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3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로, 세계 곳곳에서 종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2015년 8월 15일은 일제 강점의 암흑에서 벗어나 ‘빛을 되찾은’ 광복 70주년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이 같은 의미를 기리며 국립현대미술관이 광복 이후 70년의 흐름을 펼쳐놓은 전시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을 기획했다.
남북 분단의 상처가 여전히 실존적인 삶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재,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은 광복을 완결된 역사적 사건이 아닌 진행 중인 사건으로 간주한다. 전시는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 등 역사적 사건 혹은 현상을 다루고 있지만, 시각예술을 통해 한국사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동시대 삶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제강점의 비극, 한국전쟁의 부조리,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비롯된 희망과 좌절,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지금 우리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 제목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은 셋으로 나뉜 전시 구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불안정한 동시대의 삶 자체를 나타낸다. 전시 1부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조국, 떠나온 고향과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전후의 삶을 다룬다. 2부는 1960~80년대 단기간에 이루어진 산업화와 도시화, 부정된 근대성을 극복하려는 민주화를 주제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3부는 세계화된 동시대의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삶을 보여준다. 최정화가 디자인한 전시공간은 어두운색에서 점차 밝고 화려한 색으로 변화하며, 벽은 철망, 합판, 알루미늄, 비닐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어 각 시대의 분위기와 감각적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까지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바, 1부와 2부를 이루는 내용은 완결된 과거가 아니라 동시대의 면면이기도 하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단순히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소환하거나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상이한 복수의 기억을 재구성함으로써 ‘기억의 장’을 구축하는 행위다. 이 점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에서 관람객은 당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젊은 작가들이 섞여 내는 다층적인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고영훈, 김구림, 김기승, 김범, 김아타 등 110여 명의 작가들이 참여, 250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소란스러운, 뜨거운, 넘치는>은 오는 10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4,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