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 2015-07-03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사전에서는 ‘공동작업’ 정도로 풀이되지만, 컬래버레이션의 뜻을 1+1=2로 한정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1+1=∞라는 결과물도 이끌어내기 때문. 스트리트 패션의 핫 아이콘 ‘리타(Leata)’와 서핑의류 전문브랜드 ‘디엠티 서프(DMT SURF)’가 의기투합했다. 컬래버레이션의 정의를 뛰어 넘어 ‘+@’를 보여주기 위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기사제공 | 무신사
무신사(이하 무) 두 브랜드 모두 지금까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그와 견주어 이번 컬래버레이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꼽아 본다면?
디엠티 서프 이주휘 대표(이하 디) 개인적으로 리타의 그래픽과 아트웍(Art-Work)을 오래도록 눈 여겨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무신사로부터 스트리트 브랜드와 여름철 서프웨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평소 리타의 그래픽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함께 윈-윈(Win-Win)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러브콜을 보냈다. 사심인 듯 사심 아닌 사심 같은 출발이었다.(웃음)
리타 이정재 팀장(이하 리) 지금까지의 컬래버레이션은 친한 지인들이나 해외 의류 브랜드하고 진행한 것이 대다수다. 서핑의류 전문브랜드 디엠티 서프와 협업을 하다 보니 전혀 다른 분야에 새롭게 발을 들인 기분이다. 미지의 분야를 개척해 나갔다고나 할까? 기획 단계에서부터 과연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내심 기대했다.
무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다 보니 두 사람의 사이가 매우 돈독해졌겠다.
리 좋은 점일 수도 있고 나쁜 점일 수도 있는데, 이번처럼 적은 횟수의 만남을 기록한 컬래버레이션은 처음이다.(웃음) 다행히 단시간 내에 합의점을 쉽게 도출해 냈다.
디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과 컨셉을 리타에서 정확하게 파악했다. 일반적으로 컬래버레이션을 하다 보면 서로 싸우기도 하고 잡음이 나오기도 한다. 보다 원활한 조율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잘 맞았다.
무 애초 기획 단계에서 어떤 부분을 합의했나?
리 디자인과 아트웍은 전적으로 리타의 몫, 양질의 옷을 만드는 것은 디엠티 서프가 담당했다. 서로 전문 분야가 다르다 보니까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
무 각 의상에 새겨져 있는 ‘Black Out Deep Sea’라는 문구나 그래픽에 활용된 로프나 선박의 키 등은 무엇을 의미하나?
리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었다 꼬집을 수는 없다. Black Out은 리타에서 2010년부터 고수해 온 문구이고, 이번 컬래버레이션에서도 글자와 그래픽 전반에 걸쳐 리타의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결국 해석은 각자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무 다소 불분명하고 모호한 부분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짧은 시간 내에 디엠티 서프와 리타가 이런 합의점을 잘 찾아간 것 같다.
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는 리타의 그래픽과 아트웍을 굉장히 좋아했다. 회사 직원들도 결과물에 대해서 만족스러워 했다. ‘Fucking Summer’라든가 리타를 대표하는 날개 로고의 모자 등 리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법한 그런 분위기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 이라고 설명하면 돌아오는 피드백이 거의 90%까지 일치했다.
무 각자 브랜드의 색깔을 어떻게 드러내고자 했나?
리 우선 컬러풀한 래쉬가드는 지양하고 블랙과 화이트가 어우러진 래쉬가드를 제작했다. 특히 올해 봄부터 리타 내에서 밀리터리 웨어를 주된 컨셉으로 의류를 생산해 왔다. 전혀 다른 라인으로 만들어가기 보다는 우리 전체 시즌 그래픽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디엠티 서프에서도 다행히 우리의 이런 컨셉을 마음에 들어 했다.
디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이 어느 정도 쌓였고, 협업을 하다 상대의 영역을 간섭한 적도 있다. 잘난 척이 아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의욕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리타의 그래픽을 보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리타에서 잘 표현해 주었다.
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서로의 브랜드가 훨씬 각별해 졌을 것 같다.
리 예를 들자면 두 장의 투명한 종이가 있다. 각 종이에는 나름 개성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투명한 종이 두 장을 겹쳐 놓으면 훨씬 더 근사한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이번 컬래버레이션을 한 후 나의 감상이다. 디엠티 서프가 불완전한 리타를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무 근사한 표현이다. 준비해 온 티가 너무 나지만.
리 억울하다.(웃음)
무 디엠티 서프도 준비해 온 멘트가 있을 것 같은데?
디 리타는 마니아층도 많고 스트리트 분야에서는 워낙 유명한 브랜드다. 처음 탄생부터 스토리가 있고 팬층도 두터운 편이다. 스트리트 신에서는 누가 뭐라 해고 영향력 있는 브랜드임에 틀림 없다.
무 리타에게 품고 있던 사심을 마음껏 어필해 달라.
디 한국 언더 그라운드 스트리트 패션의 대세!(웃음) 리타는 분명 전문성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접근하는 브랜드다. 5년이란 시간은 리타가 그 동안 스트리트 신에서 그럴만한 이유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국 스트리트 신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리타는 대세 중의 대세다.
무 시의 적절하게 지난해부터 래쉬가드는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디 혹자는 이를 좋게 평가할 수 있지만 나는 내심 안타까운 마음이다.
무 래쉬가드 시장의 부흥기는 업계 종사자로서 좋은 소식 아닌가?
디 래쉬가드는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아이템인데 한 순간의 유행에 그쳐버릴 것만 같아서다. 단순한 기우에 불과하면 좋겠다. 이번 리타 x 디엠티 서프의 제품은 사람들이 한철만 입고 버리는 옷이 아니라 오래도록 소장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남길 바란다. 사실 디엠티 서프는 이제 3년된 브랜드이지만(편집자 주: 디엠티 서프는 액션스포츠 아이템을 선보여 온 디미토(Dimito)의 워터스포츠 브랜드다), 우리 직원들과 나는 여름철 서프웨어를 만드는 데 10년 이상을 할애했다. 한철 장사를 위해 눈속임 하듯, 저급 원단으로 제품을 대량생산하고 반짝 벌이에 그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 그렇다면 래쉬가드를 비롯한 여름철 서프웨어가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 업계 종사자로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디 사실 이 부분이 어렵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미리 파악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우리만이 갖고 있는 1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해서 소장가치를 높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올 여름에만 입고 내년 여름에는 버려지는 소모적인 아이템이 아니라.
무 그만큼 디엠티 서프와 같이 전문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의 역할이 클 것 같다.
디 그렇게 이야기 하면 너무 거창하다. 다만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 없는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여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신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원단의 경사, 위사 방향을 결정 짓거나 자외선 차단률은 어떻게 책정해야 하는지 등의 전문 지식도 물론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장 관계자와의 조율,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났을 경우 이를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도 결국은 경험과 노하우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여기에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디자인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과 수완을 갖고 있더라도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소용 없다. 같은 맥락에서 리타가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무 리타의 경우 서프웨어 쪽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어느 정도 존재했던 것 같다.
리 지난 여름 바다로 여행을 갔다가 해변가에서 사람들이 입고 있는 서프웨어에 눈이 갔다. 서프웨어에 리타의 그래픽을 새겨 넣으면 어떨까 욕심이 생기더라.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서프웨어 쪽 전문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마음만 앞설 뿐 시도를 하지는 못했다.
무 함께 작업을 해 보니 디엠티 서프는 어떤 브랜드라고 생각하는가?
리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브랜드. 국내 서프웨어 브랜드 중 의류를 제작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완벽함과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 리타에게 있어서 디엠티 서프는 정말 고마운 브랜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해 보고 싶었던 미 개척 분야의 문을 두드릴 수 있게 해 주었다. 디엠티 서프 덕분에 불가능이 가능해졌단 말이다.
무 인터뷰를 의식하고 너무 좋은 말만 하는 것 아닌가?
리 신기하게도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그랬다. 다만…
무 말 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의심스럽다. 무신사 독자들은 어둡고 컴컴한 비하인드 스토리에도 관심이 많다.(웃음)
리 100점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다.
무 이래야 인터뷰지.
디 준비 기간이 짧았다. 그 부분이 상당히 아쉬웠다.
리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디 실제로 이 팀장과도 세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무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거의 연인처럼 붙어있을 줄 알았다.
리 보통은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일정이 타이트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 했다. 짧은 시간 내에 최고의 효과를 끌어내야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은 세 번을 만났지만 부족하지 않을 만큼, 결과물은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디 아쉬운 건 맥주도 한 잔 하고 소주 잔도 기울이지 못했다는 것이지.
무 향후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러한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보겠는가?
디 만약 우리에게 3~4개월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품군도 조금 더 다채롭게 구성하지 않을까 싶다.
무 이를 테면?
디 이번에는 스냅백, 슬리브리스, 후디, 래쉬가드, 서퍼 쇼츠와 래깅스 등을 선보였다. 원래 서프 웨어의 출발은 하의에서 출발한다. 남성용은 제작했는데 여성용을 제작하지 못한 게 아쉽다.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부여했으면 좋으련만. 이 외에도 파라솔, 타월 등에서 디엠티 서프와 리타의 컬래버레이션 로고를 새겨 해변가나 서핑족들이 많이 가는 곳에 프로모션이나 컬렉션을 기획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리 옷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매 시즌마다 아쉬움은 남는다. 그 다음 작업에서 이를 어떻게 최소화 하는 지가 관건이다.
무 아쉬움은 언제나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전문가와 전문가 집단이 만나서 즐거운 작업의 결과물을 얻게 된 것 같다.
디 컬래버레이션이 잘 되면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작업 역시 지금까지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이기에 식상하지 않았다. 실제로 직원들도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즐거움을 다 하며 작업을 해 나가고 싶다.
리 이번 컬래버레이션뿐만 아니라 제품이 나오기 전 우리 안에서는 하나의 공통적인 목표가 있다.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입고 싶은 옷, 의류 관계자들이 입고 싶은 옷을 만드는 것. 나, 우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여름 휴가에서 바닷가를 거닐며 입는 옷이 우리 제품이면 좋겠다. 다시 한 번 바다를 찾았을 때, 양양이든 부산이든 제주도에서든 많은 사람들이 리타 x 디엠티 서프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입은 채로 액션 스포츠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