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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아트 컬렉션’ 

2020-09-04

박물관이 살아있는 곳, 영국의 수도 런던은 세계 최고의 박물관들과 갤러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또한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원을 가진 수도로도 유명하다. 이처럼 영국 전역에서는 유서 깊은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잉글랜드, 웨일즈 및 북아일랜드 전역에 걸쳐 지정된 200개 이상의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NT)는 아름다운 대저택과 자연환경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내셔널 트러스트의 아트 컬렉션은 방문객들로 하여금 영국의 대자연 속 역사와 함께하는 예술이라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COVID-19 여파로 런던 중심가를 벗어나 내셔널 트러스트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가운데, 박물관이 아닌 대자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의 대표적인 대저택과 아트 컬렉션들을 만나보자. 

 

영국은 유서 깊은 대저택, 그리고 영국을 대표하는 자연환경 등을 내셔널 트러스트와 내셔널 헤리티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는데, 그중 내셔널 트러스트가 소장하고 있는 아트 컬렉션들은 13,000점 이상으로 영국의 기나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하드윅 홀 전경(Hardwick hall). 아름다운 대저택과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과 힐은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장소로 손꼽힌다. Image: National trust

 

 

내셔널 트러스트 리스트에서도 손꼽히는 명소인 하드윅(Hardwick)은 16세기 엘리자베스 여왕의 다음가는 부호인 슈르즈베리 백작 부인의 대저택으로 유명하다. 백작 부인의 본명 엘리자베스를 따서 ‘베스의 대저택’로 불린 하드윅은 벽보다 창문이 더 많은 당대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6세기 건물이자, 당대에선 보기 드물었던 천장 높이의 높은 유리 창문은 베스의 대저택 하드윅 홀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곳에서는 특히 66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볼 수 있는 가장 높은 층이 유명하다. 

 


하드윅의 베스 초상화(Bess of Hardwick). 내셔널 트러스트 방문 리스트에서도 손꼽히는 하드윅 홀은 자수, 가구, 그림, 도자기 등 광범위한 컬렉션을 자랑하고 있다. Image: National trust

 

 

강력한 부를 가진 여성, 베스의 대저택에는 엘리자베타 자수에서부터 역사 깊은 가구까지 영국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장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은 인도어 테니스 코트와 테니스 공이다. 당대의 부를 실감하게 하는 작품들로 유럽 귀족 스포츠의 상징인 테니스와 관련된 소장품들은 세계 최고의 역사를 지닌 윔블던 챔피언십의 본고장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드윅 홀의 인도어 테니스(Indoor Tennis, Hardwick Hall in Derbyshire)와 테니스 공(Tennis ball at Little Moreton Hall, Cheshire). Image: National trust

 

 

베스는 하드윅 홀을 설계하기 위해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ythson)의 도움을 받았으며, 이 건물의 디자인은 영국 중세 전통적인 홀을 교묘하고 감각적으로 짜 넣어 고딕의 격자창을 적용한 독자적인 저택 양식으로 유명하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대표적인 저택임과 동시에 방 곳곳마다 놀라운 정교함이 느껴지는 하드윅 홀은 유럽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불리는 태피스트리(tapestry)와 자수 벽걸이가 넘쳐나며 지금까지도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에서는 진귀한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 워데스던 저택(Waddesdon Manor)의 15세기 바질 냄비가 그것이다. 19세기 최고의 수집가였던 로스차일드 가문의 컬렉션 솜씨를 엿볼 수 있는 워데스던 대저택은 프랑스의 루아르 계곡과 고성들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되었으며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인 가브리엘 이폴리트 데타이외르(Gabriel-Hippolyte Destailleur)가 건축을 맡아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1874년부터 1889년에 걸쳐 지어졌다. 

 


세계적인 금융 재벌 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주말 별장으로 건축된 워데스던 대저택은 화려한 샹들리에뿐 아니라 역사 깊은 소장품들로도 유명하다. Image: National trust  

 


바질 냄비, 1440-1470. Image: National trust

 


명문가답게 저택의 내부 시설, 예술품 컬렉션, 끝없는 정원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그중에서 바질 냄비는 흔히 볼 수 없는 희귀 품목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 사치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 바질 냄비는 향이 나는 허브를 심어 일종의 디퓨져 효과를 내는 장식품이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약 1440-70년에 제작되었으며, 이 냄비는 1903년 파리의 에드몬드 드 로스 차일드 남작 컬렉션에 처음으로 기록되었다. 

 

바질 냄비와 함께 로스 차일드 가문의 컬렉션은 300여 작품 이상의 희귀 소장품들이 많으며 전통적으로 세라믹과 독특한 세팅으로 제작된 특유의 컵 등이 많다. 이 또한 티 문화를 향유한 귀족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또한 로스 차일드 가문의 전신 초상화, 18세기 영국 유명 초상화, 17세기 풍경과 16세기 종교 회화 등 300여 희귀 회화 작품도 저택에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초대 로얄 아카데미 원장이었던 조슈아 레이놀즈로 인해 수정된 작품. 조지아의 유명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애빙턴 부인의(Mrs. Abington)의 초상화. Image: National trust. 애빙턴 부인은 런던 패션계에서도 눈에 띄는 스타였으며, 이 초상화는 드레스 장식을 덜 뚜렷하게 만듦으로써 더욱 고전적인 느낌을 더했다. 

 

 

내셔널 트러스트가 간직하고 있는 방대한 컬렉션은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를 넘나들고 있다. 영국의 문화 보존 정신이 역사적인 저택들과 함께 어우러져 어려운 시기, 도심을 벗어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휴식을 주고 있다.  

 

글_ 우예슬 뉴욕통신원(wys06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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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슬
2012년부터 세계 최대 문화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지내며 다양한 매체에 문화예술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미디어 아트, 인터렉티브 아트, 컨템포러리 아트에 관심이 많으며, 보다 대중적이고 신선한 작품들과 작가들을 찾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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