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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주간 칼럼] <한글폰트>는 ‘공공재‘다. 국가가 관리하고 국민들에게 무상배포하라!!!

2020-10-08

정석원 편집주간

 

 

<한글>은 백성들을 위해 세종대왕이 만들었지만, 오늘날 백성들은 거금을 주고 <한글>을 써야하는 처지가 되었다. 폰트에 대한 저작권 시비를 하면서 합의금조로 수백만원대의 패키지상품 구매를 강요하는 일부 몰지각한 폰트제작업체라는 ‘괴물체’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한글>이거늘... 백성들이 마음놓고 쓸 수 없다니 그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한글 폰트>는 각종 인쇄물과 전자책, 웹 페이지, 디자인 제작물 등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산소’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다. 전통적인 고딕체, 명조체 뿐만아니라 고서적의 목판글씨, 손글씨를 흉내내거나 만화 캐릭터의 특징을 담은 폰트까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한글폰트는 이제 수천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컴퓨터를 사용자는 누구든지 폰트파일을 사용하지만 그 사용법이 적법한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폰트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이지만 글자체, 즉 폰트디자인 부분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인 저작물로 보고 있지 않다는 기본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폰트 파일 저작권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피해사실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저작권 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의 폰트 사용도 결코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 최근들어 한 폰트제작업체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속성 상 이러한 시비가 생기면 기관장이나 담당했던 공직자의 위상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소리없이 처리하려는 경향이 많다. 심지어 모든 책임을 디자인회사 등에 전가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아직 본격적인 소송전이나 갈등이 표면에 드러난 것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지난 2월 서울시교육청이 폰트제작회사와의 저작권 침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대법원까지 승소했다는 소식은 법원이 가이드 라인을 정해준 사례로 폰트사용자인 국민의 승리를 암시하고 있다.

 

최근 저작권 걱정없는 무료폰트 배포가 붐을 이루고 있긴 하지만, 아직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종류나 질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주도를 하고 있고,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도 이에 합류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도 사회공헌 사업 차원에서 무료폰트를 배포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폰트제작업체가 무료폰트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는 엄청남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개인적 용도’에는 ‘무료’라고 배포해 놓고, 라이선스 범위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감춘 다음 함정에 걸리면 ‘상업적인 용도’에 사용했다면서 단속을 해서 비싼 합의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런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국민이나 소상공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소상공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영세한 폰트제작업체의 땀흘린 댓가도 보상해줄 수 있는,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야 한다. <한글 폰트>는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고 이를 전량 수매해서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배포해야 한다. <한글 폰트>도 도로·항만·공항·철도·전기·통신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위해 위대한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였거늘, 오늘날 백성들이 <한글 폰트>로 인해 고통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모든 국민들이 <한글>을 편하게 사용하듯, <한글 폰트>도 마음놓고 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한글>이 우리 민족의 유산이듯, <한글 폰트>도 우리 국민 모두의 유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한글> 뿐만 아니라 <한글 폰트>까지도 모두를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한글 폰트>로 인해 국민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코로나만이 고통의 전부가 아니다. 그동안 <한글 폰트>도 국민들에게는 심각한 고통이었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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