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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시각 - 김영서 시에 부치는 우혜빈 일러스트 전
미술

무료

마감

2015-05-27 ~ 2015-05-28


전시행사 홈페이지
http://www.nextdoorgallery.co.kr/224

[ 시와 시각 - 김영서 시에 부치는 우혜빈 일러스트 전]    


“시는 말하는 그림이며, 그림은 말 없는 시”라고 말한 기원전 5~6세기 그리스의 서정시인 시모니데스(Simonides)와 동양미학의 시화일체(詩畵一體)는 시와 그림의 관계를 논할 때마다 언급된다.


수묵화 속에 시를 쓰고 시 가운데 그림을 두기도 하며, 그림에 영감을 받아 시를 쓰고 시를 읽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보들레르는 마네가 그린 스페인 무용수의 초상화 [롤라 드 발랑스, 1862]에서 영감을 받아 시를 쓰고, 쿠르베는 보들레르의 초상화를 그리고, 데이비드 호크니는 시가 작품의 오랜 원동력이라고 최근의 한 회고전에서 말하며, 가깝게는 김남조 시인의 미수(米壽)를 기념해 중견 미술작가 여러 명이 작업을 만들고 전시를 하기도 했다.
 

순수회화를 넘어 응용미술로 올 때 시와 응용미술은 더욱 밀착된다. 삽화가 그러하다. 글의 이해를 돕거나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해 그려지는 삽화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의 [사자의 서]와 성경 필사본의 삽화에서처럼 인류기록의 시작부터 함께하며, 책의 대량인쇄가 가능한 후로 삽화는 더욱 견고하고 독자적인 예술장르가 되는 것이다.

김영서 시인은 순천향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고, 현재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시를 쓰고 있다. 세 아들을 둔 중년의 가장인 시인은 실직과 재취업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그리고 천안이라는 도시와 농촌이 혼재하는 환경에서 획득한 체험과 관찰을 두 권의 시집, [언제였을까 사람을 앞에 세웠던 일이 (시로 여는 세상, 서울, 2006)], [그늘을 베고 눕다 (시로 여는 세상, 서울, 2011)]에 녹여내고 있다. 일관된 따뜻한 시선으로 말이다. 우혜빈 디자이너는 현재 백석문화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 지인의 소개로 김영서 시인의 시집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충청남도 천안이라는 공간이 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라지만, 이제 갓 스물에 접어든 감각적 디지털 세대의 디자이너가 중년 시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죄책감과 외로움을 그림에 녹여 표현하려” 했다니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더구나 시인의 시집은 이미 출간된 것이고 어떤 삽화 의뢰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이 읽고 느낀 문학작품을 시각화해보고 싶다는 젊고 순수한 의지가 느껴지는 시도인 셈이다.

“용역 사무실에는 모든 곳으로 통한다는 문이 있는데 / 이름을 부르지 않는 날은 / 하루를 유령으로 살아야 했다 / … / 집으로 가는데 어둠 속으로 내 그림자가 사라졌다 /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 나도 한때는 유령이었다 中

‘나도 한때는 유령이었다’에 붙이는 우혜빈 작가의 삽화에서, 존재감을 잃은 ‘나’와 다른 유령들은 거리를 걸어 나오고 있다. 정사각형의 기하학적 머리들은 건물의 기하학과 맞물려 도시의 혼동스러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인물의 어두운 표정을, 삶의 무게감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비를 만나 / 몸살 났는데 / 아내는 우산 탓을 한다 / 알고 있다 / 나는 아내의 우산이 되어 본 적이 없다” - 아내의 우산 全文

‘아내의 우산’에 붙이는 삽화는 요즘말로 ‘웃프다’. 시도 그러하고 그림도 그러하다. 애초부터 우산의 기능이 없는 막대기와 고개를 살짝 기운 여인의 뒷모습이 비를 맞고 있다. 여인은 우산을 치켜들어 비를 막아보려는 의지가 없다. 다시 보니, 살만 남은 우산이 여인의 옆에 딱 붙어 서있는 것이 아닌가.

[詩와 視覺] 전에서 우혜빈 디자이너는 ‘산삼 감정’, ‘나도 한때는 유령이었다’, ‘벙어리장갑’, ‘아내의 우산’, ‘영역’, ‘나비' 등 시에 붙여 6점의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인다. 젊은 감성이 느껴지는 간결하고 산뜻한, 하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단순한 삽화의 전시가 아니라, 시는 전시장 벽에 새겨지고 작품은 설치적 요소와 함께 어울러질 예정이다. - 옆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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