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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현된 아티스트들의 플로어플랜

2020-12-08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전시와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대신하는 공간이었고 온라인 전시는 대면 전시를 대신하는 수단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늘 실물을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따랐고, 그것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기도 한다. 이제 바이러스 시대를 살게 된 우리는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다양한 작품을 표현하고 선보이기 위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창작자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 그리고 관람객에게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탐구하고자 하는 전시가 열린다. 동시대 예술을 실천하는 이들이 연대해 만든 출판사이자 온라인 플랫폼 더플로어플랜의 첫 번째 온라인 전시 ‘당신의 플로어플랜(Your Floorplan’이다.

 


’당신의 플로어플랜’ 포스터

 

 

온라인 플랫폼을 탐구하고, 언택트 시대의 사고와 발상을 전환해 예술을 지각하는 방식을 다각화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전시 공간을 통해 창작자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건데, ‘실제(real)’의 대체를 위한 온라인 전시와는 접근 자체가 다르다. 

 

전시는 작가들이 각자의 머릿속에 ‘플로어플랜(Your Floorplan, 도면)’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 작가들에게 자신의 플로어플랜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물리적인 시·공간 즉, ‘실제’ 무대가 아닌 2차원적 모니터 위로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지 상상하길 제안한다. 작가들은 온라인을 재현의 틀로 두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한다. 모니터 위의 공간은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이 되고, 온라인에 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은 예술작품의 디지털 복제가 아닌 작품 그 자체가 된다. 

 

더플로어플랜 온라인 플랫폼은 전시의 공간을 소개한다. 온라인 전시 공간은 기존 온라인 전시의 선형적, 순차적, 일방적 디스플레이 형식 및 구조와는 차별화된 형태로 디자인, 개발됐다. 우리가 물리적 공간에서 전시를 볼 때 자유롭게 이동을 하고, 책을 읽을 때 읽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듯이 자연스럽게, 선택 가능한 예술 경험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에는 강현선, 골딘+센네비(Goldin+Senneby), 리암 길릭(Liam Gillick), 김다움, 홍승혜 작가뿐 아니라 진달래&박우혁 디자이너, 유현준 건축가, 장영규 음악감독, 정지돈 소설가 등이 참여해 자신들의 창작의 바탕이 되는 플로어플랜을 재현하고, 유연한 사고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각자가 해석하는 공간과 예술을 선보인다.

 

강현선, <잠자는 모뉴먼트(A Sleeping Monument)>, 2020, 인터랙티브, 3D 오브제, 무제한 기간(infinite duration)

 


김다움, <24/7 앰비언트 라디오(24/7 Ambient Radio – Music To Space Out To)>, 2020 -, 인터넷 라이브 스트림 채널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통해 관람객을 추상적인 공간으로 초대하는 강현선 작가는 마우스로 주인공을 움직이며 공간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 공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묻고, 관계들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김다움 작가는 다른 시간과 공간에 있는 관람객에게 개입하고 침투하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스테이션을 선보여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홍승혜, <유기적 기하학(Organic Geometry)>, 2020, 29개 이미지, <자화상 (Autoportrait)>, 2020, 플래시 애니메이션, 1:10

 

 

홍승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의 클릭에 의해서만 시작되고 작동되는 인터랙티브 작업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화면에 나타난 ‘CLICK EACH’를 클릭하면 사각형의 도형이 나오고, 클릭할 때마다 그리드 모양의 픽셀을 기반으로 한 여러 형태들이 등장한다. 작가의 자화상을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은 예술작품의 아우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가상공간으로부터 생명의 유형적 경험과 생물학적 한계에 대한 것에 관심을 갖는 골딘+센네비는 CT 스캔 비디오를 통해 유형적이거나 가상적인 몸체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움직임에 대한 상상과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고, 리암 길릭은 수평적 오피스 풍경과 수직적 단어 조합으로 작가가 지닌 공간감과 구조적 이해에 대한 플로어플랜을 나타낸다. 

 

진달래&박우혁 디자이너의 도형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정물화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지만 실제가 아니고 입체처럼 보이지만 입체가 아닌 가상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정물화로, 실제와 가상의 개념적 경계, 각 공간에서의 태도에 대해 묻는다. 

 

진달래&박우혁, <스틸 라이프(Still Life)>, 2020, 단채널 비디오, 1:00

 

유현준, <버추얼 갤러리를 위한 드로잉>, 2020

 

 

유현준 건축가는 그가 디자인하고 구축한 버추얼 갤러리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이루어진 드로잉을 선보인다. 실재적, 물리적 기반에 바탕을 두지 않고 실제 공간과 평행하게 존재하는 인터넷 속 공간은 사람들 간의 연결과 협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 소리와 밴드를 결합한 광고음악으로 잘 알려진 ‘이날치’ 멤버이자 <곡성>, <부산행>, <보건교사 안은영> 등의 음악을 감독한 장영규 음악감독도 참여, 여러 층위의 사운드를 쌓아서 구축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경험시켜주고, 정지돈 소설가는 에세이 소설을 만들어 언어로 된 평면도이자 문학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여준다. 

 

더플로어플랜 온라인 플랫폼의 ‘보드(Board)’에서는 관객을 초대해 ‘민주적’ 온라인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새로운 틀이 전통적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어떻게 관객을 해방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진다. 누구든지 포스팅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관람객은 자신의 작업을 포스팅할 수 있고, 이 작업은 참여 작가들의 작업과 함께 출판된다. 

 

2021년 출판물로 제작, 출판물 형식의 전시로 이루어지는 등 오프라인에도 개입하며 예술의 틀을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전환의 과정’을 거치는 이번 온라인 플랫폼 전시는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 안에서 예술을 선보이는 틀이자 예술을 경험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탐색하며 발전시키고자 한다. 

 

‘공간 없는 공간이자 예술 플랫폼’으로서 기존의 예술 체제를 변주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더플로어플랜은 내년 상반기 김성원 큐레이터(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의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이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초청 큐레이터의 기획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온라인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시대에 예술의 경험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진화에 대해 묻는 ‘당신의 플로어플랜’은 12월 31일까지 더플로어플랜 온라인 플랫폼(thefloorplan.net)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당신의 플로어플랜(Your Floorplan)’
전시 기획: 변현주 
전시 디자인: 신덕호
전시 공간 개발: 오예슬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더플로어플랜(thefloorpl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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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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