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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밀라노의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2018-12-28

이탈리아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남부 이탈리아 등 다양하고 많은 지역이 아름다운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그런 사랑을 받는 도시들과 다르게 밀라노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생각보다 별로 볼 게 없다’라는 후기를 남기고 간다. 정말 밀라노는 가볼 곳이 없는 도시일까? 피렌체의 꽃 두오모 성당처럼 화려하진 않아도, 로마처럼 역사 속의 이야기가 넘치진 않아도, 베네치아처럼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은 아닐지라도 별 볼 일 없는 도시로 말하기에는 아쉬운 곳이다. 시 중에서 그런 구절이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밀라노도 그렇다. 

 

밀라노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성장한 도시가 된 역사는 그리 길지는 않다. 1861년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통일이 이루어지고 난 이후, 외부 도시들과 철도 연결이 본격화되며 밀라노의 산업화가 시작되고 밀라노 은행들은 크게 성장하였다. 2차 세계 대전으로 도시가 피해를 입었으나 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유럽 경제 호황기에 힘입어 밀라노의 경제는 다시 성장하였고 농촌에서의 이주 역시 확대되었다. 이탈리아 내에서 경제 도시로의 밀라노는 이탈리아의 다른 도시들과 다른 새로운 면모를 불어 넣어주었다. 밀라노 부자들은 자신들의 집을 건축하고 리모델링을 하였다. 그래서 밀라노의 아름다운 집들과 역사적인 의의가 있는 곳들은 사적인 소유로 많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유에 방문객들이 쉽게 구경하는 것에 제한이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이탈리아 문화 예술 재단 FAI(Fondo Ambiente Italiano)에서는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또는 쉽게 방문할 수 없는 다양한 건물들을 오픈하는 이벤트를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1. 밀라노에 숨겨진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손꼽히는 곳 -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

 

빌라 네키 캄필리오 

 

 

빌라 네키 캄필리오의 경우에는 FAI 재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문화유산이기에 평상시에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밀라네제(Milanese)들에게 밀라노에 숨겨진 제일 가볼 만한 곳을 물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공간으로 꼽는다. 빌라 네키 캄필리오의 내부에서는 시간대별로 가이드로부터 빌라 네키에 대한 자세한 설명들을 들을 수 있다.

 

 

 

빌라 네키 캄필리오 

 

 

빌라 네키 캄필리오는 아내 지지나 네키(Gigina Necchi)와 남편 안젤로 캄필리오(Angelo Campiglio) 부부 그리고 지지나의 여동생인 네다 네키(Neda Necchi)가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 피에로 포르타루피(Piero Portaluppi)에게 1932년 의뢰하여 1935년 완성된 빌라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토마소 부지(Tomaso Buzzi)에 의해서 더 화려하게 변모하였다. 철강과 재봉틀 사업으로 경제적인 부를 축적했던 부부는 모든 공간 모든 가구 정원과 인테리어는 그들만을 위해서 특별히 주문 제작을 의뢰하였고 그들을 위해서 디자인되었다.

 

모딜리아니의 스케치들

 

 

바닥의 카펫, 라디에이터의 가림막, 천장, 창문, 식기, 전등, 하인들의 의상까지도 어느 하나 디자이너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며, 인테리어와 집의 구조 곳곳에서 천장의 마름모꼴 무늬와 라디에이터의 사각형 무늬, 별 모양의 창문, 원형의 창문과 직선과 곡선의 모양 등의 시그니처적인 요소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1930년대의 이탈리아 인테리어와 장식 예술의 정수가 집과 함께 계속해서 보존되어 오고 있다. 손님 방에 걸린 모딜리아니와 마티스, 피카소의 스케치와 도심 한복판의 작은 공원 같은 넓은 정원 부지와 정원 수영장이 얼마나 부유한 공간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빌라 네키 캄필리오와 별도로 근처에는 특이하게 밀라노 도심 한복판에서 홍학, 플라밍고를 볼 수 있는 정원(Villa Invernizzi)이 있다. 개인 건물의 개인 정원에 홍학을 키우고 있는데, 높은 담장 사이로 핑크빛의 미스터리한 매력을 뽐내는 홍학들을 지켜볼 수 있고, 때로는 안에 들어가서도 만나볼 수 있다. 

 

2. 밀라노의 심장 - 밀라노 시청사(City of Milan : Palazzo Marino)

 

 

팔라조 마리노

 

 

두오모(Milano Duomo)와 갤러리아 비토리아 엠마뉴엘레(Galleria Vittorio Emanuele II), 라 스칼라 극장(La Scala)이 있는 밀라노의 심장 부분에 밀라노 시청이 위치하고 있다. 밀라노 시청으로 쓰이고 있는 팔라조 마리노(Palazzo Marino)는 시청사로 쓰이기 이전에 밀라노에서 가장 부자였던 마리노의 저택을 개조해서 활용하고 있다. 1558년 제노바 출신의 토마스 마리노(Tommaso Marino)는 당시에 고층 건물이 다른 건물에 의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단독 건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시기였으나 자신만의 성이라는 마음으로 저택을 지었다고 한다.

 

살라 알레시

 

밀라노 상징의 태피스트리

 

살라 델오롤로지오

 

 

현재 시청사를 방문하는 것은 예약자에 한해서 방문이 가능하나 원하는 사람은 파이 이벤트 날에 파이 자원봉사자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관람이 가능하다. 과거 마리노 저택으로 활용하던 시절의 화려한 장식들과 밀라노를 상징하는 장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특히 파티를 열던 공간과 리셉션 장소였던 살라 알레시(Sala Alessi)는 마르쿠스와 아테나와 같은 전쟁의 신들과 밀라노의 수호신들도 장식이 되어있어 그 화려한 모습을 특히나 잘 보여주고 있으며, 살라 델오롤로지오(Sala dell’Orologio)에서는 아름다운 그림들과 가구들을 볼 수 있다.

 

시의회의 모습

 

 

또한 시의회와 시장 업무실 회의실도 들어가 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회의실에서 바라보는 라 스칼라(La Scala)와  밀라노의 뷰를 보면 밀라노를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3. 우아한 건물의 회사 - 팔라조 에디슨(Palazzo EDISON)

 

콘퍼런스 룸의 돔형 창문  

 

 

밀라노의 전력회사인 에디슨 회사 건물 팔라조 에디슨. 건축가 엔리코 콤비(Enrico Combi)가 지은 1892년의 철도 회사 건물을 1923년 에디슨이 이용하기 시작하였다. 엔리코 콤비가 지은 건축의 경우 그 당시의 다른 건물들과 유사한 비율을 가지고 있으나 석재 대신 시멘트와 연철을 활용하였다는 다른 점이 있다.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과 연철의 난간이 매우 우아하다.

 

회의실과 분수대

 

 

팔라조 에디슨 내부

 

 

특히, 주주와 분석가들을 위한 거대한 콘퍼런스 룸의 돔형 창문이 이 건물의 보석으로,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천장이 감탄을 자아낸다. 회의실의 경우 물이 떨어지는 분수대로 벽을 장식해 두었는데 과거 담배를 실내에서 피우며 회의를 많이 하여 화재 예방을 위한 거대 재떨이 겸 공기 정화를 위한 장식이었으나 물소리가 들리는 회의실이라는 정취까지 덤으로 가지게 되었다. 단순한 한 회사의 건물일 뿐이지만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더욱더 아름답게 만들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탈리아의 건축물들은 외부 보수 공사 및 도색을 하고 싶은 경우에 자신의 건물이라 하더라도 건물주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도시 미관과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건물들이 오래되어 보이고 낡아 보일 때도 있지만 그 내부의 인테리어는 리모델링을 하여 매우 화려하다. 이러한 연유에 이탈리아의 인테리어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발달할 수 있었다. 건물이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과 시대를 거쳐서 쌓아올린 마법 같은 공간들을 이탈리아 문화 예술 재단 FAI의 설명과 함께 만나는 시간이었다. 밀라노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밀라노는 아직도 시작이다.

 

*글 내용 중 역사 및 설명 부분은 FAI의 설명에 의거하였습니다.

 

글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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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이탈리아문화예술재단 #FAI #월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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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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