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7
부캐는 더 이상 ‘게임 상의 원래 캐릭터 이외에 또 다른 부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됐다. 또 다른 나로서 부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더 어필하기 위해 부캐를 활용하는 시대가 된 것. 이러한 트렌드는 기업의 브랜딩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주력상품 외에 연결지점이 없을 것 같은 카테고리로 제품을 확장하고, 주업종과 직결되지 않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시도가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력상품보다 더 인기 많은 굿즈
많은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굿즈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브랜드의 제품보다 더 인기를 끄는 굿즈들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곰표를 들 수 있는데, 2018년 출시돼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곰표의 굿즈는 곰표 밀가루의 북극곰 캐릭터와 로고 디자인, 실제 제품에 사용됐던 패키지 디자인을 활용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메모지, 스케치북 등의 문구류부터 티셔츠, 패딩 재킷 등의 의류를 포함해 화장품까지, 곰표라는 타이틀로 출시된 굿즈들은 젊은 세대들에게 ‘갖고 싶은’ 아이템이 됐다.
곰표의 굿즈 (사진제공: 대한제분)
곰표의 맥주도 빼놓을 수 없다.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곰표 밀 맥주는 완판 신화를 기록했고, 곰표 팝콘, 곰표 나초 등과 함께 곰표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이제 ‘곰표’하면 밀가루뿐 아니라 곰 그림이 그려진 굿즈와 편의점 냉장고에 진열된 맥주가 떠오르니 말이다.
빙그레 꼬뜨게랑 유튜브 (사진출처: 빙그레)
빙그레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식품 이외의 여러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선보였다. 메로나는 사각으로 이루어진 메로나 특유의 모양을 그대로 살린 칫솔과 수세미, 치약 등의 굿즈를 만들었고, 휠라와의 협업으로 메로나 운동화를 출시하기도 했다. ‘꼬뜨-게랑(Côtes Guerang)’은 빙그레가 만든 패션 브랜드로, 꽃게랑을 재해석한 의류 및 패션 아이템을 내놓았다. 모델은 패션 아이콘으로 꼽히는 지코. 꽃게랑 스낵 모양으로 디자인한 로고가 적용된 선글라스, 티셔츠, 로브, 백, 마스크 등의 제품은 큰 인기를 끌며 완판 됐고, 34년된 꽃게랑의 이미지를 힙하게 했다.
바디로션, 핸드크림 등 코스메틱으로도 출시된 바나나맛 우유는 여러 제품으로 출시됐을 뿐 아니라 환경을 주제로 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페트병 분리배출을 쉽게 도와주는 분바스틱 펀딩을 진행했고,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단지세탁소를 오픈해 재활용 용기 세척 경험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움직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최근 빙그레는 이색적인 마케팅으로 MZ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빙그레 왕국’의 ‘빙그레우스’를 통해서인데,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외모에 빙그레 제품들로 이루어진 왕관과 액세서리 등을 착용한 채 SNS에 등장한 빙그레우스는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게 됐다. 빙그레우스를 중심으로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 투게더리고리경, 끌레도르 등 빙그레의 대표 제품들을 캐릭터화한 인물들이 펼치는 이야기를 통해 빙그레는 젊은 세대들에게 또 다른 감성을 선사하고 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호치 캐릭터 (사진출처: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나라홈데코와 협업해 삼양라면 이불을 선보였고, 온라인 쇼핑몰 삼양맛샵을 통해 삼양라면, 불닭볶음면 굿즈 등을 판매하고 있다.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 제작도 활발하다. 2014년 개발된 불닭볶음면의 캐릭터 ‘호치’는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화장품, 핫팩, 마스크 등의 굿즈로 탄생했다. 지난 6월 40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라인 메신저용 이모티콘으로 개발되기도 한 호치 캐릭터는 앞으로 게임 등 콘텐츠 분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이벤트 상품은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는데, 그중에서도 지난 여름 선보인 서머 레디 백은 유난히 더 큰 이슈가 됐다. 해당 상품을 받기 위해 마시지도 않을 음료를 수 십 잔 산 고객이 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고, 프리퀀시를 다 모아도 상품을 받기가 어려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커피 프렌차이즈들 사이에선 프리퀀시 상품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연말엔 많은 프렌차이즈들이 프리퀀시 상품으로 다이어리를 선보이는데 그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지난해에도 스타벅스를 비롯해 파스쿠찌, 할리스, 카페베네 등의 커피전문점이 각 브랜드의 개성을 담은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의 다이어리를 출시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특별한 공간에서 뽐내는 브랜드의 매력
공간을 활용한 브랜딩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콘셉트 스토어, 팝업스토어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것으로, 직접을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브랜드 및 제품을 알리기 위한 굿즈, 콘텐츠 전시 등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서식품의 팝업카페 '모카라디오' (사진출처: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2015년부터 ‘모카다방’, ‘모카책방’, ‘모카사진관’, ‘모카우체국’, ‘모카라디오’ 등의 팝업카페를 선보여왔다. 커피뿐 아니라 각 콘셉트에 맞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 특징. 개인의 취향에 맞는 커피는 무료로 맛보고 공간의 콘셉트를 체험할 수 있는데, 지난해 합정동에서 운영됐던 모카라디오는 라디오방송국처럼 모카DJ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했으며, 소비자들이 직접 모카라디오 광고를 만들어보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따뜻한 사연이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시몬스가 창립 150주년을 맞아 성수동에 오픈했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침대는 팔지않는 침대 가게’로 화제를 모았다. 시몬스 침대 대신 점프 슈트 등의 작업복, 안전모, 공구, 문구류, 라이프스타일 굿즈 등을 선보인 이곳은 이국적인 외관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재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시몬스 테라스에서 운영되고 있다.
모나미 잉크랩 (사진: Design Jungle)
모나미는 다양한 콘셉트 스토어를 통해 소비자가 여러 공간에서 각기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지와 인사동에 있는 ‘스토리연구소’는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와 나에게 맞는 상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소통과 체험의 공간이다. 부산 ‘워크룸’은 프리미엄 모나미 제품을 비롯해 세계적인 문구 명품을 선보이고, 에버랜드 ‘꿈의 공장’에서는 직접 펜을 조립하고 만드는 추억을 함께 선사한다.
모나미의 잉크랩은 나만의 만년필 잉크를 만들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체험 프로그램으로, 컬러 배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상을 만들 수 있다. 모나미는 펜, 패브릭마카, 데코마카, 컬러트윈브러쉬 등을 활용한 드로잉, 캘리그라피, 일러스트 등 다양한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잉크랩을 선보여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잉크 색상을 만들게 하고, 클래스를 통해 펜으로 쓰고 그리는 재미를 전하는 모나미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시켰다.
하이트진로는 두꺼비의 재등장으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는 레트로 감성을 선사한 진로소주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의류, 가방, 휴대폰 액세서리 등의 굿즈를 선보였고, 이는 애주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았다. 참이슬팩소주의 모양을 꼭 닮은 참이슬 백팩은 완판을 기록했고, 두꺼비 피규어를 비롯한 다양한 굿즈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높은 인기를 끈 하이트진로의 굿즈는 다양한 콘셉트로 온라인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사진출처: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첫 번째 팝업스토어 어른이 문방구 '두껍상회' (사진출처: 하이트진로)
이러한 관심으로 하이트진로 굿즈를 판매하는 ‘어른이 문방구 두껍상회’도 오픈했다. 성수동에 위치한 두껍상회는 국내 최초 주류 캐릭터샵으로, 두꺼비 피규어 등 하이트진로 굿즈 40여 종을 전시, 판매한다. 오는 10월 25일까지만 운영된다.
카페로 더 유명한 장소
코오롱인더스트리FnC는 지난해 10월 청계산 자락에 좀 특별한 공간을 선보였다. ‘솟솟618’로,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의 콘셉트 스토어인 이곳은 코오롱스포츠의 상록수 로고를 한글로 표현한 ‘솟솟’에 청계산의 높이인 ‘618m’를 더해 ‘솟솟618’이라 이름 붙였다. 1층은 카페 올모스트홈 공간으로 건강한 음료를 마시며 등산의 감성을 즐길 수 있다. 지하1층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제품들을 함께 진열해 역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했고, 제품 대여공간을 마련해 등산을 하는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해 11월에 낙원상가에 ‘솟솟상회’를 오픈했다. 코오롱스포츠의 두 번째 콘셉트스토어로, 뉴트로를 콘셉트로 공간을 꾸몄다. 기존의 매장에서 쓰이던 집기들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헤리티지 상품과 시즌 상품, 굿즈 등을 선보이며, 연도별 이슈, 광고 등을 전시, 브랜드 히스토리를 전한다.
을지로에 위치한 을지다락과 을지다방 (사진: Design Jungle)
을지다락 1층 을지다방 (사진: Design Jungle)
코오롱FnC는 지난 2월 을지로에도 멀티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의 카페 겸 매장, 전시장 겸 문화공간을 오픈했다. ‘을지다락’이라는 이름으로 을지로의 분위기와 특징을 잘 살린 공간이 독특하다. 1층은 올모스트홈 카페를 을지로의 감성에 맞춘 ‘을지다방’이다. 원단, 실, 재봉틀이 디스플레이된 공간에서는 올모스트홈 카페의 굿즈가 판매되기도 한다. 을지다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도 유명해졌다.
2층 을지다락에서는 코오롱FnC 브랜드 제품들이 진열된다. 공간마다 다른 콘셉트로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가 을지로의 이야기와 함께 전시된다. 공간 곳곳에서는 건물의 오랜 세월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을지다방과 을지다락에서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한 전시, 이벤트 등이 진행되기도 한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달 전시와 문화콘텐츠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전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오픈했다. 전에 없던 방식으로 스토어 아이덴티티를 선보이는 이곳에선 시즌별로 다양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코오롱FnC가 선보이는 공간은 가보고 싶은 곳이자, 무언가 새로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제일기획은 생활밀착 신물물 상점 '제삼기획'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 제삼기획)
‘광고’하면 떠오르는 제일기획도 ‘제삼기획’의 론칭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온라인 쇼핑몰 제삼기획은 ‘생활밀착 신문물 상점’이라는 콘셉트로 생활밀착형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데, 물건 판매가 목적이 아닌 새로운 광고·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기업들은 단순히 제품을 좀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함이 아닌,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주고, 문화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와 시도를 선택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를 생활속에서 재미있고 의미있게 즐기길 원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이 선보일 다양한 방법들이 기대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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