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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림의 디자인하우스] 샤넬 No 5

2006-04-21


향수는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패션에 있어서도 단순히 보이는 차원을 넘어 여성성의 내적 이면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향수로 말하자면 '샤넬 No 5'만큼 유명한 것도 없다.

패션디자이너 샤넬이 자신의 향수인 샤넬 No 5를 만들 당시 그녀는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알베르트 2세의 손자인 드미트리와 열애 중이었다. 드미트리는 그녀가 자서전에서 밝힌 진심으로 사랑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샤넬보다 11년 연하로 파리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키가 크고 귀족풍의 그는 샤넬을 진심으로 사랑했으나 그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드미트리는 다소 여성적이었고 또 매사에 무엇인가 두려워하는 기피증이 있었다고 한다. 드미트리는 그녀와 헤어질 시점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향수를 만들고 싶어 하는 샤넬에게 러시아의 조향사 에르네스트보를 소개시켜 주었다.

변화를 향한 샤넬의 열정은 드미트리에게서 풍기는 향을 연상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 5를 붙임으로써 샤넬 No 5로 태어났다. 또 그녀가 기거하던 파리 리츠호텔의 방에서 내려다 보이던 방돔 광장의 육각형 모양은 혁신적 향기인 샤넬 No 5의 뚜껑 디자인으로 사용되었다.

추상적이고 독특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향수를 원하던 샤넬은 알데히드, 메이로즈 그리고 자스민이 조화된 No 5를 내놓음으로써 모든 향수가 단 하나의 꽃향기만을 담던 시대에 '향수의 혁명'과도 같은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샤넬 No 5가 갖는 모던하고 클래식하면서도 심플한 향기의 비결은 바로 이 알데히드를 천연후로랄 에센스에 혼합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의상실을 샤넬 No 5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고객들에게 이 향수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초로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향수 No 5로 샤넬은 자신이 창조적인 디자이너이며 동시에 뛰어난 비즈니스우먼임을 입증했다.

샤넬 No 5는 "시간을 초월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화하고 덜어내어 그 정수만을 남겨두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샤넬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작품이다. 현재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샤넬 No 5의 향을 간직하기 위해 샤넬사는 그라스 지방에서 메이로즈와 자스민을 재배하고 있다.

/앙디올트랜드 대표 endeh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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