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9
몸이 하는 이야기를 국·내외 34인의 작품으로 기획, 선보이는 전시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12월 31일까지 개최된다.
인간은 정보와 지식의 전달, 감정의 표현을 위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표정을 짓는다. 그것 도 모자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몸짓을 한다. 인간은 소리, 문자, 제스처, 이미지 등 온갖 기호들을 동원해 의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드러낸다. 혹은 속내를 숨긴다. 한 마디로 인간은 가장 다양하고 정교한 기호들을 사용하는 기호의 동물이다.
몸의 언어body language는 수화sign language처럼 일반 언어의 분절성articulation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행하기도 하고, 코드화된 제스처, 표정 등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몸의 언어의 전부는 아니다. 몸의 언어는 논리적인 언어가 다할 수 없는 자리에 들어서며, 말이 다 할 수 없는 감정의 이면, 이성의 저편을 분절하지 않는 몸짓으로 발설한다. 언어의 규칙과 문법에 무관하게 저 스스로 삶의 뒤편, 숨겨진 무의식, 현실이 억압한 욕망을 징후로서 드러낸다.
사진 언어는 몸이 하는 말과 흡사하다. 광학과 화학작용으로 자동 생성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비분절적이며, 어떠한 재현 코드에 의거해 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현 대상이 실제 현실인 사진은 그 구성요소가 재현 대상 그 자체이며, 관습과 문화에 의해 임의적으로 형성된 분절 기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구성도 언어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합의한 코드에 의거하지 않는다. 사진은 비분절적인 사물의 반사광이 감광성을 띤 지지체에 와 닿으면 저절로 생겨나는 코드 없는 이미지인 것이다. 재현 코드에 의거하지 않고 내면의 충동에 의해 불현듯 튀어나오는 몸의 말처럼 말이다.
사진은 종종 언술언어에 저항하듯 우리 몸이 말하는 코드 없는 징후를 포착한다. 사회와 문화가 길들이지 못한 몸의 말을 카메라의 시각적 무의식optical unconscious은 드러내고야 만다. 기호체계에 의거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불안, 기쁨을 사진의 눈은 육체를 통해 통렬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그 엄정한 기계적 시각으로 욕망의 결핍과 만족, 희망과 절망을 그 빠른 눈짓으로 희귀하게 사로잡는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푼크툼Punctum이라 명명한 이 사진의 특질은 바로 일반 언어에 비켜서서 몸이 하는 말을 기록하는 사진의 능력이다.
이번 전시는 한미사진미술관이 개관 이후 꾸준히 수집해온 주요 소장품을 공개하는 전시이기도 하며 구본창, 강운구, Mario giacomelli, Alfred stieglitz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전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큐레이터가 직접 설명하는 특별 도슨트프로그램 ‘문화가 있는 날 talk'가 10월 28일, 11월 25일 12월 30일 11시에 선착순 20명을 대상으로 열리며 라운지 토크가 ’예술감각의 원천인 몸‘, ’사진에 담긴 몸의 언어‘를 주제로 11월 4일 오후 3시, 11월 18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교사초청 설명회도 11월 21일 오후 2시에 선착순으로 열린다.
전화예약 02-418-1315
www.photomuseu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