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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여행의 의미를 다시 쓰는 ‘여행의 새발견’

2020-07-14

여행은 지친 일상에 활기를 주고 삶을 새롭게 한다. 반복적인 생활이 고되게 느껴지거나 그 안에서 특별함을 찾고 싶을 때 여행을 꿈꾸는 것은 시각과 지각의 변화가 주는 새로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행에 대한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여행 역시 코로나 감염에 대한 염려로 많은 제약에 따르게 됐다. 여행을 떠나는 대신 많은 사람들은 SNS에서 여행의 추억을 소환하고 유튜브를 통해 언젠가 떠날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행의 매력이 현실과는 다른 무엇, 새로움을 주는 그 어떤 것에 있다면 문화역서울 284의 기획전시 ‘여행의 새발견’을 통해 여행의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의 새발견'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 KCDF)

 

 

‘여행의 새발견’은 ‘역’을 중심으로 한 여행을 메타적 관점에서 다루는 메타 투어(Meta-tour) 전시로, 6월 23일부터 개관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휴관 중 비대면으로 공개가 됐다. 온라인 채널을 통한 전시의 공개는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정의하며 새로운 방식의 여행의 길을 찾아 나서게 한다. 

 

전시는 7개의 섹션으로 구성, 떠나지 못하는 여행을 미디어아트, 설치, VR 체험, 회화 등의 시각예술 작품과 철도 및 여행 관련 아카이브, 여행 프로젝트, 공연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문화역서울 284 중앙홀 '순간' 전시 전경 ⓒ 김잔듸 (사진제공: KCDF)

 

 

중앙홀은 미디어아트 작품과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의 순간을 만나게 되는 ‘순간’의 공간이다. 이곳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는 여행의 출발지를 비춘다. 강과 숲, 구름, 꽃 등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그곳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함께 잊고 있던 여행의 순간들을 떠오르게 한다. 

 

3등 대합실 ‘상상’에서는 현대미술가들의 공간과 시간의 새로운 의미를 모색하는 모험을 통해 여행을 새롭게 발견하고, 1·2등 대합실 ‘만남’에서는 ‘여행’이라는 취향을 나누는 여행자들의 커뮤니티가 펼쳐진다. ‘여행자의 정거장’이기도 한 이곳에는 고재열 여행 감독의 여행자 플랫폼과 캐리어 도서관 등이 마련, ‘여행 불가 시대의 여행’을 상상하게 한다. 필요한 곳에 책을 기증하는 프로젝트인 캐리어 도서관은 캐리어에 책을 담아 여행지로 실어 나르는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사람과 문명, 자연과 만날 수 있도록 고안됐다. 

 

3층 대합실 '상상' 전시 전경 ⓒ 김잔듸 (사진제공: KCDF)

 

1·2등 대합실 '만남'에 마련된 캐리어 도서관 ⓒ 김잔듸 (사진제공: KCDF)

 

'여행자의 캐리어' ⓒ 김잔듸 (사진제공: KCDF)

 

 

일상을 창조하는 매개로 여행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도 전시된다. 일상을 여행하며 수집한 창작의 재료들로 여행을 기록한 작가들의 가상현실과 설치, 드로잉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부인대합실과 귀빈예비실에 마련된 ‘너머’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림과 현실 속을 오가며 다른 공간과 차원을 경험하고, 귀빈실에 꾸며진 ‘사색’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한 1940~50년대 이응노 작가의 수묵화, 드로잉, 메모 등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 여행의 사유와 성찰을 공유한다. 

 

‘기록’을 보여주는 역장실과 전이공간에서는 근대 철도의 형성 과정, 지도, 철도역 관련 사물 등의 철도 관련 사료, 구 서울역을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과 아트상품 등, 문화역서울 284의 소장품을 활용한 아카이브 전시가 이루어지며, 마지막으로 ‘연결’의 공간인 서측복도에서는 여행의 동력이 됐던 철도의 시간과 이동성에 집중해 구 서울역을 중심으로 지역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여행의 스펙트럼을 소개한다. 전시에서는 KTX매거진과 협업으로 선보이는 24곳의 간이역 사진과 이야기들과 근현대 문학 작품 속 여행의 문장들을 통해 여행의 순간들을 떠올릴 수도 있다.

 

온라인으로 공개된 전시 영상에서는 김노암 예술감독과 1·2등 대합실 작가로 참여한 고재열 여행감독이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중앙홀과 3층 대합실 참여 작가들이 직접 작품을 설명한다. 해당 영상은 오는 17일에 문화역서울 284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될 예정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공연, 토크, 낭독회 등도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낭독회는 여행의 문장들과 음악, 무용 등과 결합, 연극적인 연출을 가미한 융복합 방식으로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총 6회에 걸쳐 진행, 매주 수요일 오후 8시에 온라인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중앙홀에서 열리는 공연 영상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의 전시 작품 이미지와 함께 상영되며, 아름다운 음악이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공연 영상 등의 온라인 콘텐츠는 문화역서울 284 유튜브 채널에서 공연이 끝난 후에도 감상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이 주관하는 ‘여행의 새발견’을 통해 여행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써 내려 가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며, 물리적인 이동 없이도 생각과 마음을 변화시키고 삶에 변화를 주는 여행의 새로운 방식을 찾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시는 8월 8일까지 문화역서울 284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휴관으로 온라인 채널(www.youtube.com/seoul284official)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추후 현장 관람이 가능해지면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KC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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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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