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5
합정동에서 카페를 꼽으라면, 쓰리고 카페를 빼 놓을 수 없다. 인테리어와 가구, 분위기에서 시간의 흔적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카페다. 합정동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순위에도 들 정도다.
쓰리고 카페는 알면 알수록 정이 묻어나는 곳이다.(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카페 이름에서부터 궁금함이 생긴다. ‘쓰리고 카페’라니... 카페 오픈할 때엔 ‘고씨 삼남매’가 함께 운영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쓰리고 카페의 센스가 돋보이는 간판 디자인(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간판 디자인에 보여지는 일러스트에서 삼남매가 카페를 만들었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지금 쓰리고 카페는 장세영 사장이 운영한다. 오랫동안 쓰리고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작년에 카페를 인수하게 되었다.
쓰리고 카페 장세영 사장
장세영 사장은 어렸을 적부터 직접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택배 상하차, 레스토랑, 카페 등 다방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합정동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건 20대 초반이었다. 장세영 사장은 한적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는 합정동 골목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쓰리고 카페 인수 후, 조금씩 그의 손길을 카페에 태우고 있는 중이다.
쓰리고 카페 인테리어(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카페 인테리어에는 화려한 색상을 사용하지 않았다. 바닥과 벽, 천정은 따뜻한 색으로 정갈하게 마감했다. 다만 ‘다양한 요소’들을 돋보이게 배치해 인테리어를 완성시켰다. 다양한 요소들을 모아 배치하는 과정에서 장세영 사장님의 철학과 센스를 느낄 수 있다.
카페 입구에서 보이는 소품들(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합정동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 디자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쓰리고 카페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문화집합소’다. 비워져 있었다면 어색했을 부분을 다양한 사람들의 ‘문화’로 채우고 있다. 실내 벽에 전시중인 아티스트의 작품은 2달 주기로 업데이트 되고 있고, 카페 입구에 있는 소품 테이블에는 또 다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가끔 스탠딩 파티도 주최해, 쓰리고 카페는 합정동 주민들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곳이 되기도 한다. 장세영 사장이 만들고 싶었던 ‘아지트 같은 카페’가 된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한쪽 벽면엔 수많은 폴라로이드 사진이 붙어져 있다. 합정동 주민들의 기억이 인테리어가 된 셈이다.
카페 입구에 위치한 가구. 장세영 사장의 여자친구가 직접 만들었다.(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더치장, 소품 테이블, 단상 등 여러 목재 가구들은 목공을 하는 장세영 사장의 여자친구가 손수 제작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목재를 사용해 완성도 높은 가구를 디자인했다. 장세영 사장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가구라며 가구들에 대한 높은 애정도를 보였다.
카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목재 가구
카페 인테리어에 욕심을 내다보면, 가격만 비싸고 색상과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가구를 배치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분위기와 느낌 뿐 아니라, 전체적인 배색도 고려하면서 가구를 제작해야 한다. 쓰리고 카페의 가구는 여자친구의 정성이 들어간 가구이기에 장세영 사장에겐 그만큼 특별하기도 하지만, 쓰리고 카페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목재와 색상 선정을 한 여자친구의 센스도 돋보인다.
고래 모양의 조명기구. 저녁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사진제공: 쓰리고 카페)
카페 천정엔 고래 모양의 전등이 붙어있다. 저녁이 되면 전등에 불이 환하게 들어와 고래형태가 두드러지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쓰리고 카페는 시간에 따라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카페 소품들이 많아, 언제 들러도 지루하지 않을 수 있다.
장세영 사장은 앞으로도 색다른 분위기를 위해 공간적인 변화를 시도할 생각이다. 특히 인테리어 조명은 조명 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해 나가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고 하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지길 51
글_ 한기준 건축콘텐츠연구가(dbxkrvk2@naver.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