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0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더 이상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없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갑자기 변해버렸다. 디자인 세계 역시 그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디자인 이벤트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밀라노의 디자인 박람회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 역시 개최되지 못한 채 내년으로 연기되었고, 모든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취소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만나볼 새로운 디자인과 디자이너들 그리고 볼거리로 넘쳐나는 도시를 기대하던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가 전시장에서 열릴 때 도시 곳곳에서 디자인 프로젝트와 흥미로운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전시회장 밖’이라는 의미의 ‘푸오리 살로네(Fuorisalone)’라 하는데, 이는 디자인 위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푸로리 살로네 TV(Fuorisalone TV)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푸오리 살로네의 디지털 부분에 참여하는 브랜드들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높이기 위해서 설계되었고,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들이 공유된다.
디자이너들의 여행이 제한되고 만남의 장이 되던 이벤트들도 모두 사라진 이 시기에 푸로리 살로네 TV에서는 디지털 디자인 위크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Trip of design)’은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한 지구촌 디자이너들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으로, 이 영상에는 학생들부터 유명한 디자이너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나온다. 영상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영감을 받고, 디자인 과정은 어떠하며, 그들이 이 세상에서 디자이너로서 자신들의 역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이해하면서, 사회적, 문화적, 지속 가능성을 위한 작업들을 이야기한다.
Fuori salone TV,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 www.fuorisalone.it/2020/en/tv/video-collection/22/trip-of-design-by-the-fun-indian-guy-1
현재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공개되고 있는 에피소드는 21일까지 계속 업로드될 예정이다. 다양한 전 세계의 디자이너를 주제별로 만나볼 수 있는데, 나이지리아의 디자이너 니페미 마르쿠스 벨로(Nifemi Marcus-Bello)의 아프리카의 경제적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디자인과, 과거 재난 상황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보여준 일본의 디자이너 게이지 아시자와(Keiji Ashizawa)의 이야기, 글로벌 문화의 크로스 오버로 이탈리아 디자이너인 마테오 과르나치아(Matteo Guarnaccia)가 8개국을 여행하며 영감을 얻은 프로젝트, 순환 경제의 미래를 탐구하기 위한 쿠물러스 그린(Cumulus Green)의 비전, 인도의 디자이너 샴 샬림(Sham Salim)이 들려주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한계를 뛰어넘는 건축 등 더 많은 에피소드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주제들은 현재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이슈들과 도전들에 기반을 두고 있고, 미래의 비전들을 그려내는 디자인의 목표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세계의 디자인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 세계의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이다.
Credits: Nifemi Marcus-Bell, photo by The fun Indian guy
Credits: Matteo Guarnaccia, photo by The fun Indian guy
Credits: The fun Indian guy, photo by The fun Indian guy
Suyog Sunil Risbud (The fun Indian guy)
이 디자인 프로그램의 호스트이자 제작자이며, 스스로를 ‘재밌는 인도 남자(The fun Indian guy)’라 부르는 수요그 수닐 리스버드(Suyog Sunil Risbud)와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과 코로나19 시기,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겪고 있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그리고 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나?
어느 날 밀라노 공대(Politecnico di Milano)에서 우리를 가르쳤던 발렌티나 에우로키오(Valentina Auricchio)의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내 유튜브 채널(The fun Indian guy, www.youtube.com/thefunindianguy)에서 내가 비디오를 만드는 것을 보았고, 내 디자인 팟캐스트에도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내게 푸로리 살로네 TV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 토크쇼를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항상 디자인에 관한 비디오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푸오리 살로네(Fuorisalone)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가장 중요한 축이고, 디지털 디자인 위크에 선보일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엄청난 기회와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는 이 글로벌한 펜데믹(global pandemic)이 가져다준 흥미로운 측면이었다. 나는 지금 인도에 앉아 있는데, 쇼를 위해서 전 세계 디자이너들을 만나야 했고, 이는 놀랍고도 창의적인 경험이었다.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는 것보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기획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고, 아직 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13명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이는 매우 놀라운 여정이었다.
디자이너를 어떻게 선정했고,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와 이야기해보고 싶나?
발렌티나(Valentina)와 스터디 올라보(Studiolabo, 푸오리 살로네를 운영하는 회사)의 디자이너 네트워크가 디자이너들을 선정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나의 가장 큰 중점은 디자이너로서 다른 단계, 학생부터 유명한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세계 각지의 디자이너들을 통해서 다양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었다. 우리는 8개국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만났고, 앞으로 더 많은 국가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통해서 그들의 지역적 문화적 관점에 기반하여 그들을 이해하고 디자인 프로젝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의 목표와 추구하는 비전에 대해서 듣고 싶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쇼는 디자인 여행을 하는 것으로, 이 여행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지역으로 가는 것, 그리고 디자이너의 창작을 위한 여행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세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멋진 해결책들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디자이너들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영감을 얻고, 디자인 과정을 보고, 세상에서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탐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질문과 예시를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영감을 준다.
코로나19가 디자이너, 디자이너 네트워크 그리고 디자인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펜데믹은 우리 삶에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 모두를 다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들의 문제 해결적 핵심적인 특성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며 매우 창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현재 푸오리 살로네 TV와 같이 전 세계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다양한 디자인 미팅과 워크숍을 통해 만나고 있다. 물론 직접 만나는 것의 이점은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디지털 상호작용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디지털과 함께 우리는 자신의 네트워크와 국경을 넘어서 협력하고 있다. 디자이너 커뮤니티들을 통해 사람들은 계속 협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니셔티브들과 디자이너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 프로젝트들을 시작했다.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 또한 전 세계가 봉쇄되어 있는 와중에 4대륙의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여서 함께 만들어냈다. 인도의 작은 마을 다폴리(Dapoli)에 앉아서 같이 쇼를 만드는 것은 현재 세계정세의 결과물이며, 이것이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에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네트워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사람들이 디지털로 도달할 수 있게 되면서 디자이너들의 네트워크는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공동의 위기 이후 물리적인 만남을 더 소중하게,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연결과 유대는 스크린 안에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며, 확실한 네트워크 재구축을 위해서는 디자이너들과 디자이너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이 갖는 강점과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 듣고 싶다.
이 여행은 상황의 결과였다. 나는 한계와 도전이 창조의 계기가 되었다. 디자인 위크가 불가능하게 되어 디지털 디자인 위크가 열리게 되었고, 이벤트들이 진행되지 않아서 토크쇼를 만들어야 했다. 이러한 제약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화의 유기성을 가지고 접근법을 실험해야 했고, 여행은 가치가 있어야 했으며, 오디오, 비주얼 경험과 대화의 질이 경험의 핵심이 되어야 했다. 관객의 시각에서도 사람들은 영상 통화에 지쳐 있었고, 쇼 전체가 영상 통화처럼 만들어질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니었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그 의도, 현재 상황, 창의성이 '디자인 여행: 트립 오브 디자인’을 가능케 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 쇼가 계획되고 만들어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더 많은 디자이너들을 초대해야 했지만 아쉽게도 한국의 디자이너들을 만나지 못했다.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그들의 디자인 여행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자. 내 유튜브에서 한국의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창작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매우 기쁠 것 같다.
(인터뷰와 이미지,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저작권은 모두 수요그 수닐 리스버드에게 있습니다. ⓒ Suyog Sunil Risbud)
글_ 손민정 이탈리아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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