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감정의 에스페란토_이은화 개인展
-행사명: 이은화 개인展
-장소: 아트스페이스 미음
-문의: Tel. 02_722_8897
-URL: http://www.arte21.net/
언제부턴가 인터넷은 우리 삶에 끼어 들대로 끼어들어 이젠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이메일이나 핸드폰 문자 메시지 속에서 나는 수많은 우리들의 표정과 감정의 기호들을 발견하고 점점 매니아가 되어갔다.
나는 이모티콘 (Emotion과 Icon의 합성어)이라 불리는 이러한 감정의 기호들을 현대의 상형문자라 명명하고자 한다.
언어가 존재하기 이전 고대 이집트나 중국인들이 종종 그들의 간단한 감정이나 최소한의 의사 표현을 위해 사용했던 상형문자들과 현대 첨단과학의 시대에 쓰여지고 있는 이모티콘들은 너무도 닮아 있다. 과거에 말을 하지 않고도 혹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들이라도 이 간단한 그림이나 기호만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이 될 수 있었듯 서로 다른 언어체계 속에 살고 있는 21세기에 사는 우리들도 이 간단한 그림문자 하나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는 이모티콘들을 다시 감정의 국제어 혹은 감정의 에스페란토라 부르고자 한다.
내 작업 속의 수많은 이모티콘들은 인터넷에서 정확한 출처 없이 떠돌며 사용되고 있는 것들과 내가 직접 만든 감정의 기호들이다. 내 작업 속의 이 기호들은 현대 언어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돌 위에 새겨졌던 고대의 상형문자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의 새로운 언어인 이모티콘들도 머지 않은 미래에는 또 다시 출현할 더욱 새로운 문자 체계에 의해 잊혀지고 더 이상 사용되지 않을 사어(死語)가 될 것이라는 나의 예견인 셈이다. 각각의 작은 그림들은 제 각각의 표정을 지닌 사람들의 얼굴이고 자신들의 감정을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다.
이 이미지들은 꼭 옆으로 보아야만 비로소 얼굴임을 눈치챌 수 있는데 이런 이모티콘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어쩜 이것들은 하나의 부호나 기호들로 이루어진 미니멀한 추상회화로 읽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그림으로써의 텍스트이고 텍스트로써의 그림인 것이다. ■ 이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