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5
나쁜양들의 두 번째 책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
디자이너가 필드에서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선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적당한 종이의 크기라든지, 효과적인 인쇄 방법 같은 것 말이다. 검색하면 못 찾을 것도 없지만, 매번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흩어져있는 자료들을 수집하는 것도 일이거니와, 시간도 그리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나쁜양들’은 시각디자이너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들을 모아 책을 만들었다. 2018년 출판 및 홍보물 디자인을 할 때 필요한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모아 <디자인을 위한 사이즈북&견본>을 선보였고, 올핸 두 번째 책으로 인쇄 후가공 작업에 대해 쉽게 알려주는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을 진행했다.
나쁜양들의 두 번째 책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
책, 패키지, 명함 등 종이 인쇄뿐 아니라 가죽,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에 적용되는 후가공은 작업물의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해 많은 작업에서 활용되지만, 후가공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알아야 실수도 줄이고 예쁘게 완성하는 법.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은 인쇄 후가공에 대한 직관적이고 명료한 설명으로 후가공 작업의 기본적인 원리와 작업 방식, 주의사항 등의 알려주어 인쇄 후가공 작업 진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인쇄 후가공의 각 원리와 개념, 주의사항 등을 정확하고 쉽게 간단하게 설명한다.
후가공을 위한 종이 설명부터 인쇄 원리, 제본의 종류, 라벨과 커팅, 다양한 후가공 견본, 인쇄소에서 들리는 익숙지 않은 용어에 대한 설명까지, 후가공에 대한 모든 것을 깔끔하게 정리한 책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에 대한 나쁜양들의 이야기다.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은 어떤 책인가요?
이번 책은 인쇄 후가공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인데요. 인쇄 후가공은 쉽게 말해서, 박이나 코팅과 같이 인쇄물에 시각적인 효과를 더하거나 기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에요. 이러한 작업을 위한 공정들은 전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서적에서도 찾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이렇게 인쇄 후가공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 없는 상태로 디자인이나 제품을 기획하게 되면, 결과물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거나 불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실제로 결과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작업한 것을 다 버리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봐오기도 했고요. <디자인을 위한 피니싱북>은 이러한 공정들의 근본적인 개념과 원리에 대해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 책이에요.
어떻게 이 책을 만들게 되셨나요?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요?
여러 가지 계기가 있었지만,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앞서 텀블벅에서 진행했던 <사이즈북&견본> 펀딩이었어요. 첫 펀딩을 하기 전에는 저희 둘 다 회사를 다녔는데요, 보통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디자인 자체만으로도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디자인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서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힘들게 디자인을 완성한 후에 인쇄소나 기획사에 파일을 넘기면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한 게 되죠.
그러던 중에 <사이즈북&견본>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디자이너를 넘어 제작자의 입장이 되니 정말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어렵게 느껴졌어요.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중 하나라도 잘못된 결정을 내려 사고가 나면 모든 제품에 불량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인쇄소나 기획사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저희가 고스란히 안게 되고요. 그때, 이런 공정들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인쇄에 대한 개념이나 정보를 몰라서 디자인을 할 때 아쉬웠던 부분이나 실수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너무 많아서 어떤 걸 말씀드려야 할지… 인쇄보다는 인쇄 후가공에 대한 경험인데요, <사이즈북&견본>을 처음 만들었을 때 겪었던 일이에요. 스프링 제본의 경우 구멍이 뚫리는 부분을 고려해서 안쪽 여백을 더 넓게 주어야 글이나 그림과 같은 책의 내용이 중앙에 오는데요, 분명히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책의 여백을 정확하게 주었는데, 나중에 완성된 책을 보니 글과 그림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어요. 책의 특성상 기본적으로 여백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잘못했으면 내용 일부가 잘려나갔을 수도 있었던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본소에서는 책의 양쪽 페이지(펼침 페이지)를 재단할 때 정확하게 재단하기 위해서 두 번에 나누어 재단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안쪽에 재단 여백을 더 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몰랐던 거죠.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내용이 잘려나갔다면 인쇄물을 모두 버려야 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일이에요. 만약 이런 공정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거고요.
디자이너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한 인쇄 후가공 정보들을 알기 쉽게 정리했다.
어떤 내용들을 담으셨나요? 책의 특징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피니싱북은 제본, 코팅, 도무송, 코팅, 박, 형압 등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후가공 공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각 공정별로 어떤 목적을 위한 공정인지, 어떤 원리를 사용하여 작업하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이때, 여러 가지 개념들을 단편적으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먼저 근본적인 원리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거기서 조금 응용된 내용이나 추가적인 내용들은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기획했어요.
자료는 어떻게 수집하셨나요?
저희도 명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어요. 어떤 것에 대해서 아는 것과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더라고요.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서도 전체적인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기계를 직접 관찰하거나 영상 등을 통해 분석하면서 기본 원리를 파악했고, 이 외에 논문, 전문서적, 인터넷 자료 등을 수집해서 저희가 알고 있는 내용과 비교해보고,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거나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어요.
또, 대부분의 인쇄나 후가공에 사용되는 기계들이 해외에서 개발되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외 기초 자료 위주로 공부를 했어요. 이론적으로는 알기 어려운 실무나 유용한 팁 같은 부분들은 개인적인 실수나 경험에서 온 것들이 많았고, 작업하시는 분들께 기회를 봐서 틈틈이 여쭤보기도 했고요.
금박, 홀로그램박, 형압 등 후가공 견본들이 수록되어 있다. 다양한 포인트의 글자들을 볼 수 있어 실제 작업에 참고하기에 좋다.
책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피니싱북>의 ‘견본’을 위해 박, 형압, 후가공, 오시, 도무송 등 다양한 공정이 들어갔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 공정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기획사를 거치지 않고 모든 공정을 저희가 하나하나 감리를 보며 진행했거든요. 일손이 부족할 때는 가서 직접 도와드리기도 했는데, 정말 사소한 부분 하나만 놓쳐도 불량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저희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기는 했지만, 사실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기도 했어요. 중간에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작업하시는 분들과 바로바로,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서 실수가 생겼을 때 빠르게 조치를 취할 수 있었고, 의도가 잘못 전달되는 일도 적었어요.
본문 속 후가공 기법들을 실제 견본을 통해 쉽게 이해시켜준다. 각 견본 제작에 사용된 인쇄기법과 인쇄용지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인쇄가 생각보다 많은 곳에 사용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유용한 내용이 될 것 같아요. 그 외에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으세요?
인쇄와 인쇄 후가공은 종이뿐 아니라 천, 플라스틱, 강철 등 생각보다 많은 소재에 적용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래픽 디자인, 편집 디자인, 그리고 제품 디자인을 하시는 분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에요. 또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으시더라도 전체적으로 디자인을 기획하고 총괄하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디자이너나 기획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꼭 권해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 책에 이어 이번 책도 펀딩을 통해 선보이셨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어요. 예상하셨나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다만 첫 번째 책을 준비할 때보다는 조금 더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피니싱북>이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게 된 건 아마도 시대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전문 지식에 대해 접근하기가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지식들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많이 공개되고 있어요. 지식이 공유되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고,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거든요. 이런 점에서 많은 분들이 피니싱북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펀딩이 끝났는데 이후에는 어떻게 판매가 되나요?
5월 초나 중순부터 저희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할 예정이에요.
나쁜양들의 다음 계획이 궁금해요.
당분간은 <디자인을 위한 사이즈북&견본>과 <피니싱북>을 조금 더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데 집중할 예정이고요, 그 부분이 좀 마무리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새로운 제품으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나쁜양들(www.badra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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