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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밤,노랑 展

2012-06-11



인간은 자연 재해나 질병, 사고 등과 같은 외부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삶 속에 내재된 원초적인 불안은 생활 속의 작은 패턴으로 나타나게 된다. 예를 들어 숫자 '4'가 죽음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표기하지 않는다거나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흰색 부분만 밟게 되는 것은 예기치 않은 불행을 피하기 위한 행동들이다. 이처럼 불길한 징조를 암시하는 개인적인 징크스들은 모든 사람들에게 한두 개 쯤은 있을 것이다. 징크스(Jinx)라는 말은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운명적인 일이나 불길한 징조 등을 의미하며 이는 특정한 조건 하에 예정된 일이 일어난다는 무조건적인 믿음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에게는 노란색 버스가 행운의 징크스가 되고 개인의 불안을 제거하는 종교로 자리 잡는다.

작가는 어렸을 적부터 노란버스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어왔다. 사실 여기에는 어떠한 논리적인 인과관계도 찾기 힘들며 우연에 의존한 이러한 믿음은 더욱 견고해져서 일종의 종교로 발전한다. 미신과 종교는 다른 것 같지만 인간이 찾는 궁극적인 물음의 해답을 위한 신념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심리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상통한다. 작품 안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종교관은 일상과 뒤섞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으며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존재한다. 불안이 가진 어둠의 에너지와 노란버스가 가진 긍정의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며 이는 예고 없이 다가오는 불행과 행운을 뜻한다. 인간의 힘을 넘어선 어쩔 수 없는 사건들 앞에서 두 에너지는 충돌하고 상쇄된다.

초기 작업에서는 노란버스의 구체적인 형상이 드러난다. 우리에게는 친숙한 교통수단으로의 버스지만 그 창을 통해 투영되는 현실은 잿빛의 위험투성이다. 그것은 내 주변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뉴스에서 본 자연 재해나 전쟁의 장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행은 우리에게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행운의 노란버스 안에 갇힌다. 불안의 강도가 커질수록 버스의 수도 많아져서 마치 노란색의 제복을 입은 군대가 방어의 진을 치 듯 반복되어 펼쳐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버스의 형상은 단순해지고 외형의 실루엣만 남는다. 행운이라는 상징성이 강화되면서 결국 화면 안에서 버스는 사라지고 노랑만 남게 된다. 노란색 바탕 안에서 벌어지는 차 사고의 현장이나 노란 색 테이블 위에서 위태롭게 놓인 유리잔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불안을 연출하는 데에 집중한다. 이렇듯 작품 전반에 드러나는 불행과 행운의 대치구도는 심리적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며 불필요한 주변 배경의 생략은 이러한 느낌을 더욱 부각시킨다.

징크스(Jinx)는 인간이 나약한 존재임을 알고 불안함을 느낄 때 더 큰 위력을 보인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주변적인 행동을 습관화하게 되고 예정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자신 만의 환상을 만들어 낸다. 일상의 작고 사소한 행동들을 통해 긍정적인 힘을 얻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게 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노란버스 징크스는 오랜 기간 동안 작가에게 초현실적인 힘에 대한 환상을 갖게 하였으며 오늘날 작품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노란색이 가득한 전시장 안에서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행운의 기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전시 장소:갤러리 도스
전시 일시: 2012.06.13~06.19
전시 문의: 02-737-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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