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우아한 인생"
김용호의
<우아한 인생>
사진전이 8월 30일부터 10월 14일까지 한남동 소재 류화랑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작은 현재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현대카드의 광고로 눈길을 끌고 있는 바로 그 사진들이다. 지금까지 데이빗 라샤펠이나 유르겐 텔러와 같은 세계적인 사진가들이 광고와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는 사례는 많이 볼 수 있으나, 이와 같이 동시간 대에 광고 이미지와 전시 작품으로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12년 4월, 현대 카드는 카드에 디자인과 패션을 가미하여 이용객에게 카드 자체를 구매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광고에 쓰일 광고 이미지를 작가에게 의뢰하였다. 현대카드의 디렉션에 의해 작가 스스로가 카드가 지닌 의미를 분석하고 스타일링하여 그만의 독창적인 해석이 담긴 작품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의 눈을 끌어 당기는 독특한 광고사진이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현대인들의 소비와 욕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예술 작품이 탄생한 것이다. 메인 테마의 작품은 이미 줄리앙 오피의 작품과 함께 현대 카드 본사 로비에 또 하나의 문화적 컨텐츠로서 전시되고 있다.
대다수의 광고 사진은 상품 판매를 목표로 만들어져서 광고가 게재되는 기간만큼만 생명이 지속되다 사라지는 것으로 제 몫을 다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서 광고사진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교수(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는 "사진의 용도에 따라 광고와 예술사진을 구분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하나의 작품이 광고에도 쓰이고 전시장에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김용호의 작품에서 카드는 소비와 존재 양식을 연결하는 상징적 오브제로 녹아 들어서 현대인의 자기확신과 불안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쓰였다."고
평했다.
지난 이십 여 년 간 광고지면과 미술관을 경계 없이 넘나들며 작가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김용호는 자신의 경험과 취향에 충실한 이번 작품을 통해서 먹고 마시고 어울리는 인간의 본성적 행동들이 드러내는 욕망의 경계를 탐색함으로써 우리시대의
<우아한 인생>
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작품 세계를 심도 있게 보여주는 20 여 점의 작품과 동영상, 한정판 핸드 메이드 아트북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현재 김용호의 사진들은 국내 일간지, 잡지와 지하철 광고뿐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와 모노클에 게재된 현대자동차 광고 등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개최하는 류화랑(대표 류상엽)은 한남동의 문화적 지형을 바꾸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작품의 화랑 내 전시 외에도 건물 외벽에 영상 장치를 설치하여 일몰 이후에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 작품을 상영하는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안목과 취향을 지닌 애호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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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인생>
전에서 놓쳐서는 안될 감상 포인트:
1. 전시기간 중 오후7시 이후 류화랑 거대 외벽에 상영되는 비디오 쇼를 놓치지 말 것. 화려한 벨르 에포크 시대를 오마쥬한 샹드리에를 배경으로 화려하고 높다란 천정에서 사진 작품에 등장한 오브제들이 떨어져 바닥으로 소멸되고 마지막에 카드만이 남게 되는 영상이 관객을 놀라게 할 것이다. 이 동영상은 상업 사진과 작품 사진을 결합하여 환타지적 이미지를 선사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2. 사진 작품 전반에 등장한 오브제 중 가장 커다란 의미를 지닌 세 가지 앤틱 물고기, 로보트, 석상을 각각 화병, 조명, 연필 꽂이로 제작한다. 작품 속 은빛 오브제로 등장한 물고기화병은 현대인이 표출하려는 성적 욕망의 상징으로 생존 본능, 다산, 생산성, 활동적인 것들을 의미하며 아름다운 꽃을 꽂아 대상을 유혹하는 도구로 제품화 된다. 로보트 장난감은 현대인들의 획일화된 생활 방식과 키덜트의 유아적 욕구를 상징한다. 조명기로 제작된 로보트는 수호의 빛을 비추는 물건으로 동시대적 감성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현실을 벗어난 어두운 아웃사이더로 방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연필 꽂이로 제작될 페트라 두상은 연대를 알 수 없는 요르단의 석두상으로 역사과 지성을 상징한다. 머리에 연필을 꽂아 둠으로써 스스로 자제해야 할 욕망과 자신의 현실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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