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재료로 표현된 정원에서의 대화법

2020-10-30

심미적인 목적으로 완성되는 정원은 주변환경과 주거형태의 문화를 포함한다. 사는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반영된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정원이 주변에도 있다면 좋겠지만, 이상과 현실은 맞닿기가 힘들다. 그리하여 도심 속 정원에 대한 부족한 욕구를 채워줄 만한 전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블루메미술관 전시 전경

 

 

지난 10월 7일부터 블루메미술관에서는 정원문화를 현대미술로 재해석한 네 번째 전시 ‘재료의 의지-정원에서의 대화’가 펼쳐지고 있다. 정원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시작된 ‘재료의 의지-정원에서의 대화’ 전은 모두가 상상하는 보편적인 정원의 모습은 아니지만, 뜰이란 함축적인 의미가 담고 있는 자연을 소재로 완성된 정원의 모습을 선보인다.

 

블루메미술관 전시 전경

 

 

참여작가는 제닌기, 김지수, 최병석 등이다. 작가들은 정원에서 인간과 자연이 소통하는 방식과 관계에 대해 주목했다. 생명력을 갖는 자연 속 재료와 정원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물질적 재료를 가지고 작품을 완성했다. 그들은 무언가에 바탕이 되는 ‘재료’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정원이란 맥락을 포괄한 존재와 관계 방식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재료와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키게 한다. 

 

최병석, 〈피곤한 사각형〉 합판, 황동, 가변크기 2020

 

 

합판과 황동을 소재로 한 유기적 형태의 조형물은 최병석의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작품에 가미해 얇은 합판들을 구부리거나 마는 방법을 택해 하나의 구조물로 완성했다. 재조립의 과정을 통해 재료 본래의 형태를 변형하며, 선과 면이 교차하는 비정형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원 또는 사각형의 단위화된 도형을 이루며 상호유기적 관계를 이루는 형태의 모습을 갖는다. 구조물의 개체들은 일련의 규칙을 형성하며 새로운 공간으로의 확장을 유도한다.

 

최병석, 〈피곤한 사각형 2〉 합판, 45×20×45cm 2020

 

 

미술관 벽면에 설치된 평면 구조의 합판과 마치 드로잉처럼 느껴지는 입체적인 구조물들은 정원 내에 공존하는 서로 다른 자연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유선형적인 조각들을 규칙적으로 설치해 정원 안의 군집 같은 자연 형태를 산출해 낸다.

 

작가 김지수가 미술관의 블루밍메도우에서 냄새를 채집 중이다.

 

 

김지수 작가의 작품 〈채집정원〉은 ‘태초의 이끼로 뒤덮인 숲에서 방금 걸어 나온 듯한 체취’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작가는 식물의 다양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에서 영감을 받는다. 그 후 식물에서 추출한 추출물을 활용해 식물과 사람의 냄새를 통해 서로 교감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자연에서부터 직접 향을 채취하는 수공예적인 반복행위로 이루어진 작품에는 작가만의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그 행위가 습관적인지 관념적인지 전략적인지는 상관없다. 반복적이고 일관된 행위의 독특한 조형 방식을 통해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경계지점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완성된 결과물들은 제작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며, 물리적 노동집약을 통한 반복된 행위가 가미된 영역 안으로 관중을 개입시킨다. 

 

김지수, 〈공중정원〉 이끼, 향, 이끼센서, LED, 천 위에 드로잉, 나무, 650×650cm 부분 2017

 

 

여러 개의 섬이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은 〈공중정원〉이다. 식물과 그 주변을 이루는 환경적 요소 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요소 중 교감을 단면적으로 작품에 담아내었다. 수분을 머금고 퍼져나가는 이끼와 냄새의 상호관계를 토대로 모든 작업에는 작가만의 재료와 정원의 재료를 대비시킨다. 전시 공간의 공감각적인 상황 속에서 생태계에서 가장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이끼가 겪는 미세한 변화와 감각들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제닌기, 〈정원에서 자기-자르기〉 나무각재, 퍼티 실리콘, 인조모, 인조손톱 등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작가 제닌기는 하나로 대상화된 사물로서의 재료가 아닌 소통을 이끄는 요소로써 집중한 재료라는 의미를 더하는 작품 〈정원에서 자기-자르기〉를 선보인다. 나무각재, 퍼티 실리콘, 인조모, 인조손톱 등 인간을 연상케 하는 재료를 통해 작가는 자연의 일부인 인간과의 소통을 이끌어 낸다. 재료가 지닌 본연의 속성을 극대화하며 사물의 표면을 뒤덮는 작업을 선보인다.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사물에 생명력을 더하며 한정적인 시각의 경계를 허물어 낸다. 

 

필립앤노아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미미키트

 

 

전시 이외에도 블루메미술관에서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이번 전시를 재해석한 연계 교육프로그램 ‘미술관으로 이사가는 날’은 미생물, 이끼, 버섯, 쥐며느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정원의 생명체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필립앤노아와 협업해 개발한 미미키트를 활용한 수업도 진행된다. 필립앤노아는 세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미술 놀이를 좋아하는 두 아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창의융합형 미술 키트 브랜드이다. 
코로나19 예방수칙을 따라 5세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미미키트를 활용한 온라인 수업 프로그램 ‘미술관 속 미생물’이 진행되며 전시에 관련된 콘텐츠를 시의적으로 해석한 스토리북과 영상이 함께 제작되어 제공된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이외에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도 마련된다.
‘미술관 문화가 있는 날’에서는 보타니컬 스튜디오삼의 김석원 대표가 함께한다. 정원에 관련된 전시를 함께 산책하며,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김석원 대표가 느끼고 경험한 가드닝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블루메미술관 홈페이지(bmoca.or.kr/Education)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열린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블루메미술관

 


 

facebook twitter

#정원미술 #블루메미술관 #재료의의지 #정원에서의대화 #가드닝전시 #정원전시 

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