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4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박영국)은 4월 9일부터 6월 3일까지 세종탄신 621돌 및 즉위 600주년 기념 특별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을 개최한다.
한글디자인 발전을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는 ‘소리’를 이미지화한 작품들을 통해 한글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사인 업계는 전시를 통해 한글디자인을 활용한 사인 디자인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하나.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
전시 입구에서부터 바닥면에 비친 빔프로젝션 영상을 통해 독특한 한글디자인이 펼쳐지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리 기호를 이용한 의성어, 의태어 타이포그래피가 일상의 소리들과 어우러지는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제2회 한글실험프로젝트: 한글, ‘소리’를 디자인하다
지난 2016년부터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디자인의 가능성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하고 도전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한글실험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글디자인 창작과 나눔의 장으로써 박물관의 역할을 확장하고, 동시대의 이슈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한글디자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국립박물관 측은 말했다.
올해 제2회를 맞이하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주제는 ‘소리’이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만물의 정을 통하게 하였다”라고 하며, 소리와 상호작용하는 한글의 문자적 유연성에 주목하였다. 한글은 소리가 나고 들리는 이치와 체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상징화하고 시각화한 새로운 글자 체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의 탄생 원리’와 ‘소리를 나타낸 한글의 규칙성’의 두 가지 핵심 개념에 집중하여, 한글디자인을 소리의 이미지화라는 시각적 차원과 소리의 채집 ·기록이라는 음성적 차원의 상관성으로 풀어냈다.
둘. 소리X글자X디자인
두 가지 테마 전시로 경험하는 한글 소리 디자인
전시는 총 두 가지 테마로 나뉘어 있다. 1부 ‘소리를 담는 글자, 한글’에서는 소리가 바로 글자가 되는 한글의 탄생 원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리가 글자로 표현될 수 있는 근거로 세종은 소리가 나오는 발음 기관을 찾았다. 말소리에 따라 달라지는 발음 기관의 특징을 연구하여 한글을 만든 것이다.
한글 자모 체험 키오스크를 통해 한글 조합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한글의 기본 글자는 발음 기관이나 발음하는 모양을 본떠 만든 자음 5개(ㄱ, ㄴ, ㅁ, ㅅ, ㅇ)와 하늘, 땅, 사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모음 3개(ㆍ,ㅡ,ㅣ)로 구성된다. 기본 글자 8개를 알면 최대한의 소통을 누릴 수 있는 소리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이러한 한글의 탄생 원리, 소리와 한글의 상호적 관계는 한국어에 발달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보다 직관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특별히 도시인의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중심으로 ‘소리’가 ‘글자’로 탄생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연출하였다.
2부 ‘소리×글자×디자인’에서는 각 글자에 담긴 소리의 차이를 다룬다. 예컨대 ‘아’와 ‘어’라는 두 글자 사이에 존재하는 소리의 파장과 진동, 느낌, 표현, 무게의 차이는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2부에서는 소리의 파장이 일어나면 움직임, 이미지, 진동의 변화가 생기듯 소리에 시시각각 대응하는 한글의 문자적 유연성과 차이를 표현한 ‘소리 길’, ‘소리 시각’, ‘소리 기록’, ‘소리 채집’의 4가지 관점에서 해석한 9팀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김윤태, 김현석, 네임리스, 빠키, 석재원, 왕현민, 장성, 정진열, 하지훈은 현재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로, 건축, 가구,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실험적 관점에서 한글디자인을 새롭게 조명하였다. 또한 한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한글 자모 체험’ 키오스크도 마련되어 있다.
세종은 백성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배우기 쉬운 체계와 원리를 갖추고 그 모양 역시 단순 명료한 형태로 구성된 새로운 문자 한글을 만들었다. 이처럼 한글은 철저히 사용자 관점에 맞춰 기획되고 디자인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CNC가공, 그래픽, 영상 등 다양한 소재와 기술을 활용한 실험적 관점의 디자인 작품들
쓰임과 목적, 방법과 심미성, 사용자의 요구 등을 고려한 디자인적 의미를 담고 앞날의 수요까지 예측하여 한글을 만든 세종의 창작 동기와 태도는 인간의 요구에 반응하여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본질적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누구를 위해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가’라는 디자인의 기본 명제가 깔려 있는 한글을 통해, 디자인이 주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다. 한글은 디자인적 가치관과 창의적 역량이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입증하는 문자이기 때문이다.
글·사진_ 임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