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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정말 윤회라는 게 있나요?

2005-11-10

‘전, 다음에는 코끼리로 태어났으면 좋겠어요.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어디론가 사라진대요. 자기들만의 무덤으로요. 거기는 사냥꾼도 모르고 타잔도 모른대요.'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벌벌 떨며 불경을 외우는 스님과 그런 스님을 윽박지르며 호되게 야단치는 또 한 스님. 법명이 아닌 속세의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그들의 대화는 수상하기만 하다. 무서운 접근을 시도하는 아줌마를 두려워하며 몸을 바들바들 떠는가 하면 그런 아줌마에게 오히려 한 술 더 뜨며 노골적인 작업을 시도하기도 하는 스님들.

동물원에 나타난 두 명의 스님, 비련의 하이스쿨 걸, 아들을 못 낳아 바람둥이 남편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는 청소부 아줌마 그리고 자신이 코끼리라는 휠체어 할아버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들이 동물원, 그것도 코끼리 우리 앞에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악어 컴퍼니에서 선보이는 남동훈 연출의 <코끼리 사원에 모이다>는 다양한 과거를 가진 인간들이 모여 자신의 사원을 찾게 되는 이야기다. 사원, 그들이 찾아 드는 사원은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는 어쩌면 영원한 안식의 장소를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가볍지만은 않은 공연이지만, 그렇다고 공연 시간 내내 머리를 쥐어 짜며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복장만 갖춘 두 명의 사이비 승려가 관객의 긴장을 완화 시켜 주기 때문이다. 상극의 캐릭터를 가진 두 스님의 행동과 말, 그리고 내뱉는 듯한 대사에 관객들은 모든 긴장을 풀고 웃게 된다.

반복적인 상황 설정은 이 연극의 유쾌함이나 속도감을 반감시킨다. 반복학습의 효과가 무색하게도 왠지 연출 의도가 눈에 들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진지함과 동시에 편안한 웃음을 안겨주는 이 연극은 왠지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한 뒷맛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의미심장한 연극, <코끼리 사원에 모이다>는 11월 27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희선 기자 efsonata@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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