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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영감! 임자! 사랑해

2005-12-29

“아마 박동만이는 바람둥이지만 사별 후에 제대로 연애 해 본 적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늦게 찾아온 사랑에 눈물이 날 수 밖에요.”

책장을 넘기다 마른 꽃잎을 발견한 적 있는가.

금세 부셔질 듯 하지만 추억이 스며들어 있다면 영원히 책갈피 속에 담겨 있길 바랄 것이다.

박동만 역의 이호성 씨의 말처럼, 서로의 짝을 잃고 나서 찾은 소중한 짝. 비록 육신은 말라붙어 저승길 문턱 앞까지 왔다지만, 서로를 위하는 맘은 아기 속살처럼 여리디 여릴 것이다.

전형적 드라마 트루기를 따라가고 있는 <늙은 부부 이야기>.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순서대로 친절하게도 ‘봄- 여름 - 가을- 겨울'로 계절을 나눠, 이야기 구조를 답습한다. 봄에 만난 두 노인, 여름에 사랑을 하고, 가을엔 이점순 할머니한테 시한부 인생이 선고되고 겨울엔 박동만 할아버지가 혼자 남는다.

대본만 읽었다면, 데면데면한 이 연극을 살리는 원동력은 배우들의 힘일 테다. 이순재, 성병숙/ 이호성, 예수정 캐스팅은 관객에게 맘껏 울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또한 정감 있는 무대 역시 <늙은 부부 이야기>를 질퍽하게 만든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 집 마루가 관객석 앞에 위치해, 관객들에겐 배우들 등이 보이는 구조다. 처음엔 배우들 뒷모습이 보여 답답하더라도 절정부에 가면 눈물을 흘릴 겨를도 없는 두 노인의 쓸쓸한 뒷모습과 무대가 혼연일치가 되는 미장센을 선사하기 때문.

<늙은 부부 이야기>는 배우들의 연기력과 무대 그리고 멜로드라마가 선사하는 ‘순박한 진실함'이 살아있지만 감정만 앞세워 관객에게 ‘울어라'라는 의도가 뻔히 노출되는 연극이다. 계절마다 이야기가 조각나 두 노인의 사랑 이야기가 맥이 끊어져 감정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 하지만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를 선택했기 때문일까? 관객층 연령이 꽤 다양하다. 두 노인의 뒷모습이 보일 땐, 눈물을 훔치는 연인도 꽤 많았다.

4번째로 올려진 작품이며 연장공연에 들어갈 정도로 성황 중인 <늙은 부부 이야기>. 단순한 평범함은 여느 작품성보다 공감 받을 수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연극이다.

이미라 기자 mummy206@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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