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6
우산, 칼, 가위, 볼펜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늘 주변에 있지만 필요할 때는 없다’는 것이다.
왜 꼭 찾을 때는 안 보이는 걸까?
손꼽아 기다린 택배가 도착했을 때 상자를 뜯어 줄 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누군가 꼭꼭 숨겨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포크 숟가락, 지우개 달린 연필 등 함께 있을 때 편리한 짝꿍을 합친 제품들은 많은데 왜 칼과 가위를 함께 할 수 없을까?
이런 호기심을 들키기라도 한 듯 칼과 가위가 합쳐진 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두 가지 모두 담았지만 투박하지 않고 세련된 디자인의 ‘듀오 컷’을 만든 매표화학을 찾았다.
(왼쪽부터) 윤중석 과장, 양지은 계장, 곽효정 대리, 최윤석 대표, 이범석 계장, 이용호 계장
Q. 안녕하세요. 처음 제품을 보고 아이디어에 놀랐어요. ‘듀오 컷’을 만든 매표화학은 어떤 곳인가요?
윤중석 과장(이하 윤) 안녕하세요. 매표화학은 1946년에 창립된 전통적인 도장 인주, 스탬프 회사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인주를 사용해 보셨을 텐데요. 대부분 저희 제품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현재는 최윤석 대표님의 경영 아래 다양하고 기능적이지만 젊은 감각을 갖춘 사무용품 제조 업체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Q. 칼과 가위가 합쳐진 ‘듀오 컷’은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윤 ‘듀오 컷’은 이번에 처음 출시를 앞둔 제품이 아닙니다. 이미 15년 전쯤 매표화학에서 잠시 선보인 적이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디자인과 이름도 지금과는 달랐고요.
처음 제품이 출시되었던 때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로 두 가지가 합쳐진 제품은 편리하지만, 사람들에게는 낯선, 시대를 앞서간 제품이었습니다.
그렇게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지금 시대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어 다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칼과 가위가 합쳐졌다는 아이디어는 같지만 디자인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디자인 특허를 취득한 상태며, 실용신안 특허 출원 중입니다.
Q. 이미 출시된 적이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셨다고 하셨어요. 디자인 과정이 궁금해요.
곽효정 대리(이하 곽) 앞서 말했듯이 15년 전에 출시한 적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다르기에 다시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디자인에 욕심이 많아서 다양한 기능을 담고자 하였으나, 칼과 가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 지금의 디자인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윤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가위와 칼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합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손에 들어오면서 편리하고 투박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많은 디자인 수정이 이뤄졌습니다.
곽 일반적인 가위는 두 개의 칼날이 교차하면서 물건을 절단한다면 ‘듀오 컷’은 칼이 부착되지 않은 부분의 날만 움직입니다. 또 가위 날도 얇습니다. 이는 칼이 부착된 가위의 특성상 부족할 수 있는 절삭력이나 세밀한 작업을 보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크기나 그립감, 칼을 사용할 때의 편의성 등을 계속해서 수정해 나갔습니다. 이 제품을 만들면서 공부를 많이 한 거 같아요.
Q. 제품을 사용해보니 작은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져요.
윤 처음 디자인 문구를 제작하기에 연구를 많이 하였습니다. 장시간 사용 시 오는 손잡이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손잡이에 부드러운 실리콘을 사용했으며, 전반적으로 곡선을 사용해 심미성을 살렸습니다.
가위와 칼은 실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디자인을 고려하게 되는 제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사무용품도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어느 공간에 두어도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디자인에 신경을 썼습니다.
디자인 콘셉트도 학생이나 여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트렌드 함을 잊지 않도록 했습니다.
Q. 칼과 가위가 합쳐진 만큼 안정성이 중요할 거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윤 칼과 가위 둘 다 날카로운 칼날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제품보다 안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칼이 부착된 가위면 한쪽을 뾰족하게 디자인해 덜 들어간 칼날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했습니다.
Q. 제품이 출시되기 전 문구 박람회를 통해 먼저 공개했어요. 이유가 있을까요?
곽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칼과 가위가 합쳐진 제품이기에 정식 출시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단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고자 하였습니다.
Q. 박람회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윤 컬러가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반응 있어서 팬톤 컬러를 사용해 선명하면서 세련된 느낌의 블루, 핑크, 옐로우 3가지 컬러를 추가로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앞으로 어떤 디자인제품을 선보일 예정인가요?
윤 매표화학이 가진 전통과 브랜드 가치를 지키면서 세련되고 젊은 감각을 입혀 감각적인 사무용품 디자인 회사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을 선보일 테니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매표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