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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미술관에서 게임을 경험하기

2019-07-18

게임을 예술처럼 경험해보면 어떨까. 혹은 예술을 게임처럼 느낄 수 있다면? 물론 게임이 예술이 되거나, 예술이 게임이 될 순 없지만, 이 둘이 만나면 뭔가 훨씬 깊이 있어지고 재미있어질 것 같다.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 전시 포스터(사진제공: 넥슨재단)

 

 

그럼 미술관에서 게임을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게임 속 캐릭터를 관찰하듯 나를 관측하고, 게임을 통해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인터렉션 작품을 통해 게임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시켜주는 전시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넥슨재단이 개최하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25주년 기념 전시로, 온라인게임의 핵심 특성인 ‘참여’와 ‘성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온라인게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시각화했다. 

 

전시 제목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는 온라인게임을 둘러싼 새로운 환경과 최신 기술들, 이번 전시의 관람객을 포함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온라인게임의 채팅 명령어에서 자주 사용되는 슬러시(/)를 차용해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을 즐겨왔고, 현재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는 모든 플레이어들을 소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맨 뒤에는 언더바(_)로 깜빡이는 커서를 표기했는데, 이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게임의 이야기를 뜻한다. 

 


전시장 입구. 이곳에서 로그인을 하고 입장하면 된다.  

 

 

미술관에는 게임 속 세상이 펼쳐져 있다. 일반 전시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은 게임을 현실의 게임을 플레이하듯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점. 관람객은 온라인게임을 즐기듯 전시장 입구에서 넥슨 계정 혹은 게스트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ID 밴드’를 발급받은 후 전시장에 입장해 캐릭터를 부여받고, ID밴드를 활용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체크포인트’에 태깅하며 작품들을 직접 체험(퀘스트 수행)하게 된다. 

 

전시장의 작품들은 슬래시 방향의 가벽에 설치돼 있다. 이는 무한히 확장 가능한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며 만나게 되는 11개의 작품은 가상공간 속 온라인게임을 재구성하게 하고, 전시장 안쪽에서 출구 방향으로 설치된 9개의 작품을 통해서는 전시적 시점으로 온라인게임을 해석해볼 수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노하우로 제작된 작품들이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캠프파이어〉

 

 

온라인게임 속 콘텐츠는 오프라인 전시공간에 색다르게 구성된다. 전시장 중앙에는 앉으면 가상의 캠프파이어가 피워지고 바람이 불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마비노기’를 모티브로 게이머들의 협력관계를 구현한 작품 〈캠프파이어〉다.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확장되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이끌고 있는 ‘카트라이더’를 색다른 방식으로 해석해 현실의 맵을 헤드셋 속 게임 사운드와 매칭시키고 AR로 전시공간을 누비는 카트를 경험시켜주는 〈히든 트랙〉, ‘메이플스토리’를 모티브로 메이플월드 속 인물이 돼 특정 책을 터치하면 해당 에피소드의 주요 문구와 BGM을 확인할 수 있는 〈차원의 도서관〉 등이 전시된다. 

 


인텔리전스랩스의 욕설탐지 프로그램을 활용한 〈1,000,000/3sec〉

 


시선 추적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한 〈아이트래킹〉

 


게임의 서버 속 데이터 흐름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Behind the Game〉

 

 

특히, AI와 빅데이터 등을 연구하는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의 기술들이 적용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인텔리전스랩스의 욕설탐지 프로그램인 ‘초코’를 활용해 욕설의 탐지 및 제거 속도를 반짝이는 빛으로 표현한 〈1,000,000/3sec〉, 플레이어가 어떤 곳을 응시하고 어떤 시선으로 게임을 인지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아이트래킹〉, 게임 속 서버 데이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Behind the Game〉 등 인텔리전스랩스가 연구 중이거나 실제 적용하고 있는 기술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국내 온라인게임의 태동기를 인게임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ongoing_beginning〉

 

 

넥슨 게임뿐 아니라, ‘단군의땅’, ‘쥬라기공원’ 등 온라인게임의 태동기를 보여주는 영상을 비롯해, 여러 분야, 연령의 유저들의 온라인게임에 대한 생각과 시선,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과 개발사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연대기 등 온라인게임 25주년의 의미를 담아낸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과 개발사들의 역사를 연대기 형식으로 구성한 〈ongoing_history〉

 


1994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발간된 국내 온라인게임 잡지를 도서관 형태로 전시한〈ongoing_library〉

 

 

전시장 내에서 작품을 체험하는 모든 행위는 인텔리전스랩스의 클러스트링 기법에 의한 유저 특정적 데이터를 통해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처럼 데이터화돼 누적된다. ‘관람객 특정적 전시’라 칭해진 이유다. 관람객은 전시 관람을 마친 후 온라인게임을 플레이하는 행위처럼 누적된 자신에 대한 데이터이자 전시 관람의 결과물을 영수증 형태로 출력, 확인할 수 있다. 넥슨 계정을 사용해 로그인을 했을 경우엔 그동안 본인이 즐긴 넥슨 게임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예술의 시각에서 바라본 게임, 게임의 시각에서 바라본 예술을 통해 게임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생각을 제공한다. 게임에 대해서는 워낙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고,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기도 했지만, 이와는 별개로 게임 산업의 발전, 게임에 대한 사회, 문화적 인식 변화, 게임 속 첨단 기술, 온라인게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경험해볼 수 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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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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