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3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이용한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비롯해 매일같이 입고 사용하는 의류 및 생활용품들로도 전혀 새로운 제품들이 탄생한다.
일반적으로 ‘업사이클’, ‘새활용’이라 하면 이렇게 생산과 폐기 과정 모두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것들로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되지만, 자연적인 것에서부터 시작돼 모든 과정이 친환경적인 업사이클도 있다.
위켄드랩(WKND lab)은 단순히 오래 쓸 수 있는 지속성이 아닌, 제품이 버려진 후의 상황까지 통제가 가능하도록 친환경 소재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실천한다.
위켄드랩 이하린, 전은지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쓰레기와 환경문제를 다루는 위켄드랩의 이하린, 전은지 디자이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가장 큰 원인인 썩지 않는 문제점을 해결할 대체 물질을 만들고자 바이오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버려지는 식재료의 부산물을 이용해 2019년부터 우유, 꽃, 커피 찌꺼기, 콩, 오리알, 옥수수 껍질 등을 재료로 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최근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로 만든 ‘리코타(RICOTTA)’ 시리즈를 출시했다. 만드는 과정은 마치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데, 위켄드랩만의 특별한 노하우로 완성된다. 색을 입히는 과정을 제외한 모든 과정에 사용되는 재료들은 자연에서 얻은 천연 재료들로, 사용 후 버려지더라도 어떤 자연환경에서든 생분해된다. 위켄드랩이 추구하는 ‘제품이 버려진 후에도 통제가 가능한 지속가능성’은 바로 이런 거다.
위켄드랩은 식재료 부산물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제품을 디자인한다.
위켄드랩의 리코타 시리즈
‘내일을 위한 물질(Material for tomorrow)’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제품을 디자인하는 이들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제품이 버려진 후의 상황도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용자는 위켄드랩의 디자인과 제품 소비를 통해 지속가능성한 소비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
Q. 식재료 부산물을 활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학교 동기인 우리는 2018년 교환학생으로 각각 독일과 스위스로 떠나게 됐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다 보니 밥을 먹는 것부터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를 알아보는 일까지 전부 스스로 해결해야 했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각자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눈에 들어왔고, 이것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우리를 곤란하게 했던 것은 놀랍게도 음식물 쓰레기였다. 음식물 쓰레기에 관해 조사를 하다 보니 하루에 전 세계적으로 약 356만 톤 이상의 음식물 쓰레기가 버려진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플라스틱의 해양오염에 관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인 썩지 않는다는 점을 역이용해 잘 썩는 물질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2019년 본격적으로 바이오 플라스틱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식재료 부산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들
Q. 옥수수 껍질, 오리알, 콩, 커피 찌꺼기, 꽃, 우유 등을 통해 바이오 플라스틱을 선보였는데, 재료 자체가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시장에 나와있는 바이오 플라스틱 또는 업사이클 소재와 제품(예를 들어 PLA, 건축 쓰레기를 시멘트나 레진과 섞어 만드는 제품 등)에는 장단점이 있다. PLA는 플라스틱과 비슷한 물성으로 사출, 출력 등 가공이 용이하고, 시멘트나 레진과 섞는 경우도 모양을 잡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소재들은 버려진 후 분해되지 않거나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가 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제품들이 버려진 후 보통 매립지나 바다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에서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가 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그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제품을 제작하기를 원했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원재료는 자연에서 온 것들이 됐다.
Q. 프로젝트 및 재료 선정은 어떻게 하나
매체나 지인들과의 대화 또는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리코타 시리즈의 선행 연구인 ‘From Peels to Casein’ 프로젝트는 유제품과 낙농업이 발달한 스위스와 독일에서 생활하다 느꼈던 유제품 낭비 문제와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시작했다.
오리알 프로젝트는 제약회사에서 삶은 오리알에서 핵심 성분만을 추출하고 노른자, 흰자, 껍질을 포함해 약 90% 이상이 버려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행하게 됐다.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바이오 플라스틱
Q.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나
보통 일상생활 혹은 기사, SNS 등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으면 해당 소재를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쉼 없이 회의를 한다. 방향이 정해지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논문 등의 자료 서치를 통해 공부하고 직접 여러 번 테스트를 해본다.
Q. 여러 프로젝트 중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가장 특별한 프로젝트는 역시 리코타 시리즈다. 위켄드랩의 전신이 된 프로젝트도 낙농 폐기물을 이용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고,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위켄드랩을 설립하게 됐기 때문이다.
리코타 시리즈, 스툴과 사이드 테이블
Q. 제품의 내구성은 어떤가
어떤 원재료와 바인더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구성이 다르지만, 리코타 시리즈의 경우 최대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와 비슷한 강도를 가질 수 있다. 제품으로 제작된 후의 성질이나 특성으로는 습기에 약하고 자연환경에서 분해된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플라스틱보다는 목재에 가깝다. 관리 또한 목재와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Q. 리코타 시리즈의 주재료가 되는 우유는 어떻게 구하나
유럽에서 작업했을 때는 루체른(Lucerne) 지역의 농부들로부터 버려지는 우유를 받기도 했고, 호흐도르프 스위스 뉴트리션(HOCHDORF Swiss Nutrition AG)이라는 유가공업체를 통해 우유 파우더(mixed batch of unqualified milk)를 대량으로 제공받기도 했다.
한국에서 다시 본격적으로 리코타 시리즈 작업을 시작한 지는 약 4개월째로, 현재는 동네 슈퍼나 식당 등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제공받아 이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매일유업, 파스퇴르 등, 지속가능성 및 사회적 활동으로 잘 알려진 유제품 관련 기업들과 협업을 하고자 한다. 현재 협업 요청을 위한 자료 및 피칭 준비 중에 있다.
색을 입히는 과정을 제외한 모든 과정에 천연 재료를 사용해 어떤 자연환경에서도 생분해된다.
Q. 리코타 시리즈 작업 과정 중엔 위켄드랩만의 특별한 노하우도 담겨있다.
제작 과정을 쉽게 말하면 치즈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것처럼 산성물질을 이용해 탈지유에서 단백질과 유청, 유단백질을 분리하는 것까지는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방식과 거의 같고, 이후 우리만의 노하우로 작업이 이루어진다. 유단백질을 긴 사슬 형태의 폴리머로 바꾸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조한 염기성 천연재료와 섞는 작업 등이다. 순수한 단백질을 분리한 후에는 염료를 넣어 색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몰드 또는 손으로 형태를 만들어 건조한다.
Q.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나
무게로 책정된다. 10g을 기준으로 삼아 가장 저렴한 제품은 10g, 14,000원이다. 가장 고가의 제품은 목재로 만든 다리가 포함된 사이드 테이블로, 사이즈에 따라 30만 원대 내외로 책정하고 있다.
Q.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얼마 전 코로나19로 인한 졸업식 취소로 화훼농가에서 꽃이 대규모로 버려지고 태워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접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작업을 화훼 폐기물 제품으로 추진 중이다. 2020년도에도 꽃 폐기물을 다루었는데, 당시에는 화훼협회나 화훼농가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기가 어려워 중단이 됐었다. 현재 한국화훼 자조금협회와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접촉중에 있다. 보다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소재 개발뿐 아니라 좋은 제품을 생산하고자 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위켄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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