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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뉴스

상공간 디자인, 성공을 위해 이것만은 알고 가자

2013-09-27


저는 카페베네의 디자인 고문을 맡고 있는 나장수입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일은 상업 공간의 디자인이며, 상업 공간 디자인에 대한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연구에서 개인 취향이나 주거공간보다는 상업적인 공간에 대한 연구를 비중 있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개인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관계되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해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이뤄가는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강의 ㅣ 나장수 ( 카페베네 디자인 고문)
정리 ㅣ 유근필

1. 상업 공간의 FM

상공간은 영업의 성공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본 목표입니다. 상공간의 성공은 바로 실패하지 않고 계속 영업하는 공간 구성에 있습니다. 상업 공간이 탄생하면 이 공간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곳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 곳을 보면 상공간을 계획할 때 본질적인 부분을 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너무 잘 하려고 하다가 결과가 나빠지기도 하고, 너무 깊게 생각을 해서 방향을 잘못 잡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주 작은 매장에서부터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간까지 상업적인 행위를 하는 공간의 본질은 망하지 않고 ‘흥’하는데 있습니다. 이제 그 본질을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상업 공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지침을 가지고 가야 합니다, 그 지침은 대중이 원하고 찾고자 하는 것에 대한 본질을 알고 간다는 것입니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자동차를 예로 들겠습니다. 자동차는 대중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하긴 합니다만, 사실 그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하는 일이란 대중들이 현재 바라는 것을 조금 먼저 전문적인 시각에서 캐치해서 풀어놓은 것이지, 디자이너가 선견지명을 가지고 디자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림1]의 자동차를 보면 좌측부터 1970년대 벤츠, 1990년대 소나타, 2010년 기아 K5입니다. 잘 살펴보면 아주 두드러진 변화가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유리창 면적이 좁아지는 것입니다. 20년 터울로 그 넓었던 유리창이 조금씩 좁아졌습니다. 좁아진 이유는 디자이너가 그렇게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원했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 생각이니 참작해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자동차 유리의 면적이 왜 이렇게 줄어들었을까’하는 부분은 자동차의 본질,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자동차가 빨리 가야 되는데, 유리 면적이 커서 바람의 저항을 많이 받으니 유리 면적을 조금 줄여야 한다는 부분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집처럼 안락한 공간이기를 원하지만, 유리로 인해 소음이 크게 나니까 유리 면적을 작게 해 소음을 줄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소비자들이 너무 개방되지 않고 자신의 집 같은 사적인 공간을 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안전입니다. 유리창이 많으면 사고가 났을 때 다칠 확률도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피드, 안전, 사적인 공간, 이 세 가지가 대중들이 원하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이렇게 풀어갔다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앞으로 드릴 말씀은 대중에게서 외면 받지 않는 공간이나 건축물, 공산품 등의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상공간을 만들 때 요구되는 것들은 매우 복잡합니다. 이름, 조명, 컬러, 경제적인 부분 등 여러 가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대중에게 배워서 진행해야 사업적으로 실패 없는 상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상공간은 매우 작습니다. 제가 굳이 규모가 크지 않은 이런 작은 공간을 가지고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런 조그마한 공간에서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600만정도 된다고 합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개인적으로 상공간을 만들어 경제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작은 공간들이 최소 1~2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디자인에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회사들은 이런 것들을 해주고 많은 돈을 받아갑니다. 그런데 600만이 넘는 자영업자가 3년내 절반이 망한다고 합니다. 3년내 절반이 망하는 것이면 1년에 200만개씩 교체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에게 디자인, 콘셉트, 상품 진행 관련 개발 등의 일을 해 주는데, 작은 프랜차이즈 공간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1년에 200만개씩 개인 창업자들이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공간의 설비 투자에 관한 것들이 좀 다듬어 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앞에서 말씀 드렸듯 상공간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 부분에서 해결 할 수 없는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군대에는 필드 매뉴얼(Field Manual)이라고 부르는 야전교범이 있습니다. 야전교범의 목적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군 병사의 생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싸워 보기도 전에 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간을 오픈 해두고 제대로 장사를 해보기 전에 망하지 않으려면, 상공간에도 육군 야전 교범 같은 교본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그것만 지켜도 금방 문 닫게 되는 일은 없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들을 생각해 적어보면서, 이것을 상공간의 FM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교본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입니다. ‘공간의 본질을 회복하라’, ‘켜지 말고 꺼라’, ‘열지 말고 닫아라’, ‘추억을 심어라’입니다. 공간의 본질을 회복하라고 했는데 이것은 디자인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식당이라면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본질이고 이것에 충실 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보면 ‘인테리어 할 돈이 있으면 경기미로 밥을 지어라’, ‘상호도 공간이다’, ‘색상으로 상품을 암시하라’, ‘완벽한 모습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2. 상업 공간의 본질

본질 그 첫 번째는 ‘인테리어 할 돈이 있으면 경기미로 밥을 지어라’입니다. 일례로 어느 식당에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장사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잔금을 못 주겠다고 하기에, 제가 두 가지 제안을 하면서 그것을 해주면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두 가지는 ‘경기미로 밥을 지어라’, ‘계란 후라이를 즉석에서 만들어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었으며, 이렇게 6개월을 해도 망하면 그 돈을 포기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랬는데 장사가 잘 돼서 3개월 만에 받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디자인과 밥집은 사실 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제 말은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본질적인 것에서 상공간의 흥망성쇠가 바뀐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상호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림 2> 를 보면 좋은 상호도 있고, 나쁜 상호도 있습니다. 사람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스코리아에 버금갈 만큼 예쁘게 생겼는데 이름이 ‘김떡순’ 이라면 덜 예뻐 보이는 것처럼 상호도 브랜드 성공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 ‘미친소’, ‘백정’, ‘해우소’, 같은 상호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블랙스미스’, ‘스타벅스’, ‘커피빈’은 상호를 잘 지은 것 같습니다. 'BBQ'는 마치 바베큐를 연상시켜 기름에 튀기면서도 숯불에 구운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좋은 상호인 것 같습니다. ‘비비고’, ‘밥이 답이다’, ‘웃기는 짬뽕’ 이런 상호는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조금 애매한 면이 있습니다. 센스티브한 아이디어이긴 하나 신뢰성을 주지 못하는 상호인 것 같습니다. 상호는 공간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세 번째로 ‘색상으로 상품을 암시하라’입니다. 고객이 특정 매장을 결정하고 가지 않는다면 쇼핑 거리에서 매장을 결정을 하는데 3초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그럴 때 색감이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코카콜라’, ‘피자헛’하면 붉은색이 떠오르는 것처럼 색상과 브랜드의 상관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중국집의 식탁보가 붉은 색인 것은 붉은 색상이 맛있는 음식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붉은색이 식욕을 북돋아주기 때문에 세계적인 식용 브랜드 대부분이 붉은색 계열의 따뜻한 색상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올리브색, 녹색, 검정색을 음식 공간에 쓰는 것은 위험합니다. 기본적인 개념을 두고 색상으로 상품을 암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림 3> 은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디 초콜렛 커피’ 초기의 모습입니다. 커피 향기가 물씬 풍길 것만 같아 커피 한잔 마시러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까? 한눈에 봐도 무엇을 하는 집인지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로 ‘완벽한 모습을 피하라’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기값이 상당히 비싼데도 장사가 잘 되는 청담동 ‘새벽집’[그림4]을 아십니까? 거기에서 30m정도 떨어진 곳에 ‘도쿄 사이까보’라고 하는 유명한 건축디자이너가 지은 건물[그림5]이 있습니다. 이 일식당은 음식 맛도 괜찮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합니다. 건물도 멋있고 맛도 괜찮은데 그다지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오픈할 당시에는 근사했는데, 최근에 갔더니 점심 1만2천원, 오뎅 3천원의 메뉴판이 외벽에 잔뜩 붙어 있습니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한눈에 ‘장사가 잘 안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두 집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오래된 가게라는 전통의 차이로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일식당이 10년~20년의 역사를 가진다고 해서 새벽집처럼 비싸게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건물은 일식당을 위해서 지었는데, 이렇게 식당이 연상되지 않은 외관에서 그 어려운 점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너무 완벽하고 세련된 모습의 외관 때문에 드는 부담감. 이는 결국 이 경우 또한 공간의 본질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음식점이 허술해야 한다는 것 또한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한끼 식사를 위해 들어가는 공간에 이런 완벽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3. 켜지 말고 꺼라

조명은 사람 얼굴이 예뻐 보이는 정도의 조도를 유지 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공간은 은은하게 비치는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조명이 먼저 오고 어둠이 온 것이 아니라 어둠이 먼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조명이 시작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본성은 어두울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상공간에서 그런 부분을 파악하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명이 밝아야 하는 곳은 몇 군데 안 됩니다. 생선 파는 야시장, 야구장, 상가집, 병원, 기타 공공시설, 이벤트 공간 등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좀 밝아야 합니다. 이곳 이외에 항상 접하는 공간은 너무 튀지 않고 조금 어두운 것이 좋습니다. [그림6]은 세계에서 제일 큰 베네시안 호텔 카지노 안에 있는 푸드코트입니다. 약 4층 높이에 천장에 하늘을 그려놓고 빛을 간접적으로 처리해 어두컴컴합니다. 이 공간은 아침, 점심, 저녁구분 없이 항상 저녁 7시 느낌이어서 여기 들어가면 배가 고파집니다.

4. 열지 말고 닫아라

성공하지 못하는 매장의 공통점으로는 너무 열려 있다는 점도 들 수 있습니다. <그림 7> 은 블랙 스미스 1호점인데, 2년반 전 즈음에 논현동에 오픈한 20~25평정도 크기의 조그만 매장입니다. 제가 말씀 드린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한 매장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매뉴얼이 상공간 중에서도 먹고 마시는 곳에만 해당 되지는 않습니다. 의류 매장에도 깊숙한 공간의 원칙은 적용됩니다. <그림 8> 은 뉴욕의 발렌시아가라는 유명 의류 매장인데, 이곳은 입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으로 쑥 들어가야 빈티지한 공간이 나옵니다. 들어가면서 무언가 있을 듯한 기대 심리를 가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림 9> 는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인데, 그림처럼 담이 길게 나있고, 입구가 아주 좁습니다. 밖으로 난 창으로 꼬치 굽는 연기만 잔뜩 할 뿐 사람도 없습니다. 저는 여기가 뒷문인줄 알고 들어갔다가 약 200평정도 되는 큰 방에 수백명이 꼬치를 먹고 있는 광경을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큰 공간에 출입문이 겨우 이것뿐이었습니다. 중국인들이 원래 상술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그런 상술이 공간에서 잘 드러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거리의 식당은 하나 같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완벽한 모습을 피하라’는 제안에도 해당되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물리학 석학인 미치오 카쿠의 ‘미래의 물리학’이라는 책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인간이 지적인 존재로 확인된 10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의 본성은 변함이 없다. 극히 원시적이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는 이 부분을 동굴인간론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동굴로 회귀하고 싶고, 원시생활에서 동굴이 전달하는 아늑함과 보호받고 싶어하는 인자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말입니다. 상업적인 공간에서도 이 부분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추억을 심어라

<그림 10> 의 발렌시아가 모터사이클 백, 샤넬 클래식 백, 지방시 판도라 백, 이 세 가지 백의 공통점은 추억입니다. 추억을 상공간에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추억을 버린 두 음식점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20살 때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 근처에 간판도 없는 평양냉면집이 있었습니다. 음식 맛도 몰랐는데, 저는 이 냉면을 먹기 위해 12시가 되자마자 가서 줄을 섰었습니다. 간판도 없는 골목을 20m정도 들어가면 갑자기 넓은 공간이 나타나면서 그 곳에 느티나무가 있고 그 밑에서 두 장정이 냉면을 뽑고 있었습니다. 적산가옥 같은 곳 몇 채를 터서 방문만 떼어내 오래된 벽지로 도배가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 퇴계로 렉스호텔 앞에 건물을 신축해 옮겨 갔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1년반 정도 하다가 문을 닫았습니다. 주방장이 바뀐 것도 아니고 이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 음식점이 추억을 버렸기 때문에 손님이 끊겼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지, 개발되어 옮겨야 했으면 비슷한 모습의 공간을 찾아서 옛 느낌 그대로 갔었어야 했는데, 추억을 버리고 새로 신축을 하더니 실패하게 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역삼동 역삼 세무소 뒤에 띵호아라는 오향장 육집이 있습니다. 하루는 제가 이 집을 찾아갔더니 없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차를 돌려 나오는데, 그 다음 블록에 있었습니다. 저는 골목을 잘못 찾은 줄 알고 들어가서 ‘오랜만에 와서 골목을 혼동했습니다.’라고 했더니 주인이 웃으면서 이쪽으로 이사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비슷한 골목에 똑같은 크기의 공간, 간판과 벽지까지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주인은 상업적인 공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음식 맛이 어떤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정말 장사가 잘 됐습니다. 상공간에서 추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우쳐 주는 사례입니다.

저는 이런 생각으로 카페베네 뉴욕점에 뉴욕의 추억을 심어보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카페베네가 뉴욕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욕에 가서 며칠을 살펴보면서 뉴욕적인 것을 찾았습니다. <그림 11> 지하철의 사인, 철 기둥 구조물, 그리고 브루클린 다리의 교각 등이 뉴요커한테는 지긋지긋 하겠지만 저에게는 가장 뉴욕스러운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크라운 프라자 호텔의 1층 홀을 빌려 카페베네 뉴욕을 개점하기 위해 준비하는데, 허가 받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 거리의 분위기와 어울려야 하는 심사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저는 ‘이곳에 와서 이런 것들을 봤고, 너무 좋았으며, 그런 뉴욕의 추억을 심고 싶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이런 추억 요소가 좋을 것이다.’라고 설득했습니다. 허가를 받고 나서, 약속한대로 뉴욕 지하철 사인, 브루클린 다리 교각, 외부와 내부가 소통되며 인 하우스 구분이 없는 요소들을 연출했습니다. <그림 12> 뉴욕의 역사, 빈티지한 것들을 연출을 했더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유학생들만 오는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방문객의 70% 정도가 외국인과 관광객, 뉴요커들이었습니다. 가게 앞쪽으로는 오래된 극장,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호객행위를 하던 골목이 개발되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개발보다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과 같이 저의 경험을 중심으로 성공적인 상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들을 말씀 드렸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디자인이나 디자인된 공간을 평가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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