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된 가족과 흩어진 기억에 관한 연극 <가족왈츠>가 지난 6일부터 대학로 블랙박스 씨어터에서 공연되고 있다. 2004년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작인 이 작품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창작공연활성화 지원 작품으로 선정되어 다시 무대에 올랐다.
부부와 아들, 이모로 구성된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는 교도소에, 어머니와 이모, 아들은 같은 집이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무르며 각자 혼잣말을 하고 있다. 허공에 대고 서로를 부르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그들. 가끔 시선이 마주치고 대화가 이어지는 듯 하지만 이내 그것이 단순한 시간상의 우연임이 드러난다. 이들이 회상하는 과거는 18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연극 <가족왈츠>는 극의 형식이 시간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고, 주인공의 기억을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놓는 특이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살던 집에 성인이 되어 찾아온 아들의 파편화된 기억이 무질서하게 이어지며 극은 진행된다. 따라서 무대 위의 사건들은 현재가 아닌, 허구이고 환각이며 과거의 기억이다.
시간의 혼돈으로 관객들은 사건의 본질을 알 수 없어 계속 의문을 품게 되고, 극의 진행에 따라 추리하며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조명과 배경음악의 적절한 사용이 오묘한 극 분위기와 어울려 작품에 몰입하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비슷한 대사와 상황의 반복으로 극 전체가 늘어진 느낌이다.
2004년 <가족왈츠>에 이어 올해에는 <십년후>로 관객의 호응을 얻은 신예 작가 김민정은 이번 작품에서 가족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보여준다. 또 극단 움.툼의 대표이자 연출가인 최은승은 가족이 갖는 믿음과 신뢰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표현해 내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올해 새로 대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많은 부분 생략되고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소 모호해진 듯하다.
이하나 기자 kasna@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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