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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무위자연, 자연을 캔버스로 작업해볼까

2015-01-27


옛 사람들은 어떻게 그림을 그렸을까요? 물론 처음엔 손가락을 사용해 땅바닥에 그림을 그렸겠지요. 그러다가 돌 같은 것을 이용해 동굴 벽화를 그리고, 종이가 개발되며 붓이 생겨나고...

인류는 그렇게 계속 무언가를 이용해 본인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남기고자 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성'의 영역이 아닌 '감성'의 영역을 남기는, 다시 말해 '예술혼'을 남기는 '예술'을 하고자 할 때는 좀 더 새로운 '표현도구'를 찾는걸 게을리하지 않았죠. '글'과 같은 지적 유산을 남겨왔던 도구가 펜과 종이에서 현대의 컴퓨터 워드 프로세서 정도의 진폭을 보인 반면에 그림을 그리는 도구의 발전은 수묵화, 수채화, 유화, 실크…그야말로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글│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인류는 보다 정확한 상상의 재현을 위해, 더욱 생생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자연 곳곳에서 색을 추출해 그 색을 다시 화폭에 담아 새로운 이미지로 재현했습니다. 형형색색 꽃들에서 다채로운 색들을 뽑아내고, 여러가지 식물들을 섞어 원하는 색감을 만들어 내곤 했죠. 꽃 잎들과 숲 속의 나무들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색을 잠시 빌려 아름다움을 즐겼던 사람들은 이제 다시 그 자연에 새로운 색을 입혀보고자 합니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이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면 아래의 작업들에서의 '자연스럽다'는 자연을 새롭게 재 구성해 '자연이 되었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겠네요.  

먼저 소개해 드릴 작업은 우리에게 음악가로 잘 알려진 류이치 사카모토의 사운드 설치 작업 'LIFE - WELL'입니다. 숲 속 공원에 가득한 스모그와 기묘한 사운드가 어울어져 새로운 감흥을 가져다 주는데요. YCAM(야마구치 미디어 아트센터)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설치 되었었던 이 작업은 관람객이 공원을 거닐며 자연스럽게 명상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자신도 모르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지요.

<영상1> 류이치 사카모토, 'LIFE - WELL’ , 2013
자연을 하나의 캔버스로, 그리고 관람객은 화폭에 등장한 인물이 되어 말그대로 ‘무위자연’의 경지라 할 수 있겠네요. 이제 소개해 드릴 '3hund '의 작업 'Projections in the Forest’은 자연을 캔버스로 사용한 프로젝션 맵핑 작업입니다. 그동안 많은 프로젝션 맵핑 작업들이 건물이나 구조물 같은 정형화되고 딱딱한 인공의 조형물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 작업은 자연 속에 있는 바위, 나뭇잎과 같은 비정형화된 대상을 가지고 작업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영상2> 3hund, Projections in the Forest, 2014

숲에 어둠이 깔리고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컴컴해 졌을때, 하나둘씩 마치 개화기에 꽃이 피듯 자연속의 물체들에게 생명이 부여됩니다. 예술가들의 새로운 붓(?) 터치에 따라 그동안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숲속의 사물들에게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고 그것을 지켜 보는 우리들에겐 익숙했던 공간에 새로운 의미가 부여되는 신기한 체험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관람객들의 눈 앞엔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나 봤을법한 아름다운 이미지가 가득차고, 마치 영화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영상3> Projections in the Forest 메이킹영상

새로운 기술을 지닌 이 시대의 예술가들은 보다 편리하고 표현성이 확장된 붓과 캔버스를 가지고 새로운 영역의 예술을 꿈 꿉니다. 과거에는 자연으로부터 도구와 색을 빌려왔다면 이제 그것들을 자연에게 돌려주며 또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구와 캔버스가 첨단 기술로 발전 했다고 해도 결국 우리가 느끼는 것,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은 결국 ’자연’의 테두리에 있는건 아닐까요. 원하는 색을 자연을 찾아 그 속에서 추출한 예전의 예술가들 처럼, 꽉 막혀 풀리지 않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한번쯤 가까운 자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다채롭고 생동감 있는 자연 속엔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영감’의 원천이 살아 숨쉬고 있을테니깐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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