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가장 큰 화두인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소재로, 실제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 하류인생을 적나라하게 그린 연극 <맨드라미꽃>이 무대에 오른다.
가족 구성원간의 극히 일상적인 사건을 극적으로 풀어가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더욱 더 친밀한 관계로 표현한 작품. 극작가 이강백은 지적인 우화의 세계를 통해 정치, 사회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던져주며 인물보다는 상황과 메시지가 더 부각되는 작가의 세계를 <맨드라미꽃>에서 또 한번 보여준다.
극의 배경은 오래된 한옥들이 밀집한 하숙촌. 치매 걸린 ‘노옹'과 노름에 빠진 노파. 식물인간 애비, 손녀딸 주혜 그리고 하숙생 정민과 영민 등으로 여덟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오직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을 고집하는 정민의 집념에 하숙집 딸 주혜는 정민을 사랑하게 되지만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을 통보받은 정민은 자살하고 마는데..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아름다움으로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사랑의 아픔만을 맛보아야 하는 이들은 슬프고 괴롭다. 그러나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 즉, 치매에 걸린 이도, 노름에 빠진 이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99년, 연극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창작극 <청춘예찬>이 지옥 같은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청춘은 예찬 받아야 마땅하다고 역설했다면 이번 <맨드라미꽃>은 지옥 같은 현실이더라도 내가 죽을지언정 살아있는 사람은 제대로 살아있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외친다. 2005년, <청춘예찬>에 이은 또 한번의 최고의 창작극을 기대해 본다.
(10월19일 ~ 11월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구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02)762-0010)
한나래 기자 han@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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