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8
나무 패널에서부터, 유화물감, 비디오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산업의 흐름과 함께 예술을 표현하는 도구 역시 시대에 맞춰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인류의 미래라고 불리는 AI 인공지능, 이미 예술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AI.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들의 융합으로 새로운 장르가 된 ‘AI Art’의 최신 동향을 따라가보자.
기존 예술의 패러다임에 도전장을 던진 AI 아트는 아직까지 예술의 한 영역으로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창의성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의 독자성이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로 대표되는 AI로 인해 소멸되진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현대 과학 또한 이미 예술의 한 부분이기에 도구로서의 활용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논쟁 속에서 AI 아트의 움직임은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로 대표되는 AI는 매혹적인 방법으로 아티스트들에게 다가갔다. 머신 인텔리전스를 사용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창의력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예술산업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간 정체성의 의미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AI는 차세대 툴로 예술계에 첫 발을 디뎠다. 특히 파리에 있는 예술 단체인 오비어스(Obvious)가 선보인 AI 초상화 작품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가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예상가를 훌쩍 뛰어넘은 5억 2천만 원에 호가하는 금액 $432,500으로 낙찰되었을 때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Portrait of Edmond Belamy, 2018, created by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Sold for $432,500 on 25 October at Christie’s in New York. Image ⓒ Obvious
코드의 일부분을 이용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고리즘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14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는 작품 1만 5천여 점을 딥러닝한 컴퓨터로, 모방을 통한 학습 그리고 재창조의 과정을 거치는 적대적 생성 신경망 인공지능인 GAN 프로그램을 통한 네트워크 기술로 탄생한 작품이다.
어렴풋한 표현, 심지어 비용함수 서명까지 찍힌 최초의 가상 인물 초상인 이 작품의 등장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에드몽 드 벨라미 크리스티 경매를 시작으로 예술계에서는 AI 아트가 하나의 떠오르는 장르로 주목받았고, 개성 있는 작가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AI 아트에 뛰어들었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은 AI 영역을 선두하는 아티스트로, 두 곳의 뉴욕 스튜디오와 한 곳의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맥아더 파운데이션 펠로우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현재 샌프란시스코 드 영 미술관에서(de Young museum)에서 ‘언캐니 밸리: AI 시대의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Uncanny Valley: Being Human in the Age of AI)’라는 주제로 전시되고 있다.
지난 2월 오픈한 언캐니 밸리 특별전은 AI 시대에 인간이 되는 것을 예술적 렌즈를 통해 표현한 미국 최초의 AI 아트 작품전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가 제시한 철학적, 정치적, 감성적 메시지를 예술 작품을 통해 승화한 이번 전시는 기술적인 상상력, 데이터 마이닝 알고리즘, 스웜 지능 모델, 빅데이터 등을 사용하여 인간과 디지털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Masahiro Mori)가 도입한 언캐니 밸리 이론은 ‘불쾌한 골짜기’라는 뜻으로, 인간과 로봇 사이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고 있다.
인간은 로봇 등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유사성이 많을수록 높은 호감도를 갖지만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 이론은 이번 AI 특별전의 콘셉트를 한눈에 보여주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Trevor Paglen, They Took the Faces from the Accused and the Dead… (SD18) 2020
트레버 페글렌은 이 전시를 위해 얼굴 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해 피의자의 포트레잇 작품을 제작했다. 특히 머그 샷으로 구성된 이 사진들은 미국 국립표준협회 기록 보관소에서 사용되는 이미지로, 사전 동의 없이 초기 얼굴 인식 기술을 훈련시키는 데에 사용된 데이터들이다. 데이터가 어떻게 무기화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AI에 대한 비판을 예술로 승화시켜 컴퓨터가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을 만큼 각각의 인물 초상에 작가가 의도한 미묘한 감정이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의자의 얼굴을 통해 그는 무슨 말을 하고자 한 것일까.
Lawrence Lek, AIDOL, HD video sill, 2019
VR을 통한 작품 활동으로 유명한 로렌스 렉(Lawrence Lek)은 공상 과학 영화 <아이돌(Aidol)>을 통해 미래의 알고리즘 자동화를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비디오 게임 그래픽으로 렌더링된 세계에서 음악을 만드는 AI 작곡가의 이야기는 인간과 기계의 만남을 통한 분열과 폭발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존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Installation view of Stephanie Dinkins, Conversations with Bina48
이 밖에도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는 그녀의 작품들을 통해서는 AI 가 가질 수 있는 휴머니티적 측면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인종과 성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로봇, Bina48과의 대화를 통해 AI가 가질 수 있는 사회적 평등에 대한 코딩을 생각하게 해준다.
현재 드 영 미술관에서는 트레버 페글렌, 로렌스 렉, 스테파니 딘킨스를 비롯한 14명의 AI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잠시 휴관인 상태이지만, 올 10월까지 계속될 이 전시는 현재 테크 인더스트리에서도 현재 주목받고 있다.
AI가 그리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예술적 혁신으로 승화시키는 AI 아트. 새로운 예술 장르로써 앞으로 AI 아트가 그릴 미래가 기대된다.
글_ 우예슬 뉴욕 통신원(wys0603@gmail.com)
Photos courtesy: de Young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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