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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시대의 흐름을 담아내는 우표들이 한자리에!

2014-08-14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절, 매 시즌별로 판매되는 우표, 엽서, 크리스마스 씰을 수집하던 때가 있었다. 이메일과 SNS, 모바일 메신저의 보급으로 예전처럼 우표를 모으거나 사용하는 이들을 주위에서 쉽사리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여전히 우표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메신저가 되기도 하고 한 시대를 기록하는 증표이자 문화를 담아내는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에디터 ㅣ박유리(yrpark@jungle.co.kr)
사진제공 ㅣ필라코리아 2014 준비사무국

8월 7일부터 12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필라(PHILA)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는 시대와 시대를 잇는 기록의 매개체이자 각 국의 우표문화를 접할 수 있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했던 전시였다. 세계우표전시회는 국제우취연맹(FIP) 후원 하에 G20 국가를 중심으로 각 국가에서 10주년을 주기로 열리는 국제 문화행사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4년에 우정 100주년을 기념으로 시작해, 1994년, 2002년에 이어 올해 2014년에 본 전시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세계 각 국가 간 우표문화 교류를 통해 평화의 우의를 증진하고자 ‘사랑•화합•평화’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세계 68개국에서 출품한 519개 작품과 20여만장의 우표가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전시장은 한국우정 130주년 기념관부터 시작해 우표판매 부스, 만화 ‘고바우’ 작가 김성환 화백 소장품인 초일봉투 까세 특별전이 열리는 우표 테마관, 우표명품관, 미래우표관, 세계 우표 판매부스, 각종 체험관 등 각 섹션별로 구성됐다.

대한민국 격동의 역사를 한 장에
흔히 우표는 정부 또는 정부가 위임한 특정 기관에서 발행하는 우편 요금 선납의 증표로 알려져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취미의 일환으로, 발행 국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록의 재산으로 볼 수 있다.
한국우정 130주년 기념관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우체국과 우체통, 우편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중에서도 각 시대별 우표 변천사를 일목정연하게 정리해놓은 ‘한국 우정의 발자취’ 전시는 관람객의 동선에 맞춰 우리나라 우체국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편 1840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우표가 발행되고 40여년이 지난 1884년에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최초의 우표인 ‘문위우표’를 전시장 한 켠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우표의 액면이 당시의 통용화폐인 ‘문(文)’으로 표시돼 있어 수집가들 사이에서 ‘문위위표’로 불러진 이 우표는 각각 빨강, 주황, 파랑, 감청, 청록색을 띤다. 우표 디자인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그란 원이 여러 개 겹쳐져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러한 디자인 특징은 당시 우리나라는 우표를 인쇄할 시설이나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아 일본에 위탁해 진행했다는 사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표 한 가운데 태극 문양을 새겨 넣으려 했던 우리나라의 계획과 달리, 일본 디자이너가 리디자인하는 바람에 모양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우표는 5문, 10문, 25문, 100문, 총 5종으로 발행됐으나 5문과 10문을 제외한 나머지 3종의 우표는 우정총국이 폐쇄된 이후에 도착했기 때문에 판매되지 못했으며, 또한 발행된 우표들 역시 발행 후 21일만에 사용이 중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매된 우표들을 살펴보면, 인쇄기기 교체와 그라비아 인쇄 및 요판 인쇄 등 인쇄 방법에 따라 우표의 전체적인 색감과 느낌이 달라짐을 엿볼 수 있으며, 특히 일제강점기부터 군사정권 시절까지, 시대적 배경에 따라 강조되는 디자인과 문구가 사뭇 다르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86년에 열렸던 서울아시아경기대회, 제24회 서울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개최했던 1980년대 중후반에는 글로벌한 디자인과 색감을 우표에 담아냈으며, 대한민국에 본격적으로 국산 만화가 제작되고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시절에는 캐릭터를 담은 우표를 제작•발매했다. 이 부분에서 정권교체 등 과도기를 지나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표의 디자인이나 모양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는 점과 더불어 당대 문화 트렌드를 우표에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작가의 우수한 작품을 전세계에 소개하고, 대한민국 예술의 힘과 긍지를 높이는 프로젝트인 K- ARTISTAR 소속 아티스트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각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우표에 담아낸 ‘우체국… 세계는 지금’ 테마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자인된 작품은 각각 시계로 제작, 각 나라의 현지시간에 맞춰 돌아가도록 설정해놓았는데, 이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전세계의 우체국을 표현한 것이자, 문화적인 소통, 공감을 이끌어낸 매개체로 활용되었다.

세계 희귀우표를 한 곳에
본 전시 외에 쉽사리 볼 수 없다는 점 때문일까. 오색빛깔 보석으로 세공된 보석우표들과 함께 초고가의 세계 희귀우표 10여종을 전시한 우표명품관에는 많은 이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1918년 미국 최초의 항공 우표로 인쇄 과정에서 거꾸로 인쇄돼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뒤집힌 제니’, 약 17억원에 호가하는 중국 우표 ‘String of Pearls’, 독일의 캐롤라인 공작부인 앞으로 발송된, 많은 우표가 부착돼 더욱 값어치가 있는 ‘캐롤라인 공작부인 봉피’, 해외에 전세계에 하나 뿐이어서 희소성 있는 ‘모리셔스우표’, ‘브리티시 가이아나 2센트우표’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을 위한 부대행사도 준비돼 눈길을 끌었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제작한 뮤지컬 ‘두근두근 우체통’과 아카펠라, 직접 디자인해 제작할 수 있는 ‘나만의 우표관’, 우표와 화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한국조폐공사관’, 편지 쓰는 법을 배우는 ‘우체국문화교실’ 등이 마련돼 관람객들의 볼거리, 즐길 거리를 책임졌다.

한편, 이번 전시회를 기념해 ‘아리랑’을 주제로 한 기념우표 2종 120만장이 발행됐다. 이번에 발행된 우표의 특징은 최초로 한지에 인쇄해 한국적인 멋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올해 발행된 이 기념우표도 이번에 전시된 우표들처럼 내년, 나아가 먼 미래에 현재를 기록하는 산물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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