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6
[디자이너 토크 Designer’s talk]
이곳 유럽에는 뮤지엄이 많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크고 작은 수많은 뮤지엄들은 순수미술부터 컨템포러리 아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다양한 컬렉션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유럽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주변 뮤지엄과 갤러리 등을 방문해 영감을 충전하는 시간은 진행하는 디자인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전시 관람 후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뮤지엄 내의 서점과 카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느 뮤지엄을 가든지 그 도시의 문화와 특징이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진행된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서는 12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Denmark)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코펜하겐의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이 뮤지엄은 과거 로얄 프레데릭 병원(Det Kongelige Frederiks Hospital)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는 1920년대 촉망받던 건축가 일바 벤트센(Ivar Bentsen)와 카에레 클린트(Kaare Klint)가 참여하였다. 초기 박물관의 주요 설립 목적은 덴마크의 디자인 품질 개념을 도입하여 당시 덴마크 산업 기준을 확립하기 위함이었고, 현재는 덴마크 디자인에 대한 지식을 제공하고 이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뮤지엄 뒤편의 비밀스러운 오피스 공간에서 진행된 이번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는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의 전시부문 디렉터 크리스찬 홈스트 올슨(Christian Holmsted Olesen)이 함께 해주었다.
디자이너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의 전시총괄 디렉터 크리스찬 홈스트 올슨(Christian Holmsted Olesen) 과 필자
반갑다. 먼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참여해주어 고맙다. 본인과 뮤지엄 소개를 부탁한다.
디자이너 토크 세션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나는 크리스찬이고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의 전시부문 총괄(Head of exhibition& collection)을 맡고 있다.
올해로 이곳에서 일한 지 19년이 되었다. 처음 학생의 신분으로 이 뮤지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그 뒤로 프로젝트 매니저, 큐레이터 총괄 등을 거쳐 현재의 직함을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의 주요 리서치 필드는 20~21세기를 아우르는 컨템포러리 디자인 분야였으며, 현재는 가구, 산업디자인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은 125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덴마크 디자인의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산업 디자인 분야를 포함한 세라믹, 유리, 가구, 출판물, 교육 자료실, 장식, 예술 부문 등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프리츠 한센, 핀 율(Finn Juhl), 한스 베그너(Hans J. Wegner), 아르네 야쿱센(Arne Jacobsen), 베르너 팬톤(Verner Panto) 등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 등도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본, 중국의 컬렉션도 함께 소장되어 있다.
특히, 서유럽의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까지의 1,500여 점이 넘는 컬렉션도 눈여겨볼만하다. 15년 전만 해도 우리 뮤지엄은 20세기 초의 컬렉션을 주요 타깃으로 하였으나, 현재는 현대 아트 컬렉션 중심으로 운영하며 디자인 역사와 현재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뮤지엄은 특히 덴마크 디자인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과거에는 아트 디자인 스쿨(Design school of art & hand craft)이 뮤지엄 안에 설치되어 실제로 학생들이 전시 작품들을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뮤지엄 소개 영상
현재 뮤지엄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가?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에서 이뤄지는 모든 전시와 컬렉션 부문의 총괄을 맡고 있다. 전시 성격에 따라 때로는 직접 큐레이팅을 하기도 한다. 상당히 방대한 전시분야와 그에 따른 기획으로 내부적으로 체계화된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었기에 현재의 업무가 아주 즐겁다. 거시적으로 본다면 ‘역사를 어떤 의미에서 발전시켜갈 수 있는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전시기획자라는 직업은 여전히 생소한 분야이다. 어떤 것이 가장 매력적인가?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내딛게 된 것은 단순히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웃음).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과 문화 전반에 관한 지식이 요구되기에 끊임없이 공부하는데, 그 자체가 즐거운 과정이다.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컬렉팅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전체적인 과정 자체를 관람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하는지가 핵심이라 본다. 때문에 기획된 전시의 관련 분야에 대한 철저한 리서치와 그에 따른 아카이브 정립, 전 세계의 다양한 채널을 통한 작품 정보 수집, 스토리텔링 과정 등 전방위적인 프로세스가 요구된다.
한눈에 봐도 방대한 수의 작품과 퀄리티가 인상적인데, 전시 작품의 컬렉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다방면에 걸친 리서치가 상시 진행된다. 라이브러리, 아카이브, 옥션, 프라이빗 네트워크, 딜러 등 상당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는 리서치는 상당히 중요한 프로세스 중 하나이다.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우리 뮤지엄에 잘 부합하는 작품을 리서치하고 선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다양한 도시들의 뮤지엄을 방문하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전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드러나기 마련이다.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만의 특별함이 있는지 궁금하다.
상설 전시 작품을 포함해 거의 모든 전시작들은 정교한 핸드 크래프트(Hand craft)가 핵심요소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북유럽의 천연 소재가 고스란히 표현된 작품들은 그 디테일에 늘 감탄하게 한다. 이는 덴마크의 디자인 역사가 바로 장인정신(craftmanship)에 기반되었기 때문이다. 장식적인 럭셔리보다는 실용적인 기능성을 갖춘 미니멀한 접근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새로운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여 진행하는가?
전시 기획의 범위는 제한되어 있지 않다.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나 아티스트와 함께 진행하는 믹스 익스비션(Mix exhibition) 방식으로 기획되기도 하고, 단독 디자이너의 전시를 기획하기도 한다. 어떤 아티스트는 관람객과 소통하며 직접 그 자리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때문에 기획 방식을 한가지 흐름으로 정의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디자이너나 예술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관람객들이 우리 뮤지엄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믿기에 전시의 주제나 초대 작가들도 이 같은 다양성과 경험성을 바탕으로 선정하게 된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중심부에 위치한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 © Design Museum Denmark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은 다양한 컬렉션의 상설전시관, 전시 기획관, 라이브러리 등의 다양한 구성을 갖고 있다. ⓒ Design Museum Denmark
뮤지엄 안쪽 정원에서도 다양한 야외 전시가 열린다. ⓒ Design Museum Denmark
거의 20년 동안 이 뮤지엄에서 전시를 기획해왔다면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인 전시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너무 많다(웃음). 기획했던 수많은 전시의 분위기와 과정을 모두 정확히 기억한다. 그중에서도 ‘Century of the Child’전은 세대를 아우르는 성공적인 전시였다고 평가받는다. 스칸디나비아의 아이들이 어떤 디자인 환경에서 자라왔는지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는데,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이들을 위한 가구, 장난감, 책, 의류, 학교의 건축물, 놀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된 전시였다. 이 전시는 전 세계 투어를 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모토 사이클 디자인’을 주제로 했던 ‘Motocycle exhibition’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뮤지엄 전체가 거의 남성들로 가득했다(웃음). 어린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상당히 즐거웠던 전시 경험이었다.
‘Century of the Child’전 ⓒ Design Museum Denmark
다양한 워크숍 과정은 예술의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해주는 훌륭한 프로그램 중 하나다. ⓒ Design Museum Denmark
개인적으로 뮤지엄을 돌아보며 크고 작은방, 그리고 복도의 구성이 흥미로웠다. 전시기획을 하면서 관람객을 위해 특별히 고려하는 것이 있다면?
상당히 다양한 부분이 고려되어야 함은 분명하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세밀하게 배려한 크고 작은방, 그리고 알맞은 조도의 조명, 거울 등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전시의 스토리텔링을 서포트하고 있다. 우리 뮤지엄은 그리 크지 않은 전시룸과 좁고 긴 복도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러한 부분을 영리하게 계획해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2016년에는 한가람 미술관과 ‘덴마크 디자인’전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는데.
당시 전시 기획에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전시였고 성공적이었다고 전해 들었다. 한국과는 약 15년 전부터 디자인 관련의 다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덴마크와 한국의 수교 60주년이기에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기대해본다.
최근 들어 모바일 트렌드가 대세가 되면서 전 세계 많은 뮤지엄들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 우리 뮤지엄은 조금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실제로 보고 그 공간을 경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화면을 보고 감상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앞으로도 이 실제적 경험(real experience)의 기본 콘셉트는 유지할 계획이다.
뮤지엄 내에 있는 라이브러리 공간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조금 더 설명을 부탁한다.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의 역사와도 같다. 디자인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있는 곳이었기에 당시 디자이너와 관련 제작자들이 방문해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리서치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지금도 이 공간은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으며 많은 학생들과 디자이너들이 방문한다. 디자인의 역사와 흐름에 대해 알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함에 있어서 디자이너 혹은 아티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다. 이에 대한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달라.
2011년 기획되었던 영국 출신 디자이너 제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과의 전시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그와의 미팅을 위해 파리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그의 디자인 컬렉션 전시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스스로 준비가 안되었다며 겸손하게 거절을 하더라. 이에 대해 서로 의견 조율을 하던 차에 모리슨이 덴마크 디자인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많다며 조금 다른 접근으로 전시를 제안했고, 그렇게 기획된 전시가 ‘Danish Design I Like it’이다. 모리슨이 영감을 받은 덴마크의 제품들을 전시하고, 그가 직접 큐레이팅도 진행한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전시된 제품들에 대한 히스토리와 영감을 받게 된 과정들을 설명했는데 상당한 호응을 얻었다.
‘Danish Design I Like it’ by Jasper Morrison 소개 영상
영국의 대표 디자이너 제스퍼 모리슨과 진행했던 ‘Danish design, I like it’전, 2011 ⓒ Design Museum Denmark
뮤지엄 내의 덴마크 의자 전시관(The Danish chair an international affair)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덴마크의 가구, 특히 의자의 디자인과 역사를 잘 보여주는 상설 전시관이다. 전시된 의자도 인상적이지만, 그 공간 자체도 상당히 아이코닉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 공간은 이미 1920년 리모델링 당시 건축가 카아레 클린트(Kaare Klint)에 의해 구상되었다. 오래된 건물의 특성상 뮤지엄의 공간 대부분의 느낌이 보수적이었기에, 이 공간만은 무언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마치 우주선 안을 거니는 것처럼. 뮤지엄의 첫인상은 보수적이고 역사적 공간임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 들어서면 기대하지 못한 변화가 보이도록 구성하고 기획하는 것이 하나의 큰 콘셉트였다.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듯한 전시공간. 고풍스러운 전체적인 뮤지엄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미래지향적 구성이 흥미롭다. ⓒ Design Museum Denmark
뮤지엄의 카페 & 레스토랑 ⓒ Design Museum Denmark
덴마크를 대표하는 럭셔리 테이블 웨어 로얄 코펜하겐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전시 부스 ⓒ Design Museum Denmark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이 보유한 아카이브에 대해 부연 설명을 부탁한다.
단순히 문서에만 기반을 둔 아카이브가 아니라 전반적인 프로세스와 프로토 타입까지 보유한 통합적인 방향을 추구한다. 현재 진행형으로 구축 중이며, 이는 덴마크 디자인 분야의 세밀한 기록과 보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통틀어 여전히 큰 흐름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언론에 많이 나오는 덴마크의 휘게(Hygge) 등의 키워드들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북유럽의 긴 겨울 덕에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문화의 특성상 가구, 조명 등 인테리어에 자연스럽게 투자를 하게 된다. 1900년대의 덴마크 가정의 거실이 다양한 가구와 오브제들로 가득했다면, 지금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추세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흐름은 반드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만의 특징은 아니다. 전 세계 트렌드의 벽은 허물어지고 모든 것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 즉,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의 디자인은 구분되는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믿는다. 각 나라가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기에 모두 스칸디나비아 국가라는 한 카테고리에 있지만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먼저, 스웨덴은 자연의 소재를 원형으로 하되,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공업 분야가 상당히 발전해 오며 자동차, 전자제품 등의 생산과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볼보(Volvo), 이케아(IKEA), 일렉트로룩스(Electrolux) 등의 대표 브랜드만 봐도 그 흐름을 알 수 있다.
반면, 덴마크나 핀란드는 크래프트에 집중된 산업환경을 거쳐왔다. 가구나 캐비닛 산업, 즉 나무, 세라믹, 유리 등보다 아날로그적인 천연소재 기반의 산업이 주가 되었다. 노르웨이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짧은 디자인 역사를 갖고 있다.
올해 기획하고 있는 특별한 전시가 있는가?
대부분 아직 공개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만 큰 맥락만 짚어보자면 독일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 디자인 전시를 기획 중이고, 덴마크 자전거 디자인(Danish bicycle design) 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전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코펜하겐에 들른다면 방문해주길 바란다.
한국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글을 읽게 될 것이다. 선배로서 그들에게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디자인 미술관이라는 유니크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경험이 중요함을 느낀다. 첨단의 기술력과 노하우도 중요하겠지만, 과거의 지식과 배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큐레이팅과 전시기획에 있어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역량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과거를 통해 가치 있는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다가올 미래를 준비한다면,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지 좋은 뒷받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가치 있는 가르침은 다름 아닌 바로 현장에 있다. 가능하면 주변의 미술관, 갤러리, 뮤지엄 등을 많이 방문하고 그곳으로부터 영감을 얻어보길 바란다. 더불어 그 깨달음을 이끌어주는 열정의 태도가 있다면 훌륭한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이번 토크 세션은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뮤지엄의 어느 복도 끝, 낡고 오래된 방에서 진행되었다. 마치 그곳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묘한 기류가 흘렀고, 고서들의 냄새와 삐걱거리는 바닥의 소음이 왠지 비밀스러웠다. 크리스찬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필자는 마치 과거 여행을 하고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문득 스친 생각이 있다. 과거의 수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재를 완성하고 있는 조각의 퍼즐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시간도 순간순간이 역사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과거의 유산을 고리타분한 전유물로 여기며, 다가올 미래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소리 낸다. 더욱이 AI, AR 분야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을 뛰어넘는 영화 속 미래 모습이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들어와 있다. 우리는 이제 홍채인식, 지문 감지, 모션컨트롤, 가상현실, 자율 주행 등의 생소하기만 했던 단어들에 익숙해져 있고, 이 기술들은 하루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인류가 지나온 시간들이다.
이 과거의 역사 속에 어쩌면 인류가 그토록 갈구하는 대부분의 해답들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현인들이 고서와 역사서를 가까이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 지난 역사 속의 가치 있는 교훈과 배움 속에 이 시대가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이끌어내는 힘이 존재하리라 생각해본다.
토크 세션을 마치고 뮤지엄의 좁고 긴 통로를 나오다가 문득 스펜서 존슨(Spencer Johnson)의 〈선물(The present)〉에 나온 글귀가 떠올랐다. “과거에서 배우고, 현재 속에 살며, 미래를 계획하라.”
글_ 조상우 스웨덴 Sigma Connectivity 사 디자인랩 수석 디자이너(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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