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8-10
지난 7월 20일~21일, 마꾸하리메쎄(일본 컨벤션센타)에서는 일본 방송사(Nippon Broadcasting System, Inc.)가 주최하는 제6회 동경 캐릭터쇼가 열렸다.
1998년 처음 개최된 동경 캐릭터 쇼는 세가, 반다이, 나무코 등 일본의 캐릭터 관련 기업들이 참가하며, 대중의 높은 관심 속에 일본의 캐릭터 신규시장 창출 및 트랜드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 행사이다.
올해에는 반다이, 삐에로, 가이낙스 등 총 39개사가 출전하여 캐릭터 상품의 선행판매 혹은 한정판매에 열을 올렸으며, 이벤트 스테이지에서는 인기 성우들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나와 대회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며 회사광고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올해 동경캐릭터쇼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이틀간에 약5만2천 여명이 왕래하여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았다. 전시장의 입장료는 1200엔으로 그리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캐릭터 팬들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많았지만, 넓은 컨벤션 센터를 장악한 것은 역시 오타쿠(매니아)였다.
길게 늘어선 행렬 속에서 수집물들을 골똘히 보고 있는 모습, 그리고 저쪽에서는 물건을 늘어놓고 서로 교환하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전체 행사장을 쭉 둘러보면 팬시 캐릭터보다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들이 주종을 이룬다. 새로운 캐릭터의 전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기존의 캐릭터 상품들의 판매를 위한 장이 된 것 같아 아쉬운 면을 남겼다.
결국 대중적인 성격보다는 오타쿠들을 겨냥한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자리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오타쿠라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소녀나 로봇을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보편적인데 그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고 보면 전시회장의 풍경은 너무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1963년 아톰이 TV시리즈로 방영된 이래, 일본은 전통적으로 완구회사의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애니메이션을 이용해왔다. 40여년 동안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등장했고 수 만 가지의 관련 상품들이 만들어졌다. 결국 캐릭터 시장에 있어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메인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데뷔한 캐릭터의 경우라 하더라도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약간씩 차이를 보인다.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나중에 등장 인물들을 캐릭터로 상품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제작비에 대한 적자를 메우고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초기의 애니메이션 회사들은 제작한 반드시 애니메이션 작품의 판권을 소유 있다.
그러나 캐릭터 시장의 판권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애니메이션은 캐릭터 완구를 판매할 목적에서 광고 홍보 매체로 전락하게 된다. 이쯤 되면 캐릭터에 대한 판권도 제작자가 아닌 스폰서가 독식하고 영세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열심히 작품을 만들기에만 급급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반다이」라는 완구회사가 「썬라이즈」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합병해 버린 사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자는 캐릭터 상품보다는 애니메이션 작품이 우선시되는 경우이고 후자는 캐릭터 상품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하지만 캐릭터 상품에 더 많은 비중을 두더라도 결국은 애니메이션 작품이 히트해야 상품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작품이 갖는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캐릭터 완전 우선주의'를 표명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부로코리」라는 회사가 내놓은 캐릭터들이다.
http://www.broccoli.co.jp/
캐릭터 본연의 매력에 승부를 걸고 애니메이션 작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를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서의 역할만 담당하고 30분 남짓되는 작품의 시나리오나 애니메이션 영상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그러한 작품이 늘어가고 있어서인지 최근 일본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은 과거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토라타누
– 일본 라디오 방송의 이미지 캐릭터인 토라타누는 토라(호랑이)의 얼룩무늬를 지닌 타누끼(너구리)를 의미한다. 득이 되는 정보, 귀에 솔깃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큰 귀를 가졌으며 몸은 금전운을 부르는 럭키옐로우.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이루어주는 행운의 캐릭터라고 한다.
U.T(Ultimate Taster)
- 컵라면 카프누도루의 캐릭터이다. 카프누도루를 먹기 위해 지구에 찾아온 우주인으로 시력은 인간의 2000배에 달하여 아무리 멀리 떨어진 곳의 카프누도루라도 놓치지 않는 근성을 갖고 있다. 입에 힘을 주어 후루룩하고 빨아들이면 멀리 있는 카프누도루의 알맹이만이 입 속으로 순간이동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오요메상
– 일본 전통 결혼식의 신부 캐릭터
먹음직스러운 노란 카스텔라를 연상시키는 사무라이 병아리 히요자에몽.
남성 디자이너가 그린 이 귀여운 병아리 캐릭터는 에도시대가 열린 지 400년이라는 기념적인 해에 등장하여 일본적인 멋을 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진「코게팡」과 같이 4코마 만화, 그림책, 캐릭터 상품에 의한 전개방식으로 출시될 예정이서 앞으로 「히요자에몽」의 활약이 기대된다.
동경캐릭터쇼2003에 참여한 캐릭터 디자이너 기타무라 마꼬토씨를 만나보았다.
+ 노향숙(nocho21@yoondesign.co.kr) 일본 통신원
홈페이지 http://www.hiyozaemon.com
정글 : 원래는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고 캐릭터를 그리게 된 계기라면?
TBS 텔레비전 방송의 출판 및 상품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즉 방송과 관련된 책과 상품을 만들고 싶어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와 교섭하는 역할입니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TBS 서비스에서 올해 3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제가 그린 캐릭터로 캐릭터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한 것이 채택되어「히요자에몽」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4월에 동경 빅싸이트에서 열린 '디자인 페스타'에서 한번 선을 보이고 캐릭터 디자이너로서는 처음 데뷔하는 셈입니다.
정글 : 히요자에몽이란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기보다「히요」라는 것은 「히요꼬(병아리)」를 단축한 말이고,「자에몽」을 붙이면 왠지 무사다울 것 같아「히요자에몽」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오히요짱」은 에도시대의 마을처녀 같은 이름을 이미지화하여 붙였습니다.
「히요노싱」「히요마루」에도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토노사마」「다이깐」은 역직명을 그대로 이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정글 : 히요자에몽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하여?
원래 병아리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피요다마리」라든가 「치킨라면」의 병아리 캐릭터 등을 좋아합니다.
귀엽고 예쁘니까요...
한참「바가본도」라는 만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사무라이를 테마로 한 캐릭터를 그려보면 어떨까 싶어서「히요자에몽」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정글 : 히요자에몽의 세계관이랄까…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됩니까?
사무라이가 활약했던 에도 시대를 무대로 합니다. 그것이 우연히 에도개부 400년이라는 올해와 맞아떨어져 좋은 기회가 되었지요.
히요자에몽은 본래 매우 강한 천하제일의 무사이지만,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한가로이 지내는 것을 즐기는 로맨티스트입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서는 싸울 수 밖에 없지요.
스토리에 있어서「히요자에몽」과 「오히요짱」의 사랑을 방해하려는 「다이깐」과의 대결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무사로서의 라이벌인「히요마루」와의 대결도 볼만합니다.
정글 :「히요자에몽」은 어떠한 방식으로 출시됩니까?
우리 회사에서는 「히요자에몽」을 4코마의 만화와 그림책, 인형 등의 상품 등으로 먼저 데뷔시킬 계획입니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일반적인 방법 중에 하나인데 애니메이션이나 TV, 게임을 통해 알리는 방법은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우선 그림책이나 여러 상품들로 반응을 살피고 추후 애니메이션이나 TV를 연계하는 것입니다.
참고로「melon」10월호부터 4코마의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2월에는 PHP연구소에서 그림책으로 발매됩니다.
정글 : 전 세계 캐릭터 시장을 선도해 가는 일본 캐릭터 산업의 특징이라면 무엇인가요?
가장 특징적인 것은 캐릭터가 어린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어른들도 캐릭터 상품을 좋아하고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성인은 그다지 캐릭터 상품을 사지 않는다고 합니다만, 일본에서는 어른들(특히 여성)도 캐릭터 상품을 갖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캐릭터 상품이 굉장히 대중적이고 일본의 캐릭터 시장은 굉장히 큰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