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13
디자인정글이 만난 핫이슈 메이커_ 서울혁신파크 황인선 센터장
‘사회혁신’이라는 말을 듣고 경제혁신이나 산업혁신이 떠오르는 건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 산업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기 때문일 거다. 에디터 역시 그랬다. ‘혁신’, ‘Innovation’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산업적 가치를 지닌, 그러니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에만 붙여지는 거라 생각했다. 해서 ‘사회혁신’에서도 ‘혁신’이라는 글자에만 눈이 머물렀었다.
‘사회혁신’은 인권, 교육, 환경 등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회혁신가들이 모인 곳이 가까운 곳에 있다.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로, 질병관리본부가 충북으로 이전한 후 비어있다 재설계된 이곳엔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여러 단체들이 입주해 움직임을 실천하고 있다.
파크의 바깥쪽은 서울의 여느 지역처럼 익숙한 도시의 모습이지만, 넒은 땅 곳곳에 나무와 풀, 쉴 곳이 펼쳐져 있는 이곳은 종종걸음 치는 세상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대학 시절 여유롭게 거닐었던 캠퍼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공해 가득한 도심 속 오아시스 같기도 하다. 그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급한 마음이 사그라들고 중요하게 여겨졌던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시간이 두배쯤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신기한 건 ‘서울혁신파크’가 어떤 곳인지 잘 모른 채 이곳을 찾았을 때에도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건데, 다시 찾고 나서 그 이유를 깨닫게 됐다. 이곳의 평온하고 안락한 공기는 이곳의 목적, 존재의 이유, 모인 사람들이 지향하는 바에 의한 것이고, 그건 바로 사람, 공존, 평화, 미래를 위한 행동이자 모두를 위한 배려라는 점이다.
이곳에선 진짜 우리에게 필요한 ‘혁신’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미래를 살아갈 이들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와 지식들이 이곳에 있다. 미래를 위해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중요한 것들이 서울혁신파크에서 전파된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적 이슈는 물론 난민, 인권 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대만에서는 이곳을 벤치마킹해 혁신파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하니 서울혁신파크의 가치는 해외에서 더 알려진듯하다.
서울혁신센터 황인선 센터장을 꼭 닮은 캐리커처
서울혁신센터의 황인선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세상을 바꾸기 위한 꿈을 꾸고 실험하고 실천하는 ‘앎, 꿈, 함’의 공간으로 서울혁신파크를 이끌어왔다. 제일기획, KT&G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약했고 기업과 문화예술의 만남을 성사시켰으며 춘천마임축제 감독으로 대중과 문화를 이어온 그가 ‘사회혁신’을 택한 것은 이것이야말로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회혁신파크의 수많은 사회혁신 단체들의 활동 하나하나에 대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원”이라 말했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아닐까.
올해 서울혁신파크의 5주년을 맞이하면서 황인선 센터장은 서울혁신파크를 ‘다시, 함께, 나아가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도약과 또 다른 혁신을 준비하며,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까지 사회혁신의 우수사례로 손꼽히길 기대한다. 황인선 센터장을 만나 5주년을 맞이한 서울혁신파크가 추구하는 비전과 앞으로를 위한 준비와 그의 계획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회혁신가들이 모여있는 곳
사회혁신파크는 어떻게 이곳에 자리하게 됐나요?
이곳은 50년 동안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원, 식품의약안전청이 사용했던 곳이에요. 2010년 지방혁신도시정책이 발표되면서 질병관리본부 등이 오송으로 이전을 하고 빈 부지를 서울시가 인수한 후, 청년허브, 서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등이 먼저 들어왔고, 2015년 파크 전체 관리를 위해 사회혁신센터가 만들어졌어요. 노후된 건물들이다 보니 계속 리모델링해나가면서 일명 ‘전대미문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그때 1,000명의 사회혁신가들이 대거 입주를 시작했어요.
서울혁신파크 정문. 푸른 나무들이 시민들을 반긴다.
서울혁신파크 전경
이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나요?
이곳엔 사회혁신가들이 모여있는데, ‘사회혁신’은 왠지 들어본 말 같지만 사실 잘 쓰지 않는 말이었어요, ‘기술혁신’, ‘경영혁신’, ‘경제혁신’이라고는 많이들 이야기하지만요. ‘사회혁신’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UN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규칙을 마련한 것이 있는데요, SDG(Sustainability Development Goal) 즉,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17개 항과 34개의 세부항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응, 빈곤문제, 평등문제, 자원순환, 난민 등에 관한 내용들이죠. 사실 이런 것들은 정부가 하기에도 생각보다 어렵고, 기업에서는 이윤이 남지 않아 하지 않기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 그냥 둘 수 없는 과제들이에요. 그런 문제들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을 ‘사회혁신가, 소셜 이노베이터(Social Innovator)’라고 부르고, 그런 일을 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여기에 모인 거예요. 그래서 이곳 이름이 ‘서울혁신파크’인 것이고요.
어떤 단체들이 입주해있나요?
입주단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먼저 인권이나 평등, 참여, 자율 등에 관한 일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단체들이 있고, 공유, 공정, 공동체, 대안교육 등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있어요. 그리고 전환에 관한 단체들이 있죠. 작년부터 부쩍 화두가 된 키워드이기도 한데, 과거의 상업화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대안에너지라든지 대체기술, 미래 식문화 개선을 통해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요.
환경에 대한 문제도 물론 포함되죠. 한 가지 예로, 가축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40%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동물권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동물 섭취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내용을 들 수 있어요. 비건 운동을 통해 동물의 과도한 사육과 동물 학대를 막고, 숲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동물 가죽으로 옷을 만드는 것을 배격하고 식물성 섬유 등을 사용하는 패션회사도 있어요.
플라스틱, 일회용품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한데 업사이클링 등을 통해 이러한 문제 해결을 하고자 하는 단체들도 있고요. 생태운동을 하시는 분들은 ‘세상에 잡초는 없다’는 걸 강하게 주장하시는데, 그래서 재미있는 말로 ‘혁신파크에서는 잡초도 뽑기가 쉽지 않다’고 해요.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절차대로 논의의 과정을 꼭 거쳐야 하거든요. 이 밖에도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적정기술 개발, 대안에너지 개발, 로컬 이코노미, 로컬 단위의 자급자족 등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고자 하는 단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입주해 있어요.
기술 베이스 단체들의 입주 확대
입주 자격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같은 가치를 추구하더라도 이미 성장을 했다면 들어오기가 힘들어요. 대신 사회혁신 가치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대상이 되고, 인큐베이팅, 엑설레이팅, 자립 단계 중 이곳에 들어와서 엑설레이팅이 되는 정도면 가능해요. 이외에 제3의 경우가 있는데, 이윤을 추구하고 사회혁신을 잘 모르지만 그들로 인해 입주해 있는 단체들이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엔 사회혁신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지원 측면에서 받고 있어요.
사회혁신과 기술 개발 분야의 만남이 궁금한데요.
예전에는 아날로그를 베이스로 기술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했는데, 2020년부터 새로 받아들이는 입주단체 중에는 기술 베이스의 기업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화상솔루션, 인공지능(AI), AR과 VR을 결합한 혼합현실(MR) 등의 기술력을 통해 화상회의를 가능하게 하고, 스포츠, 놀이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창의력을 키워주죠. 로봇팔을 제작하거나 플라스틱 용해기를 만드는 등 인간에게 이롭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기술력을 지닌 기업들도 있고요.
공간이 매우 넓은데,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입주해있나요?
총 3만 평에 1만 평이 숲이고, 2만 평이 건물 부지예요. 그 건물 부지 안에 ‘청’, ‘동’자가 들어가는 건물 26개 동이 있고요. 250개 단체와 10개의 중간지원조직이 있고, 상주해있는 인원은 1,300명 정도 돼요. 10%는 공실로 입주를 희망하는 단체를 그때그때 받아들이기 위해 다 채우진 않고 있어요.
미래청
상상청. 미래청과 상상청은 가장 많은 입주단체가 상주하는 공간이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공간
풀과 나무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에요.
생태운동도 무척 많이 벌이는데, 미래청 주변에 촘촘히 심어진 것들이 전부 약초예요. 이풀협동조합(이로운풀협동조합)에서 모두 심은건데, 그러면 땅도 보존할 수 있고, 우리 몸에 좋은 풀도 먹을 수 있고요. 지금은 미래청에서만 하지만 이것이 주변 도시로 퍼져나가면 길을 가다가 “어, 더덕 있네”하고 뽑아먹을 수도 있고요(웃음). 나무는 더 많이 심어야 하는데, 시민들에게 나무심기권을 주어서 여기에 와서 나무를 심으라고 하고 싶어요. 사유는 아니지만, 이름을 남길 수 있도록 하고요. 그러면 녹지도 확보되고,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자신이 심은 나무를 세상에 남길 수 있잖아요.
도심 속에 이런 큰 규모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그 자체로 무척 매력적인데요.
부지가 워낙 크고 입지 자체가 강북권에서 좋다 보니 압력들도 많아요.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거나 아니면 초고층 건물을 올리거나 대형 컨벤션 센터를 건립, 어린이 복합문화회관, 웨딩, 호스피탈리티 등의 대규모 집적을 요구하기도 해요. 서울에서 이만한 부지가 없는데, 돈이 되지 않는 데에 왜 쓰냐는 거죠. 여전히 산업화시대 개발논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무슨 사회혁신이냐고 말하지만, 이곳에 한두 번 온 사람들은 이 공간을 정말 사랑해요. 이곳에 대해 ‘은평의 축복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긴 해요.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서울혁신파크에는 나무와 풀이 많고, 곳곳에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진 속 공간은 피아노숲으로, 이곳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가 참 좋다. 숲 가운데에 있는 만다라정 유리정자엔 숲속의 피아노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 대해 ‘도시재생’이라는 표현도 쓰이던데요.
우리는 ‘도시재생’이라는 말은 잘 쓰지 않아요. ‘도시전환’, ‘전환도시’와 같은 말을 많이 쓰죠.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산업화에서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말하는데요, 그것을 하는 이유는 지구가 살아남기 위해서예요. 그런데 도시재생은 산업화 논리의 연장이거든요. 쇠퇴한 도시를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인데, 예를 들면 벽화를 그리고, 샵이 들어오고, 포토존을 만들고, 스토리를 개발하는 일들을 하게 돼요. 그건 우리가 말하는 전환의 개념과는 좀 달라요.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고, 더 많은 교통체증이 생기고, 더 많은 소비가 일어나게 되면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높아지는 소득에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건강한 소득인가에 대해선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여러 혁신파크들의 뿌리이자 롤모델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도 혁신파크가 있나요?
우리 센터를 모델로 춘천, 대전, 전주, 제주, 천안 5곳에 혁신파크가 만들어졌어요. 규모는 물론 우리보다 작지만 똑같이 폐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사회혁신을 테마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민간단위로는 대구와 광주에 혁신플랫폼이 있는데, 그곳은 우리처럼 관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고 민의 주도하에 관이 협조하는 체제로, 추구하는 바는 같지만 운영방식 면에선 달라요.
이런 대규모의 사회혁신센터가 해외에도 있나요?
저희도 유래를 찾아보고 있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사회혁신가들이 모여있는 곳은 사실 아직 모르겠어요. 가까운 듯 먼 나라 대만의 3대 도시 타이베이, 까오숑, 타이종에 혁신파크가 만들어졌는데, 서울혁신파크를 벤치마킹했다고 말해요. 점점 세계적으로 확산되길 바라고 있어요. 우리 일상을 하나의 실험소로 보고 새로운 실험을 해보는 ‘리빙랩(Living Lab)’의 개념은 유럽과 일본이 먼저 받아들여서 우리가 뒤졌지만, 혁신파크는 아무리 봐도 우리가 선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 5년만 이 추세대로 간다면 말 그대로 명실공히 ‘세계 사회혁신의 메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직접 나무로 물건을 만들 수 있는 목공동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전화카페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평책빵. 경비실 공간을 활용한 이곳은 빵은 팔지않지만 마음의 양식, 책이 있는 책방이다. 차도 마실 수 있다.
혁신파크의 여러 곳 중 재미있는 공간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목동동과 팹랩은 실제로 물건을 만들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목공동은 스스로 만들어보는 공간, 메이커 스페이스예요. 인간에게는 누구나 메이커 본능이 있어요. 과거에 인간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였어요. 필요한 건 다 직접 만들어서 썼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인간의 본능, 생산에 대한 본능이 막혀버리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거예요. 매번 소비만 해야 하고, 자신의 잠재적인 본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요. 목공은 어쨌든 썩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고, 본인들이 직접 필요한 걸 만드는 데서 오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어요.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주는 부모의 역할을 다시 되찾아갈 수도 있죠.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협업 체험을 할 수도 있고요.
이런 게 아날로그 베이스라면 옆에 있는 팹랩은 디지털 베이스예요. 3D프린터,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아두이노(Arduino) 등을 이용해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설계를 하고, 그 내용을 디지털을 통해 전 세계와 교류할 수 있어요. 원격 제작도 가능하죠.
현재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지만, 정문 왼쪽에 있는 비전화카페는 제작자들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집을 만들어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에요.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데, 여름에 시원할 수 있도록 벽을 매우 두껍게 하고, 가운데에 옛날 우리 전통 볏짚을 단단히 채워서 단열효과가 있도록 했어요. 태양광으로 최소한의 빛을 사용하고, 겨울엔 장작을 패서 불을 피우고, 텃밭을 가꿔 거기서 나온 식재료로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고, 닭을 키우기도 하면서 자급자족을 해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많은 양의 물이 버려지는 정수기 대신 친환경 방식으로 물을 정수하는 정수기를 자체 개발하고, 직접 기름을 짜먹을 수 있는 착유기, 자연식 빨래건조기 등 각종 장비들을 개발하기도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 어려운 상황인데, 공간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민생이나 공공을 위한 공간을 제외한 공유공간이나 개방형 공간은 거의 다 폐쇄를 했어요. 반면 팹랩 같은 경우는 화상회의를 통해 코로나 문제를 각 나라에선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보 공유를 하고, 원격교육도 훨씬 더 강화하고 있어요.
서울혁신파크가 5주년을 맞이했다. 5주년 기념식 행사 모습.
서울혁신센터 황인선 센터장
5주년 기념식에서는 5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미래를 만져보실래요?>의 출판기념회가 함께 열렸다.
5주년 기념식에서 진행된 혁신어워즈의 수상자들
5주년 맞이한 서울혁신센터
5주년을 맞아 책 <미래를 만져보실래요?>를 만드셨어요. 제목이 흥미로운데 어떤 의미인가요?
제목이 ‘보실래요’가 아니고 ‘만져보실래요’예요. 만진다는 건 터치한다는 거고 구체적인 거고 느끼는 것 아니겠어요? ‘혁신파크에 오시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미래를 여기서 경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처음 오시는 분들은 이곳을 굉장히 특이하게 생각하세요.
5주년을 기념해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셨다고요.
5년 후인 2025년에는 서울시립대 1학년 전체가 이곳에 들어오고, 서울연구원의 박사들 300명도 이곳으로 옮겨와요. ‘글로벌오픈혁신캠퍼스’도 만들어져서 이곳에서 레지던스와 각종 컨퍼런스가 전개되고 또 그것들이 확산되는 기점을 맞게 될 것이고요. 그때를 3기로 보고 있는데요, 그전 단계로 제가 지금 맡고 있는 2기를 어떻게 끌고 갈까에 대해 생각하면서 파크 정체성을 다시 세웠고, 얼마 전 5주년을 맞아 선언을 했어요. 바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글로벌 혁신 생산기지’예요. 지속가능함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우리의 가치이자 목표이고, 범위는 글로벌이에요. 거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사회혁신이고, 그렇다면 ‘실험을 할 것이냐 생산을 할 것이냐’에 대해선 ‘이젠 생산한다. 실험만 하진 않는다. 여긴 리빙랩이 아니다’라는 이런 우리의 미션을 담았어요.
대학의 일부나 연구원 등이 이곳에 오는 것이 혁신파크만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사회혁신이라는 가치를 이해할까 하는 부분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우리가 상호 노력을 하면 반대급부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곳 입주단체 대표분들 중에는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1학년 과정에 사회혁신 클래스를 개설하고 그분들이 과목을 맡아 2,000명의 학생들을 젊은 실천가로 만드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그렇게 우려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봐요. 아무래도 1학년은 아르바이트도 많이 하고, 소비도 많이 하니까 오히려 좋은 쪽으로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고요. 서울연구원의 경우에도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자신들의 연구분야 중 한 주력을 사회혁신 쪽으로 돌리겠다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와 시도는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회로 잘 잡아보려고 해요.
서울혁신센터에서는 사회혁신을 알리고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된다. 상상청 옥상에서 진행됐던 2018 옥상파티.
2019 비건페스티벌
2019 서울적정기술한마당
사회혁신을 알리기 위한 노력
사회혁신의 개념이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배워야 알죠. 거꾸로 생각하면 ‘사람들은 왜 사회혁신을 모르거나 관심을 덜 가질까’인데, 우리가 이곳에서 홍보하는 양이 1이라고 하면 대기업들이 TV를 통해 쏟아내는 광고들은 5000 정도의 비율이에요. ‘정크푸드 먹어라’, ‘치킨 먹어라’, ‘비싼 거 사라’, ‘여행가라’, ‘남을 이겨라’ 이런 것들이요. 그러니 일반인들은 그런 정보에 묻혀서 그쪽으로만 관심을 갖게 되는 거예요.
한 가지 예로 유명 음식 배달 앱은 산업적 측면에서는 돈을 번 우수 모델이지만, 우리 사회혁신 관점에서 볼 땐 굉장히 우려스러운 산업이에요. 먹지 않아도 될 여러 가지를 시켜 먹게 하고, 음식 주문을 하면 엄청난 포장재와 일회용 용기가 따라오고요. 이에 대해 정부나 기업계에선 칭찬을 하고 성공모델로 꼽지만 우리가 볼 땐 실패 모델이에요. 가치관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우리도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되고, 기업들도 이 가치에 동참해서 우리가 10%의 목소리만 갖게 돼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어디 가서 사회혁신에 대해 이야기하면 잘 이해들을 못해요. 전 원래 기업 출신으로 양서류 같은 사람이에요. 기업에 있다가 사회혁신계로 와서 양쪽을 다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친정이 기업이라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고 그분들에게 사회혁신 이야기를 하면 창조경제혁신으로 착각을 하거나, 듣다가 돈 버는 게 아니네 하고 관심 없어해요. 안타깝죠.
어려운 와중에도 기업들과 많은 협업을 진행하고 계시죠?
사회혁신은 높은 가치는 추구하지만 사실 돈이 안되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자본가는 예술을 말하고, 예술가는 돈을 말한다”고. 여기 있는 분들도 늘 자원이 부족해요. 그래서 저의 출신을 잘 활용해서 기업의 역량을 일부 사회혁신계로 끌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작년엔 강원랜드, LG전자, 한국에너지공단, 대학내일 등과 협약을 맺었고, 이번에도 여러 기업과 업무협약을 앞두고 있고요. 사회혁신의 특별한 경험을 판매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 모델을 확대, 구체화시켜 사업화할 수 있는 아이템도 많아요.
많진 않지만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회혁신을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하는, 앞서나가는 기업들이 있는데, 앞으론 기업들이 이쪽으로 많이 올거라 생각해요. 결국은 ‘공유경제’라는 표현을 쓰든 ‘전환’이란 표현을 쓰든, 모두 UN에서 정한 SDG,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각성된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때가 20년 내에 올지, 30년 내에 올진 모르지만 속도는 가속화될 거라 봐요.
교육을 통해 사회혁신을 이루기 위한 ‘집현전’ 프로젝트
사회혁신을 위해 특별히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얼마 후 상상청 5층에 “세종이 집현전을 만들고 집현전이 세종시대를 열었다”라는 슬로건으로 집현전을 만들 예정이에요. 대학과 서울연구원 일부가 들어오기 전 단계 작업으로, 사회혁신 집현전을 만들어서 그곳에서 교육과 출판을 하고, 사회혁신아카데미를 세워서 매년 최소 30명 정도의 사회혁신 강사를 양성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학교교육에 정규 클래스로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목표예요. 이곳에 계신 분들은 각자 어떤 분은 대안에너지, 어떤 분은 제로 웨이스트, 어떤 분은 식문화, 어떤 분은 협동조합 등 전문분야가 달라요.
이런 모든 지식들을 한 사람에게 이식하려고 하는 거예요. 이분들이 전국 대학교 1학년 과정의 필수 교양으로 사회혁신을 가르치게 하면 사회혁신이 확산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사실 더 궁극적인 건 초등학교가 목표인데 그러기엔 아직은 많은 것이 부족하고요. 한때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우린 그런 내용이 화제가 되면 안 되는 사회를 가고 있는 거예요. 지구의 기온을 1.5도 낮추는 것이 범지구적 목표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50년을 절제해야 하는데, 한국은 아직 그런 것이 메인 이슈가 되지 않고 있어요.
집현전을 테마로 잡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옛날 세종대왕 집현전을 보면 일단 인재들이 모이고, 공간이 있고 그리고 책이 있었어요. 의미 있는 사상으로 백성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연구했고, 천문학, 음악, 농업, 기계, 활자 등을 만들어냈어요. 엄청난 R&D 집단인 거죠. 이들은 그걸 책자로 만들어 보급했고, 한글을 만들어 알렸어요. 똑같아요. 사회혁신을 우리 입주단체와 0.1%의 사람들만 알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곳을 사회혁신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서 사회혁신과 관련된 모든 책자와 자료들을 아카이빙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거예요. 관심 있는 분들, 와서 보시라는 거죠. 올 9월경부터 시작할 계획이고, 약 3,000권을 목표로 서고를 만들 예정이에요. 또한, 사회혁신아카데미를 통해 연구원들을 투입해서 세계 사회혁신의 트렌드, 사회혁신의 나아갈 방향, 사회혁신의 현황 등을 계속 연구해서 발간하고 세미나하고 교육할 것이고요.
사회혁신아카데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할 계획이에요. 은퇴하신 50+분들 중 혈기왕성하고 유능하신 분들, 대학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하기 보다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 에너지 넘치는 경력보유여성 등을 대상으로 약 6개월 과정으로 유료 진행할 예정이고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 강의가 어려워 우선적으로 커리큘럼 개발 등에 주력할 생각이에요.
디자인과 사회혁신이 만나면
디자인과 사회혁신은 어떻게 협업할 수 있을까요?
이미 산업디자인 쪽에서는 적정기술을 이용한 디자인이 많이 있죠. 이데오(IDEO)와 같은 아이디어 그룹도 인간적인 디자인을 말해요. 산업디자인의 영역이 사회혁신과 만나면 기회는 많아요. 현재까지는 그게 돈이 별로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일부 뜻있는 분들만 하시는데, 그런 분들은 늘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죠. 광고 천재 이재석 씨의 디자인이 강한 메시지를 준 것처럼 시각디자인을 하시는 분들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메시지를 하나의 시각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서 세상을 바꿔 나갈 수 있어요.
제품디자인은 무궁무진하죠. 자율차, 전기차 등은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 볼 수도 있지만, 사회혁신 쪽에서 보면 저탄소 모빌리티고, 대체 모빌리티인 자전거 역시 디자인의 영역이에요. 서울이 안타깝게도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를 타기가 힘들지만 전기자전거는 언덕길 이동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전기자전거의 도입 후 사용이 늘어났어요. 이런 것들도 이동수단의 영역으로 보지 말고 디자인계가 주목해야 될 소재라는 거예요. 이렇게 찾아보면 사실 엄청나게 많아요.
바람이 많이 부는 집은 풍력 미니 발전기를 설치하는 거죠. 왜 네덜란드에 가서 풍차를 봐야 합니까? 우리도 할 수 있어요. 베란다에서 도시농업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개발, 디자인하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밭 가꾸기에 대한 로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어요. 그러면 매출도 일어나고 시민들은 집에서 베란다농업을 할 수 있고요. 교육 효과도 있고, 아이들은 게임 대신 농업을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도 볼 수 있죠.
‘지구를 위한 건강한 성장’ 세계에 알리고자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파크에는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정체성이 있다보니 ‘상상과 현실이 만나는 수천 가지 이야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변화하는 시민을 위한 혁신플랫폼’ 등 여러 가지 슬로건들이 있었어요. 제가 작년 7월 이곳에 와서는 시민들을 위한 쉬운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꿈을 꾸고, 꿈에서 멈추지 않고 실천하고 실험하는 ‘앎, 꿈, 함’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그것이 지금까지의 운영 기강이었다면 다음 5년은 ‘나눔과 키움’으로 가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축적돼 있는 걸 나눠야 하니까요. 집현전을 만들어야겠다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키움은 혁신의 의지, 혁신의 노하우만 나누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키워주고자 하는 거예요.
요즘 아시아에서 한국이 여러 면에서 리더그룹에 속해 있잖아요. 그동안은 산업화를 통한 성장을 강조해왔는데, 이제 한국이 지구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뚱뚱한 성장’이 아닌 건강한 성장을 전파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세종대왕의 뜻을 받들어서 조선의 백성만이 아닌, 한국이 케어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우리의 민으로 보고, 그들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는 거예요. 디자인계에서도 혁명이 일어나고, 바라건대 이러한 움직임이 일자리 창출로까지 이어지면 좋겠어요. 혁신파크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 기여하는 결과를 이루게 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서울혁신센터(www.innovationpar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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