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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씁시다] 8. 에필로그-전문가 좌담회

2005-04-14

토론자:남기명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사무총장, 이병하 명지대 세라믹공학과 교수, 정연택 명지전문대 공예디자인과 교수, 한영순 청강문화산업대 리빙세라믹디자인과 교수, 윤창호 이천도자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 김세용 세창도예연구소 대표. 사회:이석삼기자.

-사회=최근 도자기 소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오늘 주제도 도자기를 씁시다지만 과연 어떻게 해야 도자기 소비 촉진을 이룰 수 있겠나.

△남기명=도자기소비촉진에 대한 당위성은 도에서도 이미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추진방안은 전무하다. 도자기를 누가 필요로 하고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조차 전혀 조사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오늘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한다.

-사회=얼마전 외국에서 우리 도자기로 만든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렸다. 침체된 도자산업의 돌파구가 새로운 아이템이나 디자인, 도자기의 기능성일 것 같은데 학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나.

△정연택=과거의 도자 기술교육이 제작자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실용성 위주의 다양한 교육이 이미 시행중에 있다. 다만 산학연계는 아직 요원하다. 학교에서 연구한 것이 유통되고 부가가치가 학교로 환원될 수 있는 사이클이 형성돼야 한다. 교육의 범주를 좀 더 넓혀 산업적 측면에도 직·간접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학교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서서히 구체화될 것이다.

△한영순=80년대 후반 일본의 도자기붐을 보고 큰 기대를 갖고 돌아왔다. 하지만 이천도자기축제에 처음 참여한 뒤 크게 실망했다. 도자기축제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말 그대로 축제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도자기 축제의 도자기들은 일반인들에게 너무 멀리 있다. 전시는 있어도 판매의 개념은 없다. 물론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가 중요하지만 도자기의 산업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학교에서는 이미 그런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학교에 작은 상점을 개설해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작품 중 어떤 것이 가장 잘 팔리고 왜 잘 팔리는지 스스로 알게 한다. 또 학부모와 전문가로 이루어진 소비자 그룹이 학생들 작품을 평가, 우수상을 수상하고 있다.

△이병하=소비자와 제작자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도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격이 싸면 좋지 않은 도자기라는 식의 소비자의식이 바뀌고 도자기를 예술에만 국한해 생각하는 제작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제작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장이 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사회=취재를 하며 느낀 것은 우리나라 도예가들의 산업적 역량 역시 중국 일본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예로 도자가습기를 판매한 한 도예가는 1년동안 2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많은 도예가들이 도자기의 산업적 측면이나 기능성을 아예 간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없겠나.

△정연택=우리나라 작가들은 누구보다 열정적이지만 판매·유통 부문에는 지나치게 문외한이다. 앞으로는 엑스포 등이 제작자 중심의 축제로 그칠게 아니라 소비자의 축제, 시장에 접근하는 장이 돼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도자기 유통을 개인이 아닌 전문적인 업체와 공방의 협업을 통해 끌어나가는 것이다. 도자기가 일반 소비자에게 유통되려면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합이나 전문 컨설팅 업체에서 제작 이외의 부분을 체계적으로 해결해줘야 한다.

△김세용=얼마전 해외 전시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데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안돼 애를 먹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도예가들에게 해외전시 기회가 오는 경우는 많은데 어떻게 진행해야 될지를 몰라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것을 진행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무역진흥공사와 엑스포내에 공방과 해외전시회를 연결해 주는 부서를 개설한다든지 하면 좋은 전시회나 판매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남기명=공직생활을 하면서 도자전시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도예 부문의 전문성을 갖춘 행정, 마케팅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전문인력을 키워내야 한다. 아직은 여력이 부족하지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욱 노력해야 할 부문이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언론에서 도자기는 이미 식상한 소재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전통도자기만 생각해서 그렇다. 현대도예, 새로운 도예 아이템 등 새롭게 변하고 있는 도예산업에는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려야 할 부분이 많다. 일본에서는 도자기를 타일 등 건축자재로 쓰는데 환경증후군을 제어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부분을 언론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사회=공방에 가면 팔리지 않아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도자기들이 수북하다. 일본의 경우엔 축제기간을 재고정리의 기회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한영순=일본 축제에서는 깨진 도자기도 내놓는다. 200엔, 300엔짜리 깨진 도자기지만 사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축제가 진짜 축제가 아닌가 한다. 일반인들도 평소에 비싸서 살 수 없던 도자기를 싼 값에 사서 실생활에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창호=축제 기간만큼은 많이 파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나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직은 벽이 높다. 간혹 조합원들 중에 시도를 하지만 그럴 경우 질타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대가도 축제기간에 할인판매를 하지만 우리나라는 축제에 아예 나오지 않으려는 작가들도 많다. 문제는 도자기가 생활 속에 파고 들지 못한 것이다. 최근의 액세서리 시장으로의 변화에도 일부 작가들은 도자기의 격이 떨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유통도 많이 위축돼있다. 도자기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전국에 많이 분포했는데 외환위기 이후 많이 없어졌다.

△정연택=한 작가가 일생을 도예에 몸을 담고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마케팅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그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의 주제가 도자기를 생활속으로 끌고가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시스템이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의 변화 하나가 당장은 큰 경제효과를 낼 수 없다고 해도 그런 것들이 모이면 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심언철 press108@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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