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인터뷰

[디자인 화제] 어른을 위한 동화, ‘별똥별이 내게 온다면’ 이야기그림작가 조은별 인터뷰

2020-12-28

스물여섯 살의 작가가 이웃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다음 인스타그램에 올려 온라인 전시를 열자 이를 본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어 달라고 DM을 보내왔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야기지만 또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뽑아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조은별 작가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물건을 버리고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라’고. 책의 내용은 물건이 어떻게 추억으로 변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어른을 위한 동화 ‘별똥별이 내게 온다면’의 이야기그림작가, 조은별을 만나보았다.

 

 

Q . 이야기그림작가라는 타이틀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그림작가란 무엇인가요?


이야기그림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스토리와 그림을 결합해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만든 작업을 말합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과 그림에 대한 서사를 설명할 수 있는 짤막한 글을 결합한 것입니다. 이야기그림작가는 그러한 이야기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요. 저도 그렇지만 제 또래의 친구들은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합니다. 그런 세대에게 좀더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야기그림을 기획하고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Q . 이야기그림작가로 활동하게 된 동기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미국에서 미술사를 전공했습니다. 학교 공부를 하면서 항상 생각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과거에 살았던 예술가들의 그림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당시의 역사와 사회상을 알려주는 것을 보면서 개인의 이야기가 사회와 국가, 혹은 세계의 역사를 알려주는 창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개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개인의 이야기를 모아서 한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고 마을의 이야기들이 모여서 한 나라의 이야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죠. 개인의 이야기는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방법으로 그림을 생각했죠.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습니다.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체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Q . 본인의 이야기 말고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받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은 개인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구성하여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처음에는 버리지 못하는 물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늘 제 가방 안에는 버려야 할 지 버리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다가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죠. 엄마는 늘 쓰레기 좀 버리라고 하는데, 저는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늘 쓰레기를 안고 사는 사람이 됐죠.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2-3년 전쯤에 <당신의 하우스 헬퍼>라는 웹툰을 영상화한 드라마를 보게되었어요.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아버지가 남긴 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안 가득 남들 물건들을 안고 사는 사람이었어요. 저하고 비슷한 사람이었죠. 그리고 제 또래 중에도 여주인공하고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여주인공을 위해 집안의 물건을 정리해주는 하우스 헬퍼가 등장하는데 그가 하는 일이 물건을 버리고 추억을 저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본 뒤에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버리고 그 물건에 담긴 기억을 추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그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쓸모 없지만 소중한 물건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을 추억으로 바꿀 방법을 찾았어요.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온라인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그랬더니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내온 분들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이 사연을 보내주시기도 했지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 다양한 사연이 메시지로 왔다고 들었는데, 이야기그림으로 나오는 사연들의 특별한 선별기준이 있나요?


특별한 이야기를 선택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사연을 고르고 있습니다. 제가 공감을 해야 그림을 그릴 때 좀 더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되고 제 시선이 따뜻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별하지 않아도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제 마음이 움직이지요. 

 

 

Q . 이야기에도 종류가 많은데, 이웃의 이야기를 계속 창작하게 되는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2019년 여름에 목포에서 전시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항구도시 목포를 더욱 목포답게 하는 선구용품들을 파는 전문상점들이 모여있는 선구거리를 지켜온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이야기그림을 그리는 전시회였습니다. 어르신들과 인터뷰를 할 때마다 대부분 저에게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그렇게 궁금한지 저에게 되묻곤 하셨습니다. 그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거리에서 혹은 한 상점에서 5-60년 이상 같은 일을 하며 한자리를 지켜온 어르신들이 왜 스스로를 보잘 것 없다고 하시는지 그분들이 얼마나 위대한 분들인지 알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에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정성을 들여서 이야기그림을 그렸습니다. 


선구거리 어른들의 이야기는 '선구마을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하고 전시가 처음 오픈하는 날 어른들을 모셔서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선구점 어르신들께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생에 처음 주인공이 된 기분을 느껴봤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이야기그림을 계속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죠.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이야기그림을 통해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선물하고 싶었거든요. 


그 후에도 그림을 그리고 보시고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중구 필동에서 오랫동안 생선구이 식당을 운영하시던 사장님께서는 전시가 끝난 뒤에 제 그림을 가져다가 식당 벽에 걸어놓고 지금까지도 흐믓하게 보고 계세요. 그런 분들이 계셔서 제가 이야기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 구상을 하거나 하는 부분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즐거웠고, 또 쓰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셨을 땐 어떻게 하셨나요?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을 본 적도 없고 그런 기분을 느끼기도 어렵지요. 그래서 대부분은 상상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어요. 내가 그 상황이면 어떨까 하면서 마치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상상도 하고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당시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이나 동영상 자료를 보면서 최대한 그분들이 이야기하는 소재를 제대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생각이 잘 나지 않을 때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면서 컨셉을 다시 잡기도 하고 틀을 다시 잡아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했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떠올리기도 하고, 제가 중간에 놓친 부분이 없는지 다시 정리하다 보면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하는지 감이 오기도 해요.  

 

 

Q . 에세이에 수록된 이야기 중 가장 좋아하시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첫 전시회를 열었던 선구마을 다이어리의 주인공이었던 분 중의 한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성공업사> 사장님의 이야기인데요. 처음 사장님을 만나서 인터뷰를 할 때는 눈매가 너무 매섭고 인상이 차가워 보여서 굉장히 무서웠습니다. 박카스를 사서 두 세 번 찾아 뵌 다음에야 인터뷰를 허락 받을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사장님하고 인터뷰를 하다 보니 반전 매력이 있는 분이었어요. 


반전 매력을 발견한 것은 쇠를 다루는 공업사와 어울리지 않게 가게 앞에 색색깔의 꽃들이 가득 담긴 화분을 보면서부터였습니다. 꽃을 가꾸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겠구나 싶었지요. 그러면서 사장님을 바라보니 새로운 면이 많았어요. 거대한 닻은 붉은 녹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닻의 양 끝에 귀여운 목장갑을 껴 놓은 걸 보았어요. 혹시 사람들이 오다가다 날카로운 닻에 다칠까 걱정이 되어 감아놓은 거라고 하셨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였습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예쁜 꽃을 보고 행복한 마음을 갖기를 바라고, 혹시 지나가다 베이기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서 목장갑을 씌워놓은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Q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2019년에 첫 전시회인 '선구마을 다이어리'를 목포에서 열었고 가을과 겨울에는 서울 중구의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린 이야기그림 전시회를 두 번 더 열었습니다. 올해에는 코로나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서울시민청에서 전시회로 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제 그림 속의 주인공이 된 어른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이번에 첫 책을 만들었습니다. 


내년에는 두 가지 계획을 하고 있는데, 한 가지는 목포의 또 다른 오래된 거리의 어르신들을 인터뷰해 이야기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건어물 거리의 이야기'를 이야기그림으로 그릴 예정입니다. 또 다른 계획은 책을 읽고 자기 이야기를 보내주는 분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다음 번 책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책이 많이 팔리면 실행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제가 그리는 이야기그림의 주인공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Q . 작가님의 책에는 따듯한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아마 covid 19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독자분들도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으셨을 것 같은데, 이 책의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코로나블루로 우울지수가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자주 행복을 느낄수록 행복지수가 더욱 올라간다고 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더욱 많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 책을 통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는 따뜻함을 선물 받으시길 바랍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어린 시절 별똥별을 보면서 빌었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시기를 바랍니다. 

 

 

작가 소개


조 은 별

뉴욕 주립대 Binghamton University에서 Art History를 전공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주변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개인과 사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이야기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남기는 중이다. 지금까지 개인 전시회 3회와 단체 전시회 1회를 개최했다.


'사사이람' 2020. 11.
예술가들과 함께 나이 듦과 삶의 이야기를 예술로 공감하는 서울시 프로젝트

'선구마을 다이어리' 2019. 7
목포의 선구거리를 지킨 오래된 가게의 주인공들의 삶을 이야기그림으로 전시

'북킹페스티발' 2019. 10
서울 중구 필동사람들의 이야기 그림 전시 

'나는중구에삽니다' 2019. 11
서울시 중구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과 살아온 이야기를 이야기그림으로 전시

 

글_ 박아름 취재기자(par@jungle.co.kr)

사진제공_ 조은별 이야기그림작가


 

facebook twitter

#이야기그림작가 #조은별 #별똥별이내게온다면 #관계의소중함 #마음이따듯해지는책 #책추천 #이야기그림 #어른을위한동화 #조은별첫에세이 

박아름 기자
트렌디한 디자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