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2
김성수, <Solist> oil on canvas, 195x130cm, 2016(사진제공: 조현화랑)
부산 해운대구 조현화랑에서 오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김성수 작가의 개인전 ‘Solist’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조현화랑에서의 ‘Duplicata’ 전시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두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양가적 풍경의 숲 작업과 화려한 소비를 상징하는 ‘Vanitas’ 작업을 포함해 총 14점이 소개된다.
김 작가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회화 스타일을 단단히 구축하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표현으로 한국 현대 회화를 대표한다. 그는 프랑스 유학시절 느꼈던 소외감 그리고 현대사회와 현대인의 양면가치의 이중감정을 더욱 짙은 농도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숲을 주된 소재로 해 이전의 유형과는 다른 새로운 작품들을 제작했다. 전작에서 섬세하고 완벽한 형태의 표현과 덤덤하고 무심한 표정의 피사체 모습을 그렸다면 ‘Solist’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들은 우리가 아는 나무와 숲인 듯 하지만, 왠지 모를 낯섦과 차가운 공기가 감돌아 서늘한 기분까지 들게 한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강력한 황금색이 시선을 압도하는 ‘페르시아 문양’ 작업의 ‘Vanitas’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주로 네덜란드와 프랑드르 지역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정물화에서 보이는 상징코드로 ‘허무, 허영’의 의미를 가진다. 솔로몬이 외친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Vanitas vanitatum Omnia vanitas, 전도서 1:3)에서 유래된다.
페르시아 문양은 식물의 형태에서 착안한 것으로 상위계층의 특정 소수자들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황금색 무늬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황금색이 흘러내리거나 그 형태를 흐트려 당시 이 문양을 소유했던 그들의 권력이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아무것도 아님을 표현하고자 한다. 전시 공간의 한 벽면에는 페르시아 문양의 벽지를 설치해 일회성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욕망과 그 안의 차가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느끼는 공허함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작가는 회화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작품 속에 온전히 담아 깊이와 원숙함이 더욱 짙어진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Solist (from l'ile morte series 2)>, oil, acrylic on canvas, 117x91cm, 2018
김성수, <Solist> oil, pastel on canvas, 193.9x130.3cm, 2017-18
에디터_장규형(ghjang@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