에 투영하게 되었다.
다국적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 인상적이다. 소개를 부탁한다.
아고는 현재 전 세계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컬래버를 진행 중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결과물들이 발표되었다.
BIG-GAME(스위스 로잔)
어거스틴(Augustin Scott de Martinville), 그레고리에(Grégoire Jeanmonod), 에릭(Elric Petit)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로 2004년 설립된 이후 알레시(Alessi), 헤이(Hay), 가리모쿠(Karimoku), 무지(Muji), 렉슨(Lexon), 네스프레소(Nespresso), 무스타슈(Moustache) 등의 글로벌한 기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단순하고 기능적이면서도 낙관적인 이미지의 작업물을 주로 선보이며, 어떤 환경에서도 어울리고 유용함이 강조된 디자인을 하고 있다.
JWDA(스톡홀름, 스웨덴)
스웨덴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요나스(Jonas Wagell)는 부드럽고 미니멀한 형태의 제품과 조명,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때로는 아트&디자인 디렉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메누(Menu), 노만 코펜하겐(Normann Copenhagen), 무토(Muuto)와 같은 북유럽 디자인 회사와 이탈리아의 타치니(Tacchini), 미국의 디자인위드인리치(Design Within Reach, DWR), 중국의 자오주오(Zaozuo) 등과 협업했다.
김진식(서울, 한국)
스위스 로잔국립예술대학교(ECAL)에서 럭셔리&크래프트맨십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로 돌아가 2013년 스튜디오 진식킴(Studio JinSik Kim)을 설립했다. 디자인, 조각, 설치 예술 등을 아우르는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건축적인 구조와 형태, 재질이 지닌 본질적인 요소와 순수성에 주목한다. 크리스토플(Christofle), 바카라(Baccarat), 에르메스(Hermes), 네슬레(Nestle), 볼론(Bolon), LG생활건강, <Wallpaper*> 매거진, 갤러리 서미(Gallery Seomi) 등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여러 회사들과 협업한 바 있다.
John Astbury & Tove Thambert(스톡홀름, 스웨덴)
TRIWA라는 시계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 있는 토베 탐베르트(Tove Thambert)와 스톡홀름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무토, 앤트레디션(&tradition), 스벤스크트 텐(Svenskt Tenn), 스카게락(Skagerak) 등의 브랜드와 협업한 존아스버리(John Astbury). 콘스트팍(Konstfack)에서 산업디자인을 함께 공부한 공부한 이 둘은 아고의 핀치를 위해 특별한 협업을 가졌다.
Studio Word(서울, 한국)
2018년 조규형과 최정유가 설립한 스튜디오 워드(Studio Word)는 서울과 유럽을 기반으로 그래픽, 제품, 가구,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메누, 이딸라(Iittala), 에르메스 쁘띠아슈(Hermes petit h), 루즈(Reuge), 메테(Mete), 낙낙(Naknak), 딤스(Dims), 예올(Yeol) 등과 일해왔으며 주변 환경과 오브제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한 발견, 전통과 현대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유용한 디자인 언어를 추구한다.
BYMARS(스톡홀름, 스웨덴)
콘스트팍(Konstfack)에서 산업디자인 석사 과정을 졸업한 디자이너 유화성이 2010년 스톡홀름에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 바이마스(BYMARS)는 가구, 조명 및 제품 디자인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작업한다. 밀라노의 Spazio Rossana Orlandi, 파리의 Le Lieu du Design,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 등에서 전시했으며, 2012 Elle deco lab talent designer, 2010 Swedish young design 등을 수상했다.
협업 프로젝트는 어떠한 프로세스를 거쳐 진행되는가.
우선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와 제품의 개발 방향을 협업하고자 하는 디자이너와 공유한다. 최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디자이너들이 최적의 아웃풋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제한해서는 안 되기에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제안받은 디자인 제시안들은 다각적 검토와 제품화 개발과정을 거쳐 최종 컬렉션 리스트로 선별된다. 협업 디자이너들과는 로열티 계약을 한다. 제조사 관점에서는 제품 개발과정에서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디자인 아웃풋에 대한 책임이 높아지는 장점이 있고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업무량에 비례하는 것이 아닌 성과에 비례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기에 합리적으로 보이는 계약관계라 생각한다.
대다수의 유럽 디자인 가구, 조명,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은 이러한 로열티 계약으로 협업하고 있다. 상호 귀속되지 않기에 브랜드들은 정체되지 않는 새로운 디자인을 찾을 수 있고, 디자이너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으로 경험과 역량을 늘려가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제품에서 나오며, 제품의 디자인은 협업하는 디자이너들에게서 나오기에 각 디자이너의 철학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만큼 협업 전 디자이너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목표하는 디자인 퀄리티를 창출할 수 있다.
조명은 단일 오브젝트로서도 중요하겠지만 비추는 대상 혹은 공간의 목적성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디자인 구상 시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 있다면.
조명의 기능이라는 것이 빛을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는 인공의 자연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비교할 수 없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존재하는 사물과 공간, 그리고 이들의 색과 형상을 가시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빛이고, 그러한 빛에 의해서 비로소 공간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조명에 대한 고민이 흥미로운 이유다.
조명은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아고의 조명은 공간의 목적에 맞게 그리고 공간과 어우러져 그 공간을 정의하는 요소가 되기를 바란다. 공간의 모습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며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러한 맥락의 흐름 그리고 공간의 트렌드를 읽고 적합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다.
조명 분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건축조명, 무대조명, 인테리어 조명 등의 분야 또는 오피스, 병원, 박물관, 카페 등 다양한 공간과 목적에 따른 디자인 전개가 필요할 듯하다. 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라이팅 디자인’이라는 표현은 사실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빛 연출 혹은 효과 등에 대한 디자인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빛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실내공간뿐만 아니라 건축 외부의 조명에 대한 세밀한 계획 등이 바로 라이팅 디자인의 영역이다. 어찌 보면 라이팅 디자인의 정확한 정의라 할 수 있다.
다른 의미로는 아고 혹은 아고의 참여디자이너들이 제안하는 조명기기 자체의 디자인 또한 라이팅 디자인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아고는 인테리어 디자인 조명이라는 분야에 초첨을 두고 있으며, 조명이 공간에 접목되는 방식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첫 번째 관점에서의 조명 디자인은 대상 공간과 목적이 주어진 상태에서 그 공간에 이상적인 조명 계획에 대한 디자인과 접근이라면, 두 번째는 조명 기구를 중심으로 사용될 공간을 예측하고 목표하며 제품을 디자인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같은 ‘조명’이라고 구분되지만 인테리어/건축조명과 장식조명 그리고 경관조명이나 무대조명과 같은 특수조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무대조명, 경관조명 등은 성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조명기기의 디자인이 사용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빛의 퀄리티를 중요시하며 빛을 디자인하는 순수 라이팅 디자인 영역에 해당한다. 우리가 다루는 인테리어 실내건축 조명에서는 조명기기 또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보니 빛의 퀄리티만큼 조명기기의 조형성 또한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렇기에 제품,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조명 기기를 디자인하고 있다.
PINCH by John Astbury and Tove Thambert
PROBE by BIG-GAME
Alley by Jonas Wagell
조명 제작 시 주로 어떤 소재와 공법을 활용하는지 궁금하다. 발열 문제나 전도성 등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요구될 것 같은데.
조명 제품설계에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전문 엔지니어의 설계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특히 LED 광원의 보급에 따라 발열에 대한 효율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정한 성능을 요구하는 조명기기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제약이 되기도 하며 최우선 사항이 되기도 한다. 아고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가공 테크닉의 활용 또한 디자인의 중요한 영역으로 보고 있다. 첫 번째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생산기술이 적용되었다. 아고와 함께하는 오랜 경력의 테크니션과 제조업체의 노하우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있다. 알루미늄, 스틸, 유리, 플라스틱 등을 사용하고 있다. 생산성이나 디자인에 의해 소재가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조명 디자인 브랜드가 없는 점은 아쉽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첨단산업 중심으로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의 가구 및 실내 조명 분야의 발전은 다른 분야의 발전 속도를 따르지 못했을 것이다. 패션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소비자들의 인식과 관심이 낮다 보니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 가구나 조명 브랜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점차 글로벌 해지는 시장 상황과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브랜드나 제품이 부족했던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리빙디자인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한국의 글로벌 브랜드의 부재가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디자인 가구, 조명 시장의 성장은 그리 역사가 길지 않다. 단편적으로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 시기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시도도 많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디자인 조명 분야에 있어서는 기억될 만한 브랜드가 없다. 신제품 개발과정에서의 시행착오에 대한 인내, 그리고 디자이너와 원활한 협업이 부족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프랑스 메종 오브제 등의 전시에서의 성과, 진행 과정 등이 궁금하다.
해외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도 아고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다. 아고의 첫 컬렉션에 협업해 준 디자이너들의 인지도 덕분에 이목을 끄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론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브랜드 이슈일 텐데, 이 부분에서는 기대 이상의 큰 성과가 있었다. 저희 협업 디자이너들의 명성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결과 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신생 브랜드로서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퀄리티 또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주목할만하다.
전시를 통해 사진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제품과 디자인 퀄리티를 직접 프레젠테이션 한 결과라고 본다. 이러한 성과는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이 되고 있다. 영국, 핀란드, 프랑스 등 유럽 시장의 주요 국가 뿐만 아닌 주변 국가로까지 판로가 확장될 것으로 본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대부분은 주로 유럽 제품들을 유통해왔고 한국의 제품을 유통해 본 경험이 적다 보니 ‘수입’ 업무를 많이 생소해한다는 것이다(웃음).
처음 브랜드 기획 과정에서 이미 목표했듯이 우리는 글로벌 마켓을 겨냥하는 브랜드다. 유럽에서의 론칭과 전시를 통해 유럽 시장 개척뿐만 아니라 미주시장 진출에도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고 이를 위해 준비 중에 있다.
PROBE by BIG-GAME
Ballon by studio-word
MOZZI by MARS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혹은 도전이 되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상투적인 표현일 수 있으나, 매 프로젝트가 도전이었고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스웨덴에서 개인 스튜디오로 활동해보고자 했던 젊고 무모한 도전과는 달리, 현재 아고의 모든 프로젝트들은 나의 경험을 모두 활용해야 하고 지금까지의 경력과 능력을 평가받는 큰 도전이라 생각한다.
최근 들어 IoT 분야가 일상 속으로 들어오며 모바일 앱 등을 활용한 조도 센서 컨트롤 등의 다양한 첨단 기술이 조명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아고의 의견이 궁금하다.
LED 조명 분야의 기술은 빠르게 발전, 변화하고 있다. 매해 LED 조명 기술은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IoT 분야가 조명에 접목되고 있는 것 또한 그렇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큰 관심사다. 보다 나은 사용성 혹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으니까.
분명 변화는 일어나고 있으며 나날이 조명과의 접목은 확대될 것이다. 우리 또한 주목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의 접목에는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기능의 필요성과 합리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판단을 하려 한다. 새로운 가능성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 적합한 적용 방법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아고를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안정화된 협업 프로세스를 통해 더 많은 브랜드들이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
빛의 이야기
빛은 마치 공기와 같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우리는 자주 그 소중함을 잊고는 한다. 빛이 없는 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그런 빛의 존재를 다루는 조명 디자인 분야는 분명 흥미로웠다.
동시에 빛은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 이야기는 아름다운 동화가 되기도, 때로는 우울한 새드무비 혹은 공포스러운 호러물이 되기도 한다. 빛의 색감, 밝기, 그림자, 반사 등의 요소들이 전혀 다른 반전의 이야기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빛이라는 무형의 객체를 설계하는 조명 디자인이 까다로운 이유다. 단순히 잘 짜인 오브제의 구조나 설계만으로는 작품을 완성시킬 수 없다. 마침내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오브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기 때문일 터.
조명이 들어오는 순간, 그리고 꺼지는 순간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찰나다. 영롱한 빛은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는 마법의 가루와도 같다. 마치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 끝에 마지막 조명을 밝히는 순간과도 같으리라. 조명 디자이너 역시 그 순간을 고대하고 기대할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내 완성시킨 작품에 빛이 들어오는 순간! 그 찰나를 말이다.
이번 토크를 함께 진행한 유화성 디자이너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그만의 정제된 구조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조명이 켜진 순간과 꺼진 순간, 각각 다른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작품에 빛이 담기기도 하고 새어 나오기도 하며, 반사되기도 한다. 함께 협업한 디자이너들 역시 그들만의 고유의 맥락이 빛을 통해 투영되고 있었다.
무심코 집안 거실의 조명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늘 그곳에 놓여있던 조명들이 오늘은 마치 내게 말을 건네오는 것 같다. 차분하게, 화사하게, 은은하게, 모두 서로 다른 이야기로 말이다.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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