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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당신의 드로잉은 무엇입니까? ‘잘긋기’展

2006-11-22


드로잉, 그림 또는 무언가를 창조해 내기 위한 시작점 혹은 그 자체로 마침이 되는 표현 수단.
점이거나 선이거나 또는 물질이거나 그 이상의 것으로 드로잉에 대한 고정된 시선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표현 매체로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있다. 소마미술관의 드로잉센터 개관전으로 열리는 ‘잘긋기’가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40명의 작가가 참여하의 드로잉을 바라보는 6개의 시선을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신선하게 풀어냈다. 그들의 드로잉을 바라보면서 관객은 자신만의 또 다른 드로잉의 시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들어가기 전에_
드로잉이라고 생각하던 당신의 고정관념을 문 앞에 버리고 들어가자.
‘잘긋기’展은 연필과 종이로 비롯되던 드로잉에서 벗어나 작가 각자의 관점에 따라 그것은 설치가 될 수도 혹은 영상이 될 수도 있고 때론 설계도면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한 단계적 개념으로서의 드로잉을 기대했다면 당신은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혼란스러울 지도 모르겠다.
중구난방으로 섞어 놓은 듯한 전시물들이지만 관념을 버리고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드로잉임을 인지하고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선을 이루는 조형적 기본 단위인 점이 선, 면 그리고 문자 등으로 확대되어
점으로 이루어진 주변을 인식한 작가들의 시선이 드러난다.

수많은 점들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선이 그려지고 그 선은 글로 또는 형태로 메시지를 전한다. 또는 형태 속에서 뽑아낸 점들은 이미 만들어진 형태가 주는 것보다 훨씬 강렬한 표현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발견한 수많은 에피소드,
상상들이 자유롭게 풀어진 공간으로 일체의 고정관념적인 발상과 단순한 감상을 정중히 거부한다.

맛있게 먹던 도넛이 동이 난 상자와 손을 닦던 냅킨을 집어들고 또 다른 도넛을 상상해내고 촌스러운 초록색의 빨래집게는 어느새 파리의 에펠탑을 닮았다. 당신의 상상은 작은 곳에서, 일상에서 그리고 당신의 손에서 완성되며 그것은 당신의 상상 드로잉으로 일체의 상상단계와 작업단계를 뒤집어 줄 것이다.

목탄, 콩테, 분필 등으로 그리거나(벽화), 칼로 파거나(목판)하는 등의 행위로
손의 직접적인 드로잉 행위가 만들어 내는 것들을 보여준다.
누군가 미친듯이 그려놓은 목탄 벽화와 그 깎임이 너무 거칠어 애틋하기까지 한 목판에 새겨진 두 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발명품, 건축물, 오브제, 조형물 등을 구상하고 설계하거나 진행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끄적임에서 찾아낸 커다란 아이디어, 구조적인 상상 등이 하얗고 너른 곳 혹은 구깃하고 작은 것에서 움직여 대는 모습들은 우리의 상상으로 형태를 잡아간다.

정지된 선들이 만든 다양한 형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형상과 빛, 소리가 결합되면서 공감각적인 영상으로 연출된 이 곳은 기술이 제공한 4차원 공간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드로잉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의 안과 밖, 전시장 입구, 통로, 로비 등에 채워진 이 것들은 장소에는 새로운 영역과 기능을 부여해주고 관객에겐 지각하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또 다른 발견을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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