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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가 즐기는 전시

2020-10-28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매해 늘어남에 따라 어느덧 반려동물 가구의 수가 천만을 넘겼다. 반려인의 지속적 증가는 반려동물을 가족 혹은 자신과 동일시하는 펫팸족(Pet+Family, 펫미족(Pet=me) 이란 단어를 만들었으며, 일상에서 상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맞춰 도심 안에서 반려인과 반려견이 함께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전경 ⓒ 박수환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2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사람과 개가 함께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참여가 가능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가 펼쳐졌다. 이번 전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되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전경 ⓒ 박수환

 

 

참여 작가는 권도연, 김경재, 김세진, 김용관, 유승종, 정연두, 조각스카웃, 데멜자 코이, 데이비드 슈리글리, 데이비드 클레어보트, 베아테 귀트쇼, 엘리 허경란, 한느 닐슨&비르기트 욘센, 김정선X김재리, 남화연, 다이애나밴드, 박보나, 양아치, 데릭 저먼, 안리 살라 등이다.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로 완성된 작품을 비롯해 영화 3편이 공개되었다. 

 

조각스카웃, 〈개의 꿈〉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 박수환

 

 

미술관 마당에 설치된 작품 〈개의 꿈〉은 마치 도그 어질리티(dog agility, 장애물 경주)를 연상케 한다. 추상적인 형태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공간은 개를 위한 미래의 숲을 상상해 만들었다고 한다. 반려견과 반려인에게 놀이터처럼 익숙하면서도 조형물이 주는 낯선 경험을 통해 미술관을 자연스럽게 접하게끔 하였다. 

공간을 완성한 조각스카웃은 5명 모두 조소를 전공한 프로젝트 그룹으로 입체미술이 갖는 한계에서 탈피한 동시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용관,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 박수환

 

 

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개는 적록색맹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 김용관은 개의 시각을 고려한 작품을 선보였다. 〈알아둬, 나는 크고 위험하지 않아!〉는 처음 접하는 물건에 대해 개들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한 의문점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물건에 대해 개들은 쉽게 다가서지 못하지만,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곁들어지면서 본래의 용도가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과 하나가 된다. 

숲의 다채로운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없는 개들을 위해 작가는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이뤄진 작품 〈푸르고 노란〉을 전시했다. 그 외에도 파란색과 노란색을 교차로 배열한 영상작품 〈다가서면 보이는〉을 통해 개만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색을 작품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김경재,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 박수환

 

김경재,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 박수환

 

 

건축가 김경재는 개를 위해 제작한 공간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을 선보였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거실은 과거의 일반적인 관계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요소들을 담고 있다. 협동작업을 통해 사람의 시선과 개의 시선이 함께 머무는 설치물은 서로의 관계를 보여주는 도식(diagram)을 담고 있다. 


낮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설치된 〈회의실〉은 모든 것들이 사람에게 맞춰져 있는 공간에 대해 개들의 시점에서 보고 착안해 완성된 공간이다. 견주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공간이지만 개와의 친밀감을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며 서로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정연두,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 애견사료, 혼합재료 156×133×99cm 2020 ⓒ 박수환

 

 

전시장에 설치된 3마리의 개 조각품은 작가 정연두의 〈토고와 발토-인류를 구한 영웅견 군상〉이다. 1925년 알래스카 극한의 추위 속에서 전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개 썰매를 끌어 면역 혈청을 옮긴 토고와 발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들이 좋아하는 사료로 만들어진 군상을 통해 미술관에 방문한 개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승종, 〈모두를 위한 숲〉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 박수환

 

 

조경가 유승종은 식물과 자연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가져온 〈모두를 위한 숲〉을 선보였다. 전시장이라는 제약적인 공간 안에서 완벽한 숲을 구성할 수는 없지만, 조경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숲의 습도와 소리를 그대로 담아 최대한 숲의 모습을 꾸며냈다. 

 

 

엘리 허경란, 〈기다릴 수 없어〉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35초 2017

 

 

엘리 허경란은 〈기다릴 수 없어〉, 〈말하자면〉 두 가지의 영상작품을 전시했다. 〈기다릴 수 없어〉는 런던 첼시 앤 웨스트민스터 병원 공모전에 당선된 프로젝트이다. 동물병원에서 대기 중인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대기실에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로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말하자면〉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반려견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이다. ‘No dogs in the playground’라고 적힌 표지판 앞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개들의 모습에서 영역의 구분과 반려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남화연, 〈Curious Child〉 2020

 

 

전시 기간에는 작품 전시 이외에 퍼포먼스가 함께 진행되었다. 김정선X김재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춤과 신체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탐색하는 작업 〈신체풍경〉을 선보였다. 그밖에 반려 로봇 아이보와 미술관을 산책하는 남화연의 〈Curious Child〉, 다이애나밴드의 〈숲에 둘러서서〉 등을 비롯해 작가 양아치는 반려조 앵무새와 함께한 퍼포먼스 〈창경원 昌慶苑〉을 선보였다. 박보나는 관람객과 반려동물에게 저녁 식사 재료를 제공하는 〈봉지 속 상자>를 진행해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스크리닝 프로그램은 ‘개, 달팽이 그리고 블루’라는 주제로 마련됐다. 데릭 저먼의 〈블루〉(1993), 안리 살라의 〈필요충분조건〉(2018), 장뤼크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2014) 등 영화 3편이 상영됐다. 

 

이번 전시는 가족 구성원이자 일부로서 반려동물인 개를 미술관에 관람객으로 함께해 현대사회에서 반려의 의미와 반려견이 함께할 수 있는 공공장소의 한계점에 대해 고민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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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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