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9
서울시 강북구 번동의 산 28-6.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흔한 야산에 지나지 않았던 강북의 한 동네는 현재 독특한 이력을 지닌 장소로 변모했다. 놀이공원을 거쳐 문화공원을 표방하는 근린공원, 복합적 성격의 대형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은 과거에는 놀이공원 ‘드림랜드’로 사랑받았고, 드림랜드가 쇠락하여 폐장한 후에는 대형 근린공원인 ‘북서울 꿈의 숲’으로 다시 태어나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 | 이주연 d-페다고지 기획 & 리포터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도시의 공원 만들기
도시에서 녹지는 삶의 질을 높이는 필수조건이다. 회색빛 도시에서 녹지는 마치 허파와 같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간 산업도시의 효율과 기능만을 향해 달리던 빡빡한 도시는 자그마한 공간도 내어줄 여유가 없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도시는 공장부지, 하천변, 쓰레기 매립지등을 공원으로 변모시키며 메마른 삶의 질을 보듬을 수 있게 되었다. ‘북서울 꿈의 숲’은 이러한 도시의 변화가 반갑게 드러난 곳이었다.
‘북서울 꿈의 숲’이 생기기 전까지 서울의 강북, 특히 동북부 일대는 대표적인 주거 밀집지역임에도 이렇다 할 녹지공원 하나가 없었다. 여기에 장위·길음·미아 뉴타운 때문에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되어 녹지공간의 확충이 더 절실했음에도, 마땅히 개발할만한 공간은 없었다. 고심을 하던 차에 쇠락한 놀이공원 드림랜드의 터가 자연스럽게 주목 받게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원화가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 문제로 서울시가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산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강북구는 2007년 강북구 주민들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강북구민 1215명 중 28.5%가 ‘서울 숲과 같은 자연생태시민공원 조성’을 원하고 있음을 들어 드림랜드 부지의 개발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또한 ‘드림랜드 활용방안 마련을 위한 시민토론회’에 참여하는 등 서울시에 공원조성을 촉구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르페브르는 그의 저서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도시는 다양한 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일종의 집합적 작품이며, 도시 거주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인 도시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즉 도시 거주자 누구나 도시가 제공하는 편익을 누릴 권리와 도시 정치와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자신들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자본주의의 부상으로 상품화된 도시 공간속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주목하면서, 도시의 가치는 교환가치보다는 사용가치와 연관되며, 도시의 공간은 개인적 재산이 아닌 도시민들의 전유물이라고 했다.
이러한 르페브르의 주장은 이곳 강북구 주민들이 의해 실현되었다. 강북구 주민들은 르페브르가 주장한 ‘도시에 대한 권리 찾기’를 실천하며 계속해서 흉물스런 놀이공원을 바꾸어 달라고 요청했다.
북서울 꿈의 숲의 과거
‘북서울 꿈의 숲’은 1980년대 까지만 해도 갈 곳 없던 아이들이 흔히 오르던 동네 야산이었다.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이 동네에서 아이들은 또래끼리 모여 뛰어놀았다. 아주 오래전에는 북에서 보낸 불온선전물 ‘삐라’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떨어지기도 했는데, 그래서 아이들은 ‘삐라’를 줍기 위해 놀러가기도 했다. ‘삐라’를 주워 파출소에 가져가면 공책이나 연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놀 거리가 없던 시절 아이들은 그렇게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냈다. 대머리 산, 돌산, 뒷산이라고도 불렸던 그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자생적 놀이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동네에 말 그대로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토목건축공사업체인 일우공영이 서울시로부터 ‘종합 휴양업 제 1호’의 인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1987년 4월 25일 개장한 드림랜드는 산을 깎아 만든 부지 34만m²안에 실내 및 야외 수영장과 바이킹, 롤러코스터 등의 27종의 놀이시설을 비롯해 물개 쇼 극장, 야외예식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종합위락시설이었다. 겨울에는 눈썰매장과 스케이트장도 운영하여 야산이나 논밭에서 놀던 아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았다. 입구에서 돈을 주고 티켓을 구입하면, 작은 종이 한 장으로 종일을 놀 수 있었다. 예전에는 삐라를 주워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들어냈다면, 드림랜드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티켓을 구입함으로써 잘 만들어진 놀 거리를 제공받게 된 것이다.
개장 후 90년대까지 드림랜드는 주변 어린이들의 단골 소풍장소로 TV오락프로그램의 촬영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거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롯데월드, 서울랜드 등 대형 테마파크들이 개장하면서 드림랜드는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게다가 지하철역과 떨어져 있어 생기는 불편함은 드림랜드의 또 다른 약점이었다. 2000년대에는 토지 임대계약이 만료되고, 운영업체와 토지소유주간의 법정싸움이 불거져 시설투자가 중단되었다. 낡고 고장 난 놀이기구들은 방치되었고, 더 이상 환상의 놀이터가 아닌 흉물스런 장애물이 되어버린 채 계속된 쇠락의 길을 걷던 드림랜드는 결국 2008년 폐장 되었다.
가능성의 공간 _ ‘비움’
드림랜드가 폐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공사가 시작되었다. 2008년 현상공모를 통해 개방(Open Field)라는 주제로 착공된 이 공원은 대지면적만 662,627m²로 월드컵공원과 올림픽공원, 서울 숲에 이어 서울에서 4번째로 큰 공원이며, 공사비만 6백억 원이 넘게 투입된 곳으로 2009년에 완공되었다. 시민공모를 통해 정해진 ‘북서울 꿈의 숲’이라는 이름은 공원이 위치한 지역인 ‘북서울’과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드림랜드’를 우리말로 표현한 ‘꿈의 숲’이 합해진 것이다.
'꿈의 숲'은 크게 5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드림랜드가 자리했던 공간을 공원화한 오픈필드를 중심으로 양 옆의 경관 숲인 벽오산과 오패산이 자리하고, 공원 입구 쪽 사슴방사장이 있는 초화원 지역, 그리고 외곽의 단풍 숲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중심을 점한 오픈필드는 녹지 전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전통적인 한국적 공간의 유형, 특히 마당에서 가져온 개념인 ‘비움’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국의 전통 주거 공간에서 집이란 완벽히 짜인 물리적 형태이기보다는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이 채워나가는 공간이라는 개념이다. 그 중에서도 전통주택의 마당은 단순히 비어있는 것이 아닌 생명력을 가진 공간으로, 다양한 옥외 생활 및 보건, 위생적 기능을 수행하여 왔다. 또한 주로 한 주거단위 안에서 각 단위 건물과 실들 간을 연결하는 옥외 동선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했다. 즉, 마당은 단지 조경이나 완상의 즐거움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닌 가사 작업공간이나 가족의 휴식공간으로, 때로는 잔치나 상례 등의 비일상적 생활을 위한 공간으로, 그리고 정원이나 텃밭으로, 이웃집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완충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기능해 왔다. 건물에 둘러싸인 마당은 집의 중심으로 가족생활을 유기적으로 엮으며, 특히 안마당은 핵심공간으로 모든 주거공간을 연결했다. 전통주택은 방과 대청 등의 공간으로 분화를 이루면서도 마당의 비움으로 인해 하나로 연결되어, 시각적 공간적으로 확장된다.
이런 마당을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인 ‘비움’은 도가의 사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공간은 벽과 벽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빈 공간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도가에서는 공간을 물리적 개념으로 보아 텅 빈 어떤 곳이 아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로 인해 벌어지는 의미의 생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빈 공간을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쓰임새를 가진 공간으로 정의하며 공간의 구성이 사람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공간이 인간의 체험과 일치되는 쓰임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때문에 공간을 비움으로 정의하면 사용자는 자신의 상태와 바람, 행태와 살림살이 방식에 따라 공간의 쓰임새와 역할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북서울 꿈의 숲의 오픈 필드는 이러한 비움의 개념을 찾을 수 있는 마당공간의 특성을 반영한 곳으로, 변화하는 사용가치의 요구에 언제라도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단순히 공간을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쓰임을 위한, 잠재성을 고려한 비움의 개념을 통해 공원을 만든 것이다.
꿈의 숲에서 거닐다
‘꿈의 숲’의 입구에는 180년 된 커다란 번동 느티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1968년 보호수로 지정된 커다란 나무가 이 지역의 역사를 상징하는 듯하다. 보호수 옆으로 푸르른 잔디와 나무들로 시선을 옮기다 보면 입구의 왼쪽 끝에 있는 ‘북서울 꿈의 숲’ 입간판을 볼 수 있다. 서울의 상징인 해치의 실루엣을 이용한 하늘색의 형상과 흰색으로 ‘북서울 꿈의 숲’ 이라고 깔끔하게 표기된 입간판이 숲을 배경으로 두드러진다. 알록달록하기만 한 도심의 색채 가 이곳에서는 무언가 정제된 느낌으로 제시되어 있어 상쾌한 기분이 든다. 청녹과 흰색의 배열, 우리 선조들의 색채에는 오방색의 알록달록함 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렇듯 절제된 청백 사상의 구현도 있음을 언뜻 보여주는 듯해서 무언가 전통적 사상의 형상화, 색채화가 현대적으로 빼어나게 구현되어 있는 듯한 느낌까지 다가온다.
입구를 지나 공원의 안쪽으로 오르기 시작하면 얕은 경사가 시작된다. 과거에 산을 깎아 만든 지역이라 약간의 경사가 있는데, 이 경사를 이용해 오픈필드의 대표적 장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 곳에서는 전통주거에서의 공간의 위계처럼 층층이 배치된 장소들을 만날 수 있다.
창녕위궁재사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은 전통 건축물인 ‘창녕위궁재사(昌寧尉宮齋舍)’(등록문화재 제40호)이다. 이곳은 조선조 제23대 순조의 부마 창녕위 김병주의 재사(齋舍)로서, 한일합병 후 김병주의 손자 김석진이 일본의 남작작위를 거절하고 순국자결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재사뿐만 아니라 사랑채와 안채도 있기 때문에 전통한옥의 구조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을 통해 사람들은 마당이 공간을 어떻게 엮어 나가는지 살펴보고, 마당이 가진 쓰임의 다양한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 공원의 조성 개념인 ‘비움’의 공간을 이해하기에 적절하다. 이처럼 ‘창녕위궁재사’는 공원의 앞쪽에 위치하여 본격적으로 여러 장소들을 만나기 전 전통적 원형으로서의 ‘비움’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월영지 일대
‘창녕위궁재사’ 위쪽에 자리한 넓은 연못은 ‘월영지’이다. 연못은 평화로우면서도 7m 높이의 월광폭포를 끼고 있어 활기를 느낄 수 있는데,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길이 청량감을 제공한다. 그리고 월광폭포 옆의 작은 정자 ‘애월정’은 폭포와 함께 어우러지며 전통적인 정원 경관을 이끌어낸다. 물과 정자, 폭포, 석교 등의 다양한 요소로 채워져 있는 이 곳이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실상 이러한 인위적으로 조성된 요소들 밖의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풍경에 있다. 다시 말해서 애월정의 아름다움은 정자와 폭포, 석교의 조화로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주변에 어우러진 푸른 숲과 하늘빛이 더해져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주변 경관이 더해지는 것 혹은 활용한다는 의미를 전통적 정원 경관에서 차경이라고 한다. 애월정은 차경을 통해 그 아름다운 풍경을 완성하고 있으며, 이것은 자연스럽게 이 일대를 비움의 공간으로 볼 수 있는 근거라 할 수 있다. 차경은 감상자의 시선을 멀리 끌어 들이는 것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상자들은 차경을 통해 공간의 깊이와 폭을 넓힌 풍부한 경험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연못의 표면에 비치는 경관의 그림자가 운치 있는 공간의 깊이를 더하며, 정자와 폭포가 자아내는 전통적 풍경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석재의 현대적 물성이 조화된 정원경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청운답원
‘꿈의 숲’에서 비움의 백미인 공간은 ‘청운답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청운답원은 오픈필드의 중턱에 자리한 서울광장의 두 배가 넘는 크기의 잔디광장이다. 이 공간은 그야말로 잔디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완벽히 비워진 공간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그 쓰임을 정하고 채워나갈 수 있도록 배려되는 이 공간의 가능성은 무한해서 아이들이 뛰어 놀면 운동장이 되고, 자리를 깔고 누우면 휴식의 공간이 되며, 음악회를 열면 공연장이 되는 큰 마당이 된다. 또한 이 마당은 오픈필드의 중심에서 전통 공간의 마당이 하는 것처럼 여러 공간의 동선을 연결하고 있다. 텅 비어 있기에 오히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 무언가 노장 사상이 아주 쉽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다.
문화광장
공원의 끝자락에 위치하는 문화광장은 바닥에 깔린 보도블럭의 물성이 현대적 감각을 물씬 풍기는 새로운 비움의 공간이다. 이곳의 거울 못과 점핑분수, 어린이 놀이터, 볼플라자는 청운답원보다 더 본격적으로 방문자의 자유로운 채움을 유도한다. 거울 못은 낮은 턱을 만들어 그 안에 물을 채운 것인데 주변 경관을 거울처럼 비추어 말 그대로 거울 연못이다. 전망대의 현재적 조형을 그대로 비추어 내는 거울 못은 무영탑과 타지마할 궁전의 애틋한 사연까지 비추어 내는 듯 하여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즐거운 경험을 준다. 한쪽에 마련된 점핑분수는 박자에 맞춰 물을 뿜어내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문화광장은 이렇게 채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점핑분수가 멈추고, 거울못의 물이 빠지고 나면 완전히 비워진 공간으로 돌아간다. 볼플라자는 청운답원과 마찬가지로 여러 쓰임새를 염두에 둔 다목적 광장인데, 주로 아이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공연이 있을 때는 야외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망대
문화공원의 한편에는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드림랜드의 눈썰매장이 있던 경사진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진 이곳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사선 구조와 각진 형태의 끝 부분, 금속성의 외장재와 유리창의 느낌은 로봇을 떠올리게 한다.
이 건물은 도시 안에 넓게 들어선 ‘북서울 꿈의 숲’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공원을 산책하다가 만날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동선으로 유도되고 있다. 49.7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남산과 한강까지 조망할 수 있다. 또한 갖가지 건물들로 꽉 들어찬 복잡한 서울의 한쪽 면에 넓은 마당처럼 펼쳐진 꿈의 숲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곳은 비움의 클라이막스를 제공하는 장소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공간의 주체자로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움을 채우는 것
비움이라는 개념을 떠올리며 공원의 곳곳을 돌아보았다. 무엇이 비움이고 무엇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지 의미를 곱씹으며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마치 그 옛날 아이들이 삐라를 찾아다니던 것처럼 공원이 하나의 놀이터로 다가오는 듯했다. 단지 쉬는 곳이 아니라, 걷고, 뛰고, 공놀이하고, 보고, 즐기는 공원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북서울 꿈의 숲’은 강북의 마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듯 했다. 빈틈없는 콘크리트 도시에 탁 트인 공간을 만들어 주고 공원을 둘러싼 주거 밀집지역의 동선을 확장시키고 이어주는 커다란 마당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공원은 단순히 자연적 환경을 제공해 주는 공원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공원 전문가인 피터 하닉은 “공원은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공동체 강화에 기여한다.”라고 말했다. ‘꿈의 숲’에 모여든 사람들은 자유롭게 공원을 이용하며 꿈의 숲과 함께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신록의 계절 여름처럼 밝고 활기차보였다. 시민들에게 주는 만족감과 행복감을 볼 때, 이 곳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북서울 꿈의 숲이 지향해야 할 모델인 ‘서울 숲’은 시민참여를 통하여 진화하고 완성된다는 점에서 ‘북서울 꿈의 숲’과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다. 또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서 다양한 문화 활동과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사회문화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점을 목표로 한다는 것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서울 숲’은 시민이 공원의 조성과 관리운영까지 참여하고 있는데, 2005년에는 비영리 민간단체 ‘서울 숲 사랑모임’을 결성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더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르페브르가 말한 것과 같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권리 찾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서울 꿈의 숲’은 드림랜드의 벽과 펜스를 걷어내고 그 안에 가득 찼던 놀 거리들을 비워내며 다시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사람들은 이 공간들을 자유롭게 누리며 ‘꿈의 숲’을 채우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들은 삭막한 도시에서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본다. 이제 사람들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마당을 닮은 공간을 부여 받았고 이곳에서 문화를 만들고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활력을 얻고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듯 ‘꿈의 숲’도 도시를 다시 꿈꾸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시민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도시, 도시를 만들 권리와 도시 사용의 의무가 자연스레 공존하는 도시, 진정 비어있음과 채워감이 역동적으로 태극처럼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아주 자연스러운 도시를 말이다.
* 참고문헌
문화일보 2007년 8월 16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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