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9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은 읽을수록 이야기가 많아지고 풍성해진다. 그는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그림 곳곳에 무언가를 숨겨놓고, 글로 표현되지 않는 것이나 대표적인 특징 같은 것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다. 세부적인 묘사의 흔적은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의 그림책 속에서는 이렇게 또 하나의 세상이 펼쳐진다. 그의 그림책은 그래서 특별하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 전시장 입구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의 대명사 앤서니 브라운의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만 명의 관람객 수를 기록하며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최다관객상을 받은 2016년 ‘앤서니 브라운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이라는 이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앤서니 브라운의 깊고 풍부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 캐릭터 고릴라를 만나는 ’리틀 뷰티’ 섹션
1976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앤서니 브라운은 1983년 〈고릴라〉, 1992년 〈동물원〉으로 ‘케이트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고, 2000년 ‘어린이 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 그는 기발한 상상력과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표현력, 탄탄한 구성력, 특유의 따뜻함을 지닌 세밀한 그림을 선보여왔다. 특히 어린이가 가족과 친구, 낯선 세상 속에서 겪는 심리적 경험을 잘 어루만져왔는데, 갈등, 풍자, 해학 등 개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글과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은 전 세계 어린이뿐 아니라 수많은 어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 섹션. 앤서니 브라운의 스케치와 책의 형태로 묶어놓은 그림들이 함께 전시된다.
극장 콘셉트로 꾸며진 전시는 그의 초기 아이디어 북, 연필선과 세밀한 붓 터치와 뛰어난 상상력이 담겨있는 그림,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국내 미발간 작품 등 앤서니 브라운의 원화 20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책에는 앤서니 브라운이 자신의 인생에 큰 의미가 있는 존재들을 생각하며 작업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전시에서는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여린 고릴라, 슈퍼맨 같은 아빠, 포근하면서도 강한 엄마, 약한 것 같지만 자신만의 길을 찾아내는 침팬지 윌리 등을 새로운 느낌으로 만날 수 있다.
〈아기가 된 아빠〉. ‘우리 아빠가 최고야’에서는 아빠의 다양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극장’은 7개의 극장과 미술관, 도서관, 체험관 등 총 10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다. 각 섹션의 주제, 작업 방식과 특징, 주제에 해당되는 그림책의 원화들과 그림책의 내용을 통해 앤서니 브라운의 넓고 깊은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전시는 앤서니 브라운의 대표적인 캐릭터 고릴라를 만나는 ‘리틀 뷰티(Little Beauty)’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사회를 살아가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고릴라를 통해 무겁고 진지한 현실 문제를 풍자, 유머러스한 요소로 표현한 그의 작업들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더해진 ‘거울 속으로’
‘거울 속으로(Through the magic Mirror)’는 초현실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장치로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상징이 깃든 전시작들 속에서 여러 가지 의미들을 추측해볼 수 있으며, 숨은 그림 찾기 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My Dad)’에서는 여러 아빠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아빠의 모습, 무한한 재능을 지닌 아빠의 모습뿐 아니라 때론 철없고 게으르며 지쳐있는 아빠의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진다.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 작업을 한 〈특별한 손님〉의 그림들도 전시된다.
앤서니 브라운이 삽화 작업을 한 그림들은 ‘특별한 손님(The Visitors(as a illustrator))’에서 전시된다. 작가인 동시에 일러스트레이터인 앤서니 브라운이 다른 작가들이 쓴 9권의 책에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작품들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들로, 수수께끼처럼 얽혀있는 이야기의 단서가 되는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명화를 재치있게 재해석한 ‘행복미술관(Happy Museum)’에서는 앤서니 브라운이 미술관 레지던스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주관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작품들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반응들을 기초로 만든 그림책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행복미술관’ 섹션. 그의 작품들과 함께 다양한 영상작품을 볼 수 있다.
‘꿈꾸는 윌리’ 섹션에서는 윌리가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
‘꿈꾸는 윌리(Willy the Dreamer)’의 윌리는 앤서니 브라운의 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인공이다. 아이들의 모습과 닮은 윌리는 걱정과 외로움, 두려움은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것이라는 희망과 용기를 전한다.
‘숲 속으로(Into the Forest)’의 그림 속 숲은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곳이다. 관람객은 그림책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찾아내며, 앤서니 브라운이 초현실주의적으로 표현한 상상의 세계도 찾아볼 수 있다.
숲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 ‘숲 속으로’ 섹션
‘마술 연필(Magic Pencil)’에는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기 전 포장지 디자인을 위해 그렸던 꼬마곰이 등장한다. 그는 마술 연필을 들고 다니는 꼬마 곰을 그린 이후 초기작으로 이 꼬마곰이 등장하는 그림책 시리즈 작업을 했는데, 그 꼬마곰과 함께 3D 미디어 아트 체험을 할 수 있다.
‘리틀 프리다(Little Frida)’에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올해 신작 〈Little Frida〉의 원화가 전시된다. 프리다 칼로의 어린 시절 꿈을 주제로 한 이 그림책은 프리다를 무척 존경해온 앤서니 브라운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프리다에게 헌정하는 책으로, 풍성한 메시지와 생각할 거리들이 담겨있다. 프리다의 고통, 불안, 자유, 상상, 성숙, 사랑, 환경 등을 암시하는 여러 단서들을 찾고, 나름의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리틀 프리다’. 올해의 신작 〈Little Frida〉의 원작이 전시된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은 ‘행복 도서관(Happy Library)’으로, 원서와 한글판, 최신작까지 앤서니 브라운의 모든 그림책이 구비돼 있어 전시 관람객 누구나가 자유롭게 그림책을 볼 수 있다.
전시장 곳곳에 국내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제작된 영상, 대형 오브제, 조형물, 미디어아트 등이 설치돼 있으며, 전시 기간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키즈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앤서니 브라운이 전하는 가족애, 우정, 예술, 자유, 행복 등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9월 8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