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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당신을 비추어줄 ‘얼굴’

2014-02-25


사람들을 만나 보면, 참으로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백 사람을 만나면 백 사람 모두가 각자의 개성 넘치는 얼굴과 표정, 거기에 개개인의 성격을 더해져 참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만들고 있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러한 것들이 조화를 이루며 구성돼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한 사람 안에서도 여러 얼굴이 존재합니다. 이건 ‘형태적’인 것이라기보단 사회적인 포지션에 따라 바뀌는, 지극히 개인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공간으로 봤을 때는 집에서의 모습과 직장에서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있고, 시간적으론 어릴 때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도 있죠. 어쩌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가 이러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사진 | 류임상 미디어아트 에이젼시 LAB 16.9 크리에이티브 디렉터(director@lab169.com)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흥미롭게도 이 사회는, 우리에게 여러 얼굴을 갖고 살아가길 강요합니다. 경우와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기분과는 상관없는 '또 다른 나'를 만들라고 하죠. 소위 자기계발서라고 분류되는 책들에서는, 이러한 ‘자기 모습의 다중화‘를 또 하나의 스펙처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각각의 위치와 상황에 따라 능수능란하게 표정을 바꿀 줄 아는 사람들만이 진정한 프로라고 설득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영상 미디어가 그런 사람들을 조금 멋지게 그리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다양한 면을 가진 캐릭터가 좀 더 드라마틱 하기 때문이겠죠. 이러한 처세술에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개개인에 성향과 처한 상황에 따라 어울릴 수도, 부자연스럽기도 한, 그런 것입니다.

문제는 그러다가 보면 문득, ‘나는 누구일까’ 라는 고민과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죠. 사회가 원하는 나,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나. 웃고 있지만 기쁘지 않은, 즉 ‘자연스럽지 않은 나’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러한 인류의 고민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됐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예술가들은 이러한 ‘자아의 고민’을 종종 화폭에, 오선지에, 그리고 연극과 같은 극에 녹여내어 사람들을 위로 하곤 했죠.

피카소의 그림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겠는데요. 평면의 한계를 넘어 인물의 다양한 표정을 하나의 화폭에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죠. 두 가지의 표정이 공존하는 그의 그림 속 여인을 바라보고 있으면, 단지 두 가지의 감정뿐만 아니라 두 표정이 함께 만들어내는 또 다른 정서를 느끼게 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화되곤 하겠죠.

미디어 설치 작가인 한승구는 ‘얼굴’이 주는 테마에 집중한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바라본 얼굴과 비추어진 얼굴. 비추어진 얼굴 속에서도 계속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익명화된 자신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고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작가 한승구. 그의 작업 중 하나인 '나르시소스의 두 얼굴'을 감상해 보시죠.



그의 작업은 사람들 사이에서 다른 얼굴을 갖고 사는 현대인들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사회 시스템 속에서 강요되는 얼굴과 ‘되고 싶은 얼굴’을 온라인(게임, SNS. 등)을 통해 다시 만들곤 하는 요즘 사람들의 다면성을 작업을 통해 시각화합니다. 그리고 느끼게 하죠. ‘나의 얼굴은,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사회에서 강요받고 있는 ‘얼굴’에 대한 스트레스를 온라인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것이 주는 간편함과 위안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순기능이겠죠. 하지만 쉽게 먹고 버릴 수 있는 인스턴트식품처럼 휘발성 짙은 처방이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해선, 조금 두렵겠지만 조금 더 가까이 ‘나’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려 애써야 할듯합니다. 여기 그런 당신을 위해 많은 예술가들이 당신을 비출 거울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겠지만, 한 발 다가와 보시길. 그리고 조용히 바라보세요. 자신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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