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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연의 개인전 "우울증에 걸린 집"
광고/그래픽/편집 마감

2004-07-09 ~ 2004-07-31


"우울증에 걸린 집"

-행사명:김시연의 개인전 "우울증에 걸린 집"
-장소:갤러리 팩토리
-문의:733-4883
-URL: http://www.factory483.org/index.htm

팔판동의 조그만 공간 ‘팩토리’에서 아름다움과 슬픔이 이중적으로 형상화된다.
작가 김시연의 ‘우울증에 걸린 집’ 展이 그러한데, 이전 전시에서 사진과 설치가 어우러진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다.
사진 속 이미지는 마치 실제로 그녀의 집안에서 저절로 생겨난 듯, 소금 기둥이 상승하는 모습, 반복되는 모습들이 온 집안 구석구석을 메우고 있다.
또한 책장 사이 등 구석진 공간에서 문득문득 발견되는 소금 구성물들은 관객들에게 의외성을 제공하며 그 곳에 놓여진 이 뜬금없는 소금 덩어리의 연유를 묻게 한다.
김시연은 이야기 꾼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인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주인공들의 감정을 읽어나가며 상상력을 자극하고 상상으로 만들어진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녀의 작업이 전체적으로 환경과 어우러진 건축적 구조물들은 늘어놓고 있는 것은 그녀의 작업에서 자주 드러나는 요소인데, 그녀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동화 속 이야기 같은 나레이티브적인 요소들이 항상 존재하며 그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무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상하고 있는 것들이 사실인지 어쩐지는 결코 알 수는 없지만,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그녀의 감성은 무언가 슬픈 일들을 감지하고 있고, 그것을 형상화 하기 위해 소금이라는 재료를 선택하였다. 그 연약한 재료는 위태롭게 서 있고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하지만 서로 모이고 쌓여나가고 하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슬픔은 소금 알갱이들로 구체화 되어 그 결정체가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소금 더미를 이루고 슬픔의 형상을 탑처럼 쌓아 나가고 있다.
그렇게 집안에 솟아있는 소금 기둥들은 슬픔의 덩어리를 상징하고 있다. 슬픔을 머금은 감정의 덩어리는 소금이 되고 그 소금은 자꾸자꾸 쌓여가며 온 집안을 채우고 있다.
소금은 희고 반짝인다. 건조한 알갱이들은 버석거리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서로 견고하지 않게 결합되어 있다.
그녀가 구체화하고 시각화한 슬픔의 덩어리들은 희고 반짝이며 기분 좋은 짜임새를 이루고 있다. 그들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슬픔으로 가득하다. 그녀에게 소금은 그러하다.

‘미(美)’라는 것이 ‘아름다움’을 뜻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인식하기란 쉽게 잊혀지곤 한다.
아름다움은 으레히 긍정적인 센스를 동반하곤 하는데 김시연의 작품의 경우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감성과 함께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이 부각되고 있다.
아름답게 형상화된 슬픔은 명상적인 끈기와 인내를 통해 쌓이고 소금기둥을 이루고, 이는 미로 승화되며 종교적인 치유력을 갖는 듯 하다.
마치 볼프강 라이프의 노란 꽃가루가 명상 속에서 생태적 미를 동반하듯 말이다.
흑백 사진 작업 속의 이미지가 음울해 보이게 연출이 된 듯 한 것이 슬픔이라는 감성에 꽤 호소력을 보여준다. 컬러이미지였으면 흰색의 소금들이 산뜻하게 보였을텐데, 흑백 이미지 속에서 소금은 밝은 회색 톤이다.
작가는 마치 공간 속에 함께 어우러진 회색빛을 통해 이 도시 전체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진단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그 소금기둥들은 빼곡하게 들어선 도시 숲을 만들고 있다.
소금의 도시 숲은 팩토리 공간 한 가운데에 설치 된다. 김시연이 그린 조망도에서 의자처럼 걸터앉아있는 사람의 드로잉을 보며 앉은 이의 여유로움과 구조물의 들쑥날쑥한 사이로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는 소금기둥은 재미있게도 그 대비를 통해 앉은 이가 감춰온 소금기둥 같은 슬픔을 자연스럽게 내포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우울증이 이토록 많은 인내의 기둥으로 자라며 스스로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작가 김시연은 얼마 전 결혼도 하고 아기도 뱃속에서 크고 있다. 행복한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슬픔을 먹고 자라나는 소금 기둥을 온 집안에 만들었다. 지금 몹시 행복한 그녀는 주변의 소리와 주변의 감정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여유로움을 형상화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행복을 나눌 수 있는지, 남의 아픔을 감쌀 수 있는지, 그녀는 소금기둥을 쌓고 집 구석구석 배치하고 새로운 환경을 이루고 있다.
마치 부처님 앞에서 백판 번뇌를 위한 기도를 올리는 심정이라는 짐작이 든다.
이제야 만난 그녀의 인연이 아름답게 지켜 나가게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 김인선 (국제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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