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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뉴스

디자인과 전문가

2011-06-08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결국 모든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에 변형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디자인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항상 찾게되고 우리는 창조와 모방, 표절이라는 애매한 선 위에서 줄타기를 하게 된다. 이런 줄타기는 전문가인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의뢰한 사업자와의 사이에서 주로 이뤄진다.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 nari@gwanjin.go.kr
사진 | 팝사인 자료


지적재산권을 중요시하는 업체 늘고 있어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같은 제품들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이 자사의 글로벌 히트 상품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소장에서 “삼성이 독자적인 제품 개발을 추구하는 대신 애플의 혁신적인 기술과 사용자환경(UI), 심지어 포장까지 맹목적인 베끼기를 선택했다”며 “이는 애플의 귀중한 지적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이에 맞서 삼성도 맞고소를 했다.

디자인에 있어서 표절에 관한 문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새롭고 신기한 물건들은 나날이 등장하고 나타나고 있지만 이 물건들의 외형은 몇가지의 타입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다. 휴대폰에서도 소셜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스마트폰이 등장하였지만 직사각형의 모양은 별반 차이가 없다. 터치폰과 스마트폰의 외형만 본다면 아마 구별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비슷하고 유사한 것들이 많다 보니 처음 특허를 받거나 상표등록을 한 제품들은 적극적으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디자인 결정권자의 역할이 지적재산권에도 많은 부분 차지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재산권의 개념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사물에 대한 권리로만 간주되었다. 그러나 근대 사업체계에서는 비물질적 재산까지를 포함하여 부동산이나 귀금속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유체(有體)재산’ 뿐 아니라 기술이나 신용 같은 형태가 없는 ‘무체(無體)재산’이 더 중요시되며 발명, 상표, 디자인 등은 이러한 무체재산으로써 매우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률 중에는 디자인보호법이 있으며 디자인보호법의 보호대상인 디자인은 물품의 미적외관이고 최종적인 공업제품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수요자의 시각에 호소하여 구매의욕을 환기시켜 수요를 증대시키는 기능을 가지기 때문에 디자인을 보호하여 상품화를 촉진,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고 국가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등록된 디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정한 형태의 특징적인 외관이 소비자에게 그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고 타상품 또는 서비스를 식별하게 하는 기능을 갖게 되어 상품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게 되면 그 상품의 특징적인 외관을 유사하게 모방함으로써 손쉽게 편승하여 상품시장에서 2인자가 되려고 하는 업체들도 있다. 또한 자사디자이너들에게 시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품을 주고 최대한 소비자가 혼동하게끔 유사하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오너도 있다고 하니 이러한 유사제품의 등장에는 디자인결정권자들의 책임도 크다고 하겠다.


디자인에 대한 접근 방법 수정 필요

일본의 디자이너 시카이 나오키 본인의 저서에서 한국의 제조사와 함께 일한 경험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했다. 한국의 디자인부문 책임자는‘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을 하라’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한다고 한다. 말로 하기는 쉽다. 하지만 실제로‘누구도 본 적이 없는 좋은 디자인의 물건’을 만드는 일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좋은 물건은 이미 세상에 많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에 기발한 디자인의 제품이 많은 이유는‘어디에도 없는 디자인’이라는 것이 평가기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편 한국 기업의 디자인 미팅에 들어가 보면 경쟁사의 제품을 가지고 들어 와‘이것을 이길만한 제품을 만들라’라는 이야기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즉, 한국의 제조사에게 디자인이란 눈앞의 라이벌에게 이기기 위한 도구이며, 라이벌 기업을 기준에 둔 상대적인 가치 창조인 셈이다. 역으로 말하면 자신들이 보유한 절대적이 개성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려는 사고방식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장사의 도구로서만 디자인을 생각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통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구축이라는 사고방식은 정립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제조사에서는 디자인 담당자의 디자인 감각이 좋건 나쁘건 간에 그것이 그대로 제품 제작에 반영된다. 조직적인 공동 작업의 경험이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디자인 환경에는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와 디자이너가 좋은 파트너십을 쌓았다면 훌륭한 디자인의 좋은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고 안목 있는 결정권자를 만나면 좋은 제품이 세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계동 현대건설 사옥을 들 수 있다. 이 건물이 처음부터 네모반듯한 박스형 건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주영 회장의 건물은 네모 반듯해야 한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건물 디자인이 변경된 것이다. 건설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현대건설 사옥이 비해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 본사는 1989년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설계자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했으며 기둥 하나가 건물 전체를 관통하고, 입면에는 자연을 상징하는 거대한 원, 첨단 기술을 상징하는 빨간 사선문양, 소통을 뜻하는 원통 막대기가 건물에 적용 해체적인 설계로 강렬한 시각성을 구현해 지역의 랜드마크와 더불어 서울의 건축디자인을 한 수준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
이렇듯 디자인에 대한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에 따라 이것이 표절이 되기도 하고 최고 또는 최악의 디자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합리적인 조직일수록 전문가의 결정을 존중한다. 특히 공공디자인에 있어서는 공무원이 디자인을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디자인 수준의 편차가 큰편인데 이런 문제점 해결을 위해 디자인위원회를 두거나 자문을 받는 등 좋은 결정을 위한 여러 가지 방편을 강구하게 된다.

간판디자인에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데 간판개선 사업 초기에는 디자인전문가가 간판을 디자인하더라도 업소주는 디자이너가 장사에 대해서 알지도 못할뿐더러 본인이 만든 간판이 장사가 잘 되는 간판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지금은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업소주도 디자이너와 충분한 의견을 개진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수준 높은 간판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만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공디자인이 우수하다면 좋은 디자이너가 있는것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결정하는 최고 결정권자가 디자이너거나 혹은 전문가의 결정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공공조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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