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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과거와 현재를 기억하는 사진 단상

2019-10-04

 

때론 사진 한 장이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아내기도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담고 있는 영향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는 2019서울사진축제 ‘오픈 유어 스토리지: 역사, 순환, 담론’이 펼쳐져 그룹으로 활동 중인 작가를 비롯해 총 31팀이 전시에 참여해 사진 및 영상작품 128점을 선보인다.

 

 

한영수, 〈서울 명동〉 디지털잉크젯프린트 80×53cm1956, 소장: 한영수문화재단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두 개의 전시와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1950년대 한국 사진사의 아카이브와 작품으로 구성된 ‘역사’ 전시와 동시대 사진 행위와 생산물을 리서치해 전시하는 ‘순환’ 전시를 비롯해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사진 그룹의 생생한 토론 현장을 중계하는 ‘담론’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명동싸롱과 1950년대 카메라당’이라는 타이틀로 1950년대 한국 사진사의 역사를 보여준다. 여기서 싸롱은 그 당시 문학계에서 쓰인 표현이자 사진 단체에서도 쓰였던 명칭이다. ‘카메라당’은 일제강점기 때 아마추어 사진가를 부르던 명칭 중 하나로서 1950년대의 시대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명칭을 조합해 전시명을 선정했다.

 

 

 

 

명랑, 1958년 5월호, 소장: 국회도서관

 

 

성두경, 이경모, 이형록, 임응식, 임인식, 한영수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한국사진의 근대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분기점으로서의 1950년대를 돌아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 당시 한국 사회의 모습을 특유의 주제 의식으로 담아낸 작품들은 1950년대의 예술사진을 ‘리얼리즘’과 ‘살롱사진’의 이분법적 구도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담론을 넘어 한국사진에서 모더니즘적인 의식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시기를 재발견시켜준다. 
전시 구성은 195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한국 사진사를 조사, 분류해 그 당시 한국사진의 현황 안팎을 공시적, 통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시대적으로 명동이 갖는 상징성을 비롯해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관련된 이슈를 그려내고자 한다.

 

 

이경모, 〈명동〉 디지털잉크젯프린트 80×95cm 1950년 10월, 소장: 이승준 

 

 

작가 한영수는 일상 공간의 모든 것을 사진 화면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로 환원시켜 보여주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프레임의 자율성을 통해 사진의 미적 모더니티를 성취한 작업을 선보인다. 임인식의 작품에는 유독 폐허가 된 서울 시가지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 대장으로 종군하던 중 그의 카메라에 담긴 전쟁에 대한 기록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 전시는 순환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 동시대 사진 행위들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러브 유어셀프’라는 전시명으로 사진이 갖는 특유의 파급력을 통해 현재의 매체와 플랫폼, 이를 추진하는 동기를 토대로 오프라인에까지 미치는 영향력을 기반으로 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기슬기, 김도균, 김문독, 김신욱, 무궁화소녀, 문형조, 박동균, 송예환, 숄림, 안성석, 파트타임스위트, 불꽃페미액션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송예환 작품

 

 

작가 송예환은 ‘템플렛과 이미지의 반복’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작가 특유의 아이러니한 이미지 언어들을 사진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 과거 사진이 전문가에 의해 생산됐다면 이제는 대중에 의해 재생산된다. 작가는 대중들이 사진을 공유하는 친숙한 공간을 통해 사진이 전파되는 형태를 시각적 패턴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김도균 작품

 

 

‘인스타그램@kdkkdk’는 작가 김도균의 작품이다. 그는 2011년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한 1,555장의 사진을 폴라로이드 사진 형태로 출력해 서명과 작품번호, 업로드 날짜를 기재했다. 이후 물성을 지닌 프린트로 전시한 후, 관객의 구매에 따라 온라인에서 삭제하는 행위를 통해 컬렉터만 소장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었다. 정확히 똑같은 복사본을 수없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특징에서 벗어나 그의 사진은 단 하나의 결과물로만 존재한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한 결과물을 토대로 책을 만들고 500부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를 작품으로 선보이며 물질과 비물질적 사진 이미지 사이의 욕망과 소유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수많은 작품 중 눈에 띄는 작품으로 아이돌그룹 엑스원(X1) 김우석의 사진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사진은 실제 강남구청역에서 사용된 광고이기도 하다. 요즘 아이돌 팬들은 이같이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직접 그들의 모습을 촬영해 주도적으로 광고를 제작한다. 이는 과거 아이돌 팬덤 문화가 소비자 형태로만 머물렀다면 현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획자이자, 생산자의 형태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이미지 생산 활동을 무기로 새로운 팬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그들만의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모두 새로운 매체와 이미지에 대한 결합을 기반으로 하면서 온-오프라인을 가로지르는 사진의 작동과 작용에 대해 탐구한다고 볼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오늘날 사진이 어떤 특별한 지점에 도달해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사진이란 매체의 기술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무궁화소녀 작품

 

 

2019 서울사진축제 프로그램 ‘리서치 쇼’는 우리를 둘러싼 사진의 상황을 확인하고자 한다. 현재 사진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할 키워드들을 선정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리서치 테이블’이라는 프로젝트를 의뢰했다. 사전 리서치를 통해 생산된 결과는 각 프로젝트에 적합한 형태로 공간에 전시되고 축제 기간 내 강연으로 이어진다. 전시와 강연을 정리해 전시 종료 후 ‘리서치 노트’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박수지, 박지수, 포럼A, 손이상, 최혜영, 송수정, 김민, 전가경, 황예지 등 총 9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관에서 펼쳐지며, 10월 5일부터 11월 10일까지 전시장 내 조성된 강연장에서 주말을 이용해 11회에 걸쳐서 90분 내외의 강연을 진행한다.

 

 

 

손이상 작품

 

 

그밖에 동시대 사진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VOSTOK MARRY-GO-ROUND’가 10월 19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전시 기간 중 전국의 사진학과 대학생들과 사진-미술 현장의 링크를 만들기 위한 라운드 테이블 ‘티타임’이 열린다. 라운드 테이블은 기존의 포트폴리오 리뷰 형식에서 벗어나 조금 더 수평적인 관계로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그밖에 2005년부터 꾸준히 사진계 소식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사진바다’의 새로운 웹 아카이브 플랫폼 ‘아카이브 사진바다’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사진’이란 매체에서 떠오르는 기록의 단편적인 기능이 아닌 보다 확장된 의미로,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또 하나의 기억으로 잔상이 남는 작품이자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전시는 11월 10일까지.

 

에디터_한혜정(hjhan@jungle.co.kr)

사진제공_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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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시 #오픈유어스토리 #서울사진축제 

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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