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5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미술관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에서 열린 제시 달링(Jesse Darling) 특별전. 런던과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는 주목받는 젊은 유럽 현대미술 작가 달링의 작품은 인간의 한계와 장애를 통해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신학과 미술사와 결합한 인체의 취약을 모티브로 삼고 특히 사회 및 정치적 힘에 의해 제약받는 인간의 삶에 대한 저항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설치미술 자체를 ‘임의적이고 폭력적인 동화’에 대한 변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신진 유럽 작가의 흥미로운 작품 세계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테이트 브리튼 전경
테이트 브리튼에서 열린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The Ballad of Saint Jerome’로 우리가 알고 있는 성 제롬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성경을 최초로 라틴어로 번역한 성인 성 제롬을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한 손에는 성경을,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해골을 짚고 있는 유명한 작품을 기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달링의 작품세계에서 그려지는 성 제롬과 사자의 우화는 종교를 뛰어넘어 장애, 인간관계, 신과의 관계로부터 오는 복잡한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다.
Ascension device, 2018
이번 전시와 관련한 인터뷰를 통해 달링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그림을 본 몇 년 전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뒤러의 작은 종말 나무 목판은 강한 인상을 남겼고, 작업실에 온 달링은 세인트 제롬과 사자들에 관련된 역사와 신학, 미술사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동안 헤어 나올 수 없었다고 한다.
Lion in wait for Saint Jerome and his medical kit, 2018
The Lion signs “wound”, 2018
특히 수술로 병원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2018년은 달링에게 인간의 결함과 병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 시간들 속에서 달링은 새로운 모티브의 변이를 발견하고 작품에 임할 수 있었다고.
istemologies (shamed cabinet), 2018
달링의 작품에서 보이는 그 불완전함은 비틀어진 캐비닛의 다리라던가, 구부러진 형태의 파이프라인 등에서 표현된다. 또한 작품에 사용된 소재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들이 주되다. 작품에 대한 영감을 ‘현재’에서 찾는다는 달링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러한 물체에 일반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의미 부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바라본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 달링은 서른의 나이에 미술을 시작했다.
(왼쪽) Regalia & Insignia(The staff of Saint Jerome), 2018
(오른쪽)Icarus does the most(temporary relief), 2018
현대미술이 정치적 영향에 파괴되고 있다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달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예술 속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가치로움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을 통해서 그 힘에 대해 비뚤어져가는 예술과 격차, 인간의 모습, 저항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다고 한다. 동시에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그러한 사회적 결함도 언젠가는 끊어져내질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는 달링.
Bowl of Hygieia, Brazen Serpent 2, 2018
어릴 적부터 스토리텔링에 남다른 끼가 있었다는 유럽의 신진작가 달링. 앞으로 그녀가 작품으로 들려줄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글_ 우예슬 뉴욕통신원(wys060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