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을 거슬러 도시를 솔질하기 Brushing the City against the Grain
2014 금천예술공장 커뮤니티& 리서치 프로젝트展
2014_1120 ▶ 2014_1210
초대일시 / 2014_1120_목요일_07:00pm
참여작가
금천미세스 Geumchoen Mrs._마크 우스팅 Marc Oosting
연기백 Yuon Ki Baik_이수진 Lee Su Jin
후안 두케 Juan Duque_류치헝 Liu Chih-Hung
오프닝 퍼포먼스 / 전미래 Mirai Jeon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서울문화재단_서울시창작공간
협력 / 관두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6: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SEOUL ART SPACE_GEUMCHEON
서울 금천구 범안로 15길 57(독산동 333-7번지)
Tel. +82.2.807.4800
www.seoulartspace.or.kr/G02_geumcheon
blog.naver.com/sas_g
geumcheon.blogspot.com
이 전시의 타이틀은『결을 거슬러 역사를 솔질하기』라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의 언명에서 따왔다. 벤야민은 시간의 연속성, 예정된 진보에 근거한 역사주의를 비판하며 역사란 언제나 지배자의 역사, 승리자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결이 난 역사, 전승된 역사를 거부하고 결을 거슬러 실패한 것들, 억압받은 것들, 잊혀진 것들을 주목하여 역사를 현재로 충만한 어떤 것으로 새로이 발굴하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 의미의 단일성을 해체하는 ' 결을 거스르기' 는 단순한 메타포로서뿐만 아니라, 일종의 접근 방법으로서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도시ㆍ공동체 연구에 적용할 만하다. 이전까지 금천예술공장의 커뮤니티아트, 혹은 도시문제 국제 공동 리서치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에 비해 이번 작가들의 접근은 직관적이고 미시적이며 단일한 이론적 틀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작가 개개인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고, 도시 공동체에 접근하는 방식이 보다 다면화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점점 공동체를 하나의 동일성으로 포섭하려 하기보다는 규정할 수 없는 것, 오직 부재하는 한 열망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나 또한 주체의 위치에서 공동체를 정의하고 대상화 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동체 내에서 부단히 생성되고 펼쳐지는 존재인 것이다. ● 이 전시의 작가들은 서울이나 금천을 쉽사리 규정하지 않고 어떤 집단 이미지로 표상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우리에게 알려진 도시 이면에 보이지 않게 기입된 존재를 주목하고 잊혀진 기억을 불러내며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킨 불연속의 시공간 축으로 도시를 읽어내고자 한다. 이들은 공동체가 공유한 상징에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부여하고 심리적 지도를 작성하며, 파편화된 도시 이미지들을 채집한다. 또한 공동 주거단지를 조사하고 그 공간 구조와 실내를 새로이 복원한다. 이렇게 발굴되고 복원된 기억과 상징, 삶의 양태가 공유되면서 비로소 공동체는 우리에게 현재성을 띄고 우리는 공동체의 일부가 된다. ● 작가 마크 우스팅(Marc Oosting)은 문자의 의미와 상징체계, 나아가 그것이 제시될 때의 상황과 형식에 관심을 갖는다. 그에게 문자는 하나의 기표이자 사물이며 환경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한국의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우엉, 도라지 등 식물의 뿌리를 브론즈로 떠낸 뒤 자신의 시를 적은 드로잉의 첫머리 글자로 변화시켰다. 유기적인 것이 텍스트로, 조각으로 의미와 물성을 바꾸어 가는 과정은 우리의 관습적 지각을 교란한다. ● ' 영원한 여행자' 를 자칭하는 작가 후안 두케(Juan Duque)는 정체성 이슈와 지형학을 결합한 장소 특정적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유럽을 떠나 아시아의 서울에 거주하며 느낀 인상들을 사진과 설치작업으로 제작하며 각기 다른 삶의 환경에서 발견되는 유사성과 차이를 제시하여 타자라는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나아가 진흙 조각들을 바닥에 설치하는 과정은 작가의 심리적, 문화적 경험에 근거한 지도 작성의 과정처럼 보인다. ● 류치헝(劉致宏)은 인상학자처럼 도시의 이미지를 관찰하고 수집한다. 현장에서 본 것들을 재빨리 스케치하거나, 기억에 의존해 캔버스로 옮겨내는 행위가 그에게는 일종의 녹음이나 사진처럼 무언가를 기록하고 수집하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사진과 같은 매체의 도움도 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몸과 기억에 의존하는 이유는 기록의 정확성 보다는 자신의 몸으로 경험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울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작가가 쓴 시와 함께 전시된다. ● 작가 이수진은 가리봉의 소위 ' 쪽방' 이라고 불리는 집단 거주 가옥을 조사했다. 동일한 구조로 반복되는 집단 거주 환경, 이곳에서 사적 공간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지 못하고 공적 공간은 아무런 소통도 관계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동일한 환경이 강제하는 동일한 삶의 형태에 저항하며 익명으로 남길 거부한 거주자들의 흔적을 작가는 곳곳에서 발견한다. 그들이 살아간 일종의 미로와 같은 거주 공간을 작가는 해체한 뒤 다시 재구성하여 설치작업으로 제시한다. ● 이수진이 거주 환경의 구조와 공간을 다루고 있다면 작가 연기백은 그것의 실내와 역사를 다룬다. 그는 방안에 도배된 ' 벽지' 를 매개로 하여 공간에 각인된 기억과 존재를 호출한다. 시간이 흐르고 주인이 바뀌어 가며 많게는 8겹까지 쌓인 벽지를 뜯어내 작가는 한 겹 한 겹 분리시킨다. 그러한 과정에서 벽지의 표면에 드러나는 삶의 흔적들, 낙서나 사진들은 가리봉의 새로운 역사를 더하는 사료가 된다. ● 금천미세스는 창작 워크숍에 참여했던 지역 주민들이 꾸려낸 커뮤니티 기반 창작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천의 작은 역사를 수집하고 다시 풀어놓는 이야기꾼의 역할을 자처했다. 밤마다 금천의 이웃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장소에 대해 묻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장소를 함께 찾는 투어를 기획했다. 프로젝트의 결과는 사운드 아트와 설치의 형태로 전시되어 구전 역사의 전통을 재현한다. ● 예술가들이 공동체를 꿈꾸고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이 전시가 해를 거듭해 온 커뮤니티& 리서치 프로젝트를 풍부하게 할 독특한 시각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 ■ 황진영
이번 금천예술공장에서 하는「How to working 137°?」퍼포먼스는 45도 각도로 잘려진 각목을 퍼포머 발에 고정시켜 신고 아슬아슬하게 걷는「How to working 137°?」(2010)을 재발명 한 작품이다. 역사의 솔기 Stitch of History를 터치하기 위해서 시간의 리와인드와 신체의 역진화하는 동선을 결합하고 시간의 흐름이 거꾸로이듯 퍼포먼스의 흐름 역시 ' 거꾸로' 로서 이에 상응한다. 퍼포머 5명은 주어진 현실의 시점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하고, 각자에게 부여된 45도 각도의 비탈진 면에 의지하여 수행하는 몸 지탱은 아슬아슬하게 rewind -walking을 한다. 기우뚱거리며 균형을 잡는 각각의 퍼포머의 몸짓은 이 시간의 리와인드에 대해 의심스러우면서 위태로워 보이는 그래비티로부터 벗어나 조심스럽게 뒤를 훑는 비시각의 근접감각을 따라 우주유영하듯 천천히 후진한다. 퍼포머들은 10분간 평지 속에 잠재해 있는 보이지 않는 날선 비탈길 위에서 시간의 "솔기"를 터치하는 감각으로 드러낸다. ■ 전미래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지극히 사적인 심리적 공간은 금천이라는 지역과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재발견하게 한다. 개인의 삶은 지역의 생태, 사회문화적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이다. 금천미세스와 주변의 인물들또한 금천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들이 살아오고 살아갈 이야기는 금천의 표정이 되고 이야기가 된다. 가깝거나 가깝지 않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각각의 개인사는 지역 곳곳에 어떻게 기억되어 남겨져 있을까. 어둠이 사물을 볼 수 없게 가리고, 생각이 꿈틀거리며 살아나기 시작하는 ' 야(夜)한 밤' 에 평가받지도, 기록되지도 않은 개인사를 찾아 나섰다.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던 사소한곳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장소이며 이야기가 담긴 곳이다. 또한 지금 현재를 같이 하는 공간이다. ■ 금천미세스
그림 N에서 발췌: 나는 더 이상 갇혀 있지 않고 밖에 있기 때문에,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그러다보면, 이전까지 확고해보였던 것들이 빈껍데기라는 것이 드러난다. 즉, 산들은 속이 텅 비어있으며, 건물들은 파사드(facade)인 것이다. 그리고 감춰져 있기만 했던 것들이 떠올라 자신의 궁극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만약 세계가 테라리엄(일종의 수족관)이라면, 내가 있는 공간은 테라리엄이 있는 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방은 큰 집에 있는 많은 것들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한 박스 안에 또 다른 박스가 존재하는 것이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그런 방은 본성상 추상적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표면과 부피며, 그것의 차원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 그것이 보여주는 파노라마는 스펙터클하다. 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깎아지른 산맥들이 펼쳐진 드넓은 평야를 걷게 된다. 그리고 희미한 빛 같은 커다란 형체가 테라리엄에서 나와 방으로 튀어나온다. 그 가운데 일부는 내가 올라갈 수 있고, 다른 것들은 밑으로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높다. ■ 마크 우스팅
이번 작업은 ' 독고O객(獨孤O客)' 이라는 이름으로 가리봉 시장 근처에 위치한 옛 여공들이 거주했던 작은방 한 곳에서 남겨진 흔적들과 그 안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관찰하는 일이다. 이는 예술이라는 순수 영역 안에서만 예술을 모색하고 해석하기보다는 일상생활 안에서도 예술작품과 같은 인식 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에 한 공간 안에 붙여진 도배지를 매개로 그 안에 내재된 결, 즉 거주했던 사람들과 그 공간을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던 사람들의 흔적, 사적인 이야기와 기억들을 통해 주변부의 역사를 살피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 연기백
본 프로젝트 ' 공유되지 않는 공동공간' 은 서울의 근현대 경제개발 시기 도시환경에서 드러나는 반복적이고 동일한 공간구성 방식 안에서 각자의 개인성을 투영하여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개인들의 의지와 행동방식에 관심을 두었다. 이 작업은 가리봉동 쪽방촌의 일시적 거주 패턴과 동일하고 반복적인 공간 프레임, 역사적, 문화적, 시간적으로 그 장소를 거치고 넘나들던 많은 궤적에 대한 해석을 담고, 삶의 에너지와 공간의 미적 맥락을 탐구하는 작업으로서, ' 개인들의 사적 공간성이 중첩된 장소' 로서의 특징들을 통해, ' 개인의 자유로움을 담보하려는 장치들' 의 공간을 구성하였다. ■ 이수진
이 공간설치작업은 개인적, 문화적, 물리적인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한국의 기술과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소비하며 변화시키는데서 나타나는 현대 한국의 조급한 기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작업은 ' 타자' 라는 개념을 차이로 다루는데 있어 숨어있는 의미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은 거부와 승인, 혹은 부정과 긍정 사이의 역설이다. 이러한 것들은 각기 다른 문화들이 조우하면서 나타나는 과정이고, 이 작품의 경우에는 현대 한국에서 동양과 서양의 관계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에서 비롯한 것이다. ■ 후안 두케
레지던시에 머무는 동안 아무런 (재료나 제작과정의) 제한 없이 일상을 스케치 하고 드로잉 할 계획이며, 이것은 기록하고 저장하며 복원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즉 다양한 장소에서 삶을 경험하면서 스케치/드로잉이라는 과정을 통해 매 순간을 기록하고 저장할 계획이다. 이렇듯 몸으로 하는 체험은 기록될 수 있으며 스케치/드로잉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뇌에 존재하는 간극을 메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경험된 이미지와 소리, 심지어 냄새조차도 눈과 귀, 손을 거쳐 변경된 뒤 우리 기억의 깊은 곳에 삽입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스케치라는 과정은 이전에 우리의 뇌에 저장된 사진 이미지를 압도할 만큼 강력한 것이다. 나아가 문화와 환경, 기후 등을 포함하여 서울에 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에 시와 산문을 지어 ' 서울에서의 스케치, 드로잉 프로젝트' 와 함께 전시할 것이다. ■ 류치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