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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가 도심에 펼쳐놓은 해변

2020-08-21

서울 도심 한복판에 펼쳐진 바다. 거대하게 일렁이는 파도가 길거리로 쏟아질 것 같다. 하지만 이내 틀 안에 있는 파도라는 걸 깨닫게 된다. 초대형 수조 안에서 파도가 치고 있는 것 같이 파도는 벽에 부딪혀 부서진다. 

 

지난 5월 삼성역 앞에 설치된 이 파도는 평면 화면 안에 머무르는 ‘디지털 파도’다. 코엑스 아티움의 가로 81m, 세로 20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파도를 처음 본 순간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이 도심 속 파도는 디지털 디자인 컴퍼니 디스트릭트의 퍼블릭 미디어 아트 <WAVE>다. 착시 현상을 이용해 입체감을 구현하는 아나몰픽 일루션(anamorphic illusion) 기법을 이용한 이 작품은 놀라운 스케일과 생생함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교통량과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현대인들에게 직관적이고 강렬한 시각 경험을 선사했다. 펜데믹의 상황 속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세상 너머의 세계’를 선보인 이 작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으며 기술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난 10여 년 간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감각적인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온 아트테크 팩토리(Arttech factory) 디스트릭트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콘텐츠를 통해 특정 공간에서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등, 현대인들에게 감각과 사유를 혁신시키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그 안엔 ‘동시대를 읽어내고 시대가 원하는 바를 실현해내는 것이 곧 예술혼이자 예술가의 정신’이라는 브랜드 철학이 담겨있었다.  

 

디스트릭트가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를 결성, 첫 번째 전시를 선보인다. 사진: 안천호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퍼블릭 아트 <WAVE>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공한 디스트릭트가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위한 유닛 ‘에이스트릭트(a’strict)’를 결성했다.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티스트 유닛 에이스트릭트는 디스트릭트가 심화해온 디지털 콘텐츠 제작 역량과 사람과 시대에 대한 크리에이터로서의 관심을 바탕으로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결성됐으며, 디스트릭트가 선보였던 기존의 상업적 활동과는 차별화되는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자 한다. 

 

에이스트릭트는 기획, 개발, 시각/영상/공간/시스템/운영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지만, 멤버가 고정돼 있지 않고 오픈 유닛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보다 다양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시도로, 디스트릭트의 내부 크리에이터부터 과거 디스트릭트를 거쳐 간 유능 크리에이터까지, 특정 조직과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에이스트릭트’라는 이름은 ‘디자인은 스스로 갈고닦으며 엄격하게 하되(design+strictly), 무엇인가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de+strict), 예술과 디자인, 기술을 자유롭게 넘나들자”라는 디스트릭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특히 예술 영역에 집중한다(art+strictly)’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갤러리 3관(K3), 에이스트릭트의 개인전 'a'strict' 설치전경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에이스트릭트는 첫 번째 개인전 ‘a’strict’를 통해 에이스트릭트의 결성을 알리고,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대형 멀티미디어 인스톨레이션 <Starry Beach>(2020)로, 어둡게 변신한 전시 공간에선 빛나는 파도를 볼 수 있다. 양쪽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 파도 가까이로 다가가니 반짝이는 파도가 발밑으로 들어왔다 밀려나간다. 

 

파도는 6m 높이의 벽으로도 거슬러 올라간다. 힘차게 오르고 부드럽게 부서지는 이 모습은 파도의 탑뷰(top view)를 정면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도의 물결, 모래의 움직임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푸르게 반짝이는 파도가 마치 플랑크톤으로 인해 빛이 나는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마주하는 반짝이는 파도는 바다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비스러운 감정을 선사하며 관람객을 사유의 시간으로 끌어들인다. 

 

자연 요소, 특히 물의 여러 가지 속성과 풍부한 음향성을 재료로 하는 이들의 바다에서는 바다의 다양한 패턴이 펼쳐진다. 이들은 ‘복잡한 시대 상황 속에서 현대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 ‘도심’과 반대되는 ‘자연’을 소재로 택했고, 그중에서도 바다에 가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파도’를 택했다. 

 

 

국제갤러리 3관(K3), 에이스트릭트(a'strict)의 개인전 'a'strict' 설치전경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작품 속 파도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환경에서 물을 흘려보내고 물결과 파도를 구현하는 실험과정을 거쳐 제작됐고, 실제 바다에서 녹음한 사운드를 파도에 맞게 편집해 생생한 느낌의 파도를 완성했다. 

 

디자인과 아트, 작품과 공간, 기술력과 감수성 그리고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에이스트릭트는 앞으로도 동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은 물론, 기술과 예술의 융합으로 포스터 코로나(post-Corona) 시대의 화두로 대두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유의미한 단서를 제시할 것이다. 전시는 국제갤러리 3관(K3)에서 오는 9월 27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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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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